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남북대화 50년
걸어온 길, 열어갈 미래
“이번엔 어때요. 수해가 안 졌습니까?”
1971년 8월 20일 정오, 남북의 적십자대표들은 분단 26년 만에 판문점에서 처음 대면했다. 얼마 전 북측에 내린 많은 비로 피해가 없었냐는 것이 우리 측 대표가 건넨 인사말이었다. 4분 정도 진행된 이 짧은 접촉은 남북이 공식적으로 나눈 첫 대화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인 9월 22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에 남북 간 직통전화가 개설됐다. 이어서 개최된 적십자회담에서는 휴전 이후 분단으로 고통받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이루어졌다.
1971년 8월 20일 남북적십자회담 파견원 제1차 접촉
4분의 대화로 시작된 남북대화, 중단과 재개의 50년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1970년대 남북대화는 7·4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남북조절위원회 등을 추진하였다. 1980년대에는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에 합의하여 분단 이후 최초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적교류가 성사되었다. 남북의 총리를 수석대표로 고위급회담이 열렸던 1990년대에는 남북관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분야별 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도 합의하였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대에는 장관급회담과 분야별 실무회담이 수시로 개최되어 남북대화가 체계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남북관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이 회담을 통해 합의, 서명한 문건이다. 아울러 10·4 정상회담에서는 서해평화협력지대 등 경제 협력의 다양화와 확대에 합의하고 남북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목함 지뢰 사건 등으로 남북 회담은 대화 중단과 재개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답보 상태였던 남북관계는 2018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급격히 진전됐다.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 분과회담 등 총 36회의 회담이 개최됐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이 정상회담에서 채택되었고, 분야별 회담을 통해 총 23건의 합의서가 체결됐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 등에 따라 지금은 남북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고 영상회담 등 다양한 회담 방식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1971년 9월 22일 남북직통전화 가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는 올해 남북대화 50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함과 동시에 남북대화 재개 방안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우선 지난 9월 1일 ‘남북대화 50년-걸어온 길, 열어갈 미래’를 주제로 남북대화 50년 기념식과 학술포럼을 개최하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임동원 前 통일부 장관, 신희영 대한적십자회장이 참석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호응해 온다면 언제든, 어떤 곳에서든,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을 향해 남북대화에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을 촉구하였다. 이어진 학술포럼에서는 남북대화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남북대화 50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남북대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8월 9일부터 9월 8일까지는 서울 지하철 4개 역사에서 1개월간 첫 남북회담과 정상회담 등이 담긴 사진 30점을 전시했다. 또한 젊은 세대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공동으로 대학생 모의남북회담 경연대회도 준비했다. 이 밖에도 반세기 역사를 체계적으로 종합한 「남북대화 50년사」를 편찬하고, 코로나19 상황을 보아가며 남북대화 설명회와 판문점 견학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남북회담본부 청사 주변의 시설물들을 정비하여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보수도 추진하였다.
2021년 9월 1일 남북대화 50년 기념식 및 학술포럼
남북이 함께할 그날을 기대하며
  남북회담본부의 창설과 남북 간 대화의 역사가 50년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이번 행사를 회담의 상대방인 북한과 공동으로 개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세기를 넘긴 남북관계에 있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상시적인 연락채널을 재개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4월 남북회담본부는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북대화가 가능하도록 영상회담, 안심 대면회담 등 새로운 회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어서 지난 7월 29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간 대화를 북측에 제의한 바 있다. 향후 북한이 우리 측의 제의에 응해 올 경우 변화된 환경에서도 남북대화가 가능하도록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1971년 남과 북은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67회의 크고 작은 회담을 개최하였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남북대화 또한 빈번히 무산되거나 성사되더라도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한반도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꾸준히 전진해 왔다. 앞으로도 남북회담본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대화가 재개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남북이 함께 내디딜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김창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