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62023.12.

북한 노동신문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특집


2023년 한반도 정세를 돌아보다

북한 ‘자력갱생’ 한계 느껴
북·중·러 협력 나서
윤 정부,
확고한 공감대 토대로 통일 역량 강화해야

올 한 해는 한반도의 복합 위기 속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해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제사회는 갈등과 대결의 연속이었다. 남북 관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은 1월 1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시작으로 소위 ‘핵의 질주’를 지속했다. 올 한 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를 짚어봤다.

한반도 정세는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눈이나 비가 오기도 하고 화창한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2023년 국제 정세는 바이든 정부 들어 본격화된 가치와 이념 구도, 즉 자유 민주 진영과 공산 전체주의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지속되면서 한반도에 있어서는 남북한 분단을 가져온 국제사회 대립 구도가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전제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북·중·러 진영의 위세를 활용해서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강 대 강’의 대결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례적으로 세 차례의 대규모 열병식 개최와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인 ‘화성포 18형’ 및 ‘화산 31형’ 발사, 군사 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 발사와 핵 추진 잠수함 진수식 등 오히려 군사적 행동을 강화했다. 아울러 2022년 핵무기 선제 사용도 포함한 ‘핵 무력 정책’ 법제화에 이어 올해 헌법에 이를 명기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적 지위’ 인정을 국제사회에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상응 조치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이 있지만 이는 한미가 마음만 먹으면 복원할 수 있는 조치인 반면 한미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는 복원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국방력 강화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압도적 힘으로 안보 불안 해소 노력
국제연합(UN)은 대북 제재라는 수단으로 북한의 힘 과시를 제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그 능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은 북한의 무력 도발 특히 핵무기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했다. 4월 한미 간 ‘워싱턴 선언’과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공약’이 그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 무력과 재래식 전력을 망라한 강화된 ‘확장 억제력’으로 대응하며,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경우 북한 정권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공개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과 북한 동조 세력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미 정상 화형식을 하고 한미의 ‘확장된 억제’ 조치가 핵전쟁을 초래한다”고 위협하면서 “한·미·일이 억제력을 강화할수록 자신들은 회담탁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벼랑 끝 전술’ 을 쓰면서 상대방을 겁박해서 굴복하고 양보하도록 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의 한미는 북한의 위협에 위축되지 않고 단호한 입장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안보 불안을 해소하면서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한미는 쉽지는 않지만 북한을 대화의 무대로 나오게 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한·미·일 합동군사훈련 등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단합된 억제력를 보여주면서, 북한의 사이버 해킹을 통한 ‘검은 돈’ 확보를 차단하고, 대북 제재의 촘촘한 이행을 도모했다. 북한 인권 문제 국제 공론화 등 북한 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 가동되고 있으며 효과성 논란이 있지만 북한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 차인 2023년에 북한 경제성장을 위한 ‘12개 고지’를 설정하고 제1고지를 알곡 생산으로 정했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기치 아래 북한 역량을 총 동원해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나 식량부족으로 아사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는 등 북한 주민의 삶은 고달프기만 한 실정이다. 8월 김정은은 수해 피해를 본 평남 간척지를 방문해서 북한 경제 사령탑인 내각총리와 내각 구성원들을 심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쇠락하는 경제 회복을 위한 ‘자력갱생’ 한계를 인식한 듯 중국과 접한 국경을 개방해서 화물열차와 항공기 운항을 재개해 필요 물자를 공급받고 있다.

이와 함께 9월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했다. 그는 외교가에서 ‘지각 대장’으로 유명한 푸틴이 30분 일찍 기다리는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러시아의 절박한 우크라이나 전쟁 군수물자 수요를 활용해서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 및 경제적 지원 확보를 시도했다. 또 9월 중국 항조우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을 보내는 등 국제사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스포츠를 통해 북한 주민 사기를 북돋아주면서 동시에 고립되고 폐쇄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북한 우호 국가들로부터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행보였을 것이다.

北, 한미와 대결 국면 이용해 군사력 강화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은 우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개성공단 생산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도 우리와의 통신선을 단절했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에 대해서는 국제 사안을 다루는 외무성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북한은 김영철을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하는 것 외에 남북 관계를 관장하는 통일전선부의 공개적 활동을 발표한 적 없고, 북한 내각 부서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공석으로 두는 등 남북 관계 관련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금지에 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대해 대북 전단 살포가 이루어질 경우 ‘대한민국 종말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외부로부터 정보 유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중 국경지역 통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서해와 동해를 통해 북한 주민이 가족 단위로 월남 귀순했으며, 국가양곡판매소 등 부족한 생필품에 대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장마당은 약화됐고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은 더욱 악화돼 하루 세 끼의 식사도 어렵다는 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10월 20일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 · 연합사단 11공병대대 장병들이 부교 도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일본 기시다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김정은과의 전제 조건 없는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표명했으나, 북한은 납치자 문제는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본이 새로운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인권 분야에 있어 미국은 2023년에 트럼프 정부 시기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한국계 미국인으로 임명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켰고,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 등 북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강화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북한은 7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월북한 미군 병사를 9월 추방하면서 미국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항조우 아시안게임 이후에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수용해왔던 북한 주민들을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북한에 송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확실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줬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면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정치·군사적 지원과 협력을 한다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하면서, 확고한 힘으로 평화를 구축하고 동시에 북한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북한 민생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앞으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 조만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러 진영에 머무르면서 한미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적대적인 자세’를 지속할 것이다. 북한은 한미와의 대결 국면을 이용해서 군사 정찰위성 발사와 핵무기 질적·양적 고도화 등 군사력을 강화하되,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헤쳐나가려고 할 것이다.

3D 과정 중 ‘억제와 단념’ 과정
북한 김정은은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다수의 친서를 교환한 바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과 기대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2024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제재와 반발을 강화시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북한 경제를 끝없는 추락의 길로 몰아갈 것이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서 내키지 않더라도 외부 지원을 받아들이는 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3년 북·중·러 협력 움직임은 북한이 자력갱생의 한계를 절감하고 외부 지원을 얻기 위해 선택한 ‘북한식 개방’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탈북민 김일혁 씨가 8월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의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2023년은 남북한이 분단된 지 78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우리는 분단을 넘어 통일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가 진전이 없는 주된 원인은 ‘백두혈통’과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북한 지도층에게 있다. 이들이 변해야만 글로벌 중추국가로 성장한 우리가 더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3D 과정(억제, 단념, 대화)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3D 과정 중 억제와 단념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북한 내부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도록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토대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유도해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통일은 우리 국가와 민족의 미래이자 꿈이며, 이를 이루어내는 여정에서 국내와 해외 민주평통 자문위원분들의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활약을 기대한다.

김 형 석 대진대학교 교수·
전 통일부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