북한 포커스
북한의 코로나 19
실태와 대응체계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대응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보건·환경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동북아 방역·보건협력구상 등 남북협력 방향을 모색한다.
  코로나19는 북한이 예상치 못했던 복병(伏兵)이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진입하고 몇 차례 실무접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대외전략 방향 설정에 고심하였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은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한 당 제5기 제7차 전원회의(2019.12.28.~31.)를 통해 이른바 ‘정면돌파전’을 선언하였다. 미국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력갱생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난관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2020년 초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에 큰 차질을 초래하였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전 인민을 독려하여 정면돌파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봉착함으로써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장애가 조성된 것이다.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경축 민간·안전무력 열병식에서 소방차 종대가 행진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를 국가 안보 차원의 엄중한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감염병 실태
  코로나19 사태는 인민의 삶을 비롯한 북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었다. 대중 국경 폐쇄와 인민경제 위축 등으로 2020년 북한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를 기록,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6.5%)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도 급감하였다. 2021년 7월 기준 북·중 간 무역 규모는 2,092만 4,000달러(약 244억 9,000만 원)로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1% 감소한 수준이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에게 감당하기 힘든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노동신문」은 2020년을 회고하면서 ‘시련의 연속이었고 엄혹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벌어진 운명적인 해’로 규정하였다. 김 위원장도 코로나19 사태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는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열병식 연설에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토로하였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를 ‘무서운 재앙’이라고 표현하면서 “세계적인 보건위기가 도래하고 주변 상황도 좋지 않아 고민도 두려움도 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고 강조하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반이 지난 최근까지도 여전히 비상방역 사업을 ‘조국보위와 인민보위의 최전선’이며 ‘사생결단으로 벌려 나가는 조국보위전, 인민사수전’으로 규정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를 국가 안보차원의 엄중한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의 감염병 대응체계와 최대비상체제 선포
  북한은 열악한 보건위생 환경과 낮은 의료수준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으로는 체계적인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북한의 감염병 대응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2020년 4월 개정된 「전염병예방법」과 8월 22일 제정된 「비상방역법」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체계 하에서 감염병 관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평시의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중앙과 지방 및 하부 조직들이 상호 긴밀한 연계 하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게 된다. 평시 위생방역체계 하에서는 보건성과 국가위생검열원 및 각 지방 검역소와 지방 철도위생검역소로 이어지는 일반 관료조직 중심으로 방역업무를 수행하지만,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게 된다. 국가비상방역체계는 총괄 기관인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를 정점으로 중앙과 각 지역 비상기구로 운영된다. 중앙인민보건지도 위원회는 총리 또는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보건상(부위원장), 국가위생검열원장(서기장), 그리고 각 부처 담당자들이 포함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주요 임무는 국가계획위원회를 비롯한 중앙 부처와 지방 당위원회, 인민위원회, 위생방역소, 인민병원 등에 대한 지침을 하달하고 감염병 피해실태를 비롯한 관련 상황을 점검하는 등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4월 26일 조선중앙TV는 평안북도 87개 본보기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북한 「전염병예방법」과 「비상방역법」에서는 감염병을 강도와 확산 정도에 따라 감염병 1급, 특급, 초특급 등 3단계로 구분하였다. 1급은 감염병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국경통행과 동식물, 물자의 반입을 제한하거나 악성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에 대한 인원, 동식물, 물자류 등을 통제하면서 방역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경우를 말한다. 특급은 악성 감염병이 들어올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되어 국경을 봉쇄하거나 악성 감염병이 발생하여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방역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경우를 말한다. 초특급은 주변 나라나 지역에서 발생한 악성 감염병이 북한 내부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됨으로써 국경과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집체모임과 학업 등을 중지해야 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북한에서 악성 감염병이 발생하여 해당지역과 인접 지역을 완전 봉쇄하고 전국적인 범위에서 보다 강도 높은 방역사업을 진행코자 할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비상방역법」에서는 국가비상방역체제를 운용하는 중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긴급한 위험이 조성될 경우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7조). 최대비상체제는 국가와 주민의 안전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된 경우 취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비상방역조치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0년 7월 25일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한 사실을 보고 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여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할 것을 결정하고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였다.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금년 8월 현재 누적 인원 3만 5,900여 명이 검사를 받았고 그 가운데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고 보고했다. 백신과 관련해서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199만 2,000회분을 지원받기로 했으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백신 시노백 297만 회분을 추가로 배정받았는데 다른 나라에 양보하겠다면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냉동·운반 등 기술적 문제와 사전 조사와 모니터링 및 관계자들의 방북, 부작용 발생 시 면책을 비롯한 행정·절차 문제, 백신에 대한 불신과 우려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12월 25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코로나19 사태 총정리 특집 프로그램 화면 ⓒ연합/조선중앙TV
남북 감염병 공동대응, 어떻게 실천할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북 보건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신종감염병을 비롯한 글로벌 신안보 이슈는 초 국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변국과의 공조 등 다자협력을 통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과 함께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남북 간 감염병 공동대응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신종 감염병 대응 문제는 ‘협력과 상생의 시대’에 부합하는 의제로서, 남북이 상호 협력하여 ‘생명공동체’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신종 감염병은 불가측성으로 인하여 앞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이 함께 다가올 미래의 공동위협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남북 보건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호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관련 지식과 장비 등을 지원 받아 보건위생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우리는 북으로부터의 감염이 확산될 위험성을 사전에 대비하고 통일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협력의 이득이 있다.
  남과 북은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합의하였다.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2018년 11월 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보건의료분과 회담을 개최, 전염병 정보교환 시범실시에 합의하였다. 이어 열린 국장급 실무회의(12.12. 개성)에서 인플루엔자 관련 정보를 교환하였다. 특히 동 회담에서는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집중 논의하였는데, 정보교환과 같은 단기적 사업뿐 아니라 대응체계 구축과 방역 및 보건의료사업 추진 등 포괄적이며 중장기적인 과제에 대해서도 적극 협력키로 합의하였다.
  문제는 실천이다. 남과 북은 하나의 생명공동체로서 평화로운 통일시대를 함께 열어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인간의 생명과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수적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감염병 대응 관련 사항들을 차질 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보건과 환경, 기후변화 등 신안보 분야 전반의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평화롭고 생명을 존중하는 하나의 한반도를 구현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