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동향과 정부 정책
중국 탈북민 강제 북송에 국제 사회 우려
北 인권 침해 조사·기록 강화 위한 제도 정비 필요
최근 중국이 자국 내에서 적발된 북한이탈주민을 강제로 북송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향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분석했다.
최근 인권 문제와 관련한 북한 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보 통제와 사상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군중신고법(2019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의 연이은 제정을 통해 외부 정보와 문화의 북한 유입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이 가운데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에는 법 위반 시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나아가 북한은 혁명사적사업법 제정(2021년)을 통해 혁명 역사와 혁명 업적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김정은을 명시함으로써 김정은 개인 우상화를 법제화했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북한 내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북한 인권 정책에서 이 같은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 북한인권법은 ‘북한 내·외부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통 촉진’을 법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북한 내 정보 전파 촉진을 위한 라디오방송 시간 확대, 라디오 등의 방송 기구 북한 반입을 위한 예산 지원, 대북 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규정했다.
중국 교도소 구금 탈북민 1000여 명 추정
2022년 12월 23일에는 ‘북한 검열 및 감시에 대응하는 2021년 오토 웜비어 법(Otto Warmbier Countering North Korean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ct of 2021)’을 제정했다. 웜비어법은 북한 정부 또는 노동당의 검열에 연루됐거나 책임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자산 동결, 비자 무효화 등의 제재 부과, 북한 내 정보 자유 증진 및 검열·감시에 대한 대응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보접근권과 관련해 통일부는 언론, 출판, 방송과 같은 ‘소식을 전하는 사업’의 단계적 개방을 통해 남북 간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9월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상대로 8월 2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을 상대로도 북한 인권 실상 공감대 확산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통일부는 지난 3월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한 데 이어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로 중국은 수백 명에 달하는 탈북민을 강제 북송했다. 이는 유엔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반한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 이후 국제사회는 이를 규탄하며 강제 북송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때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를 언급했으며, 통일부도 중국 측에 이 문제를 엄중하게 제기했다. 추가 강제 북송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로
급감했던 탈북민 수가 점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한 중국 경찰이나
군인에 의한 무기 사용이 우려된다.
북한인권단체들은 현재 중국 교도소에 1000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정부는 유엔과 미국 등 개별국가, 국내외 시민단체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 당국에 탈북민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도록 요구하고, 헌법 제3조에 입각해 추방된 탈북민들은 전원 국내 수용한다는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럽연합이나 영국과의 민관 차원에서의 양자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로 급감했던 탈북민 수가 점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중국 경찰이나 군인에 의한 무기 사용이 우려된다. 중국은 2021년 10월 23일 ‘중화인민공화국 육지국가경계법(中人民共和陆地界法)’을 제정했다. 이 법 제38조는 ‘어떠한 누구도 불법적으로 월경하는 것을 금지한다. … 불법 월경자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체포를 거부하거나 기타 폭력을 행사하여 타인의 신변과 재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법 집행 요원은 법에 따라 경찰 장비 및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의한 무기 사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위해 한미 협력 강화 필요
실향민, 미귀환 국군포로, 납북자 등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고 사망자가 증가해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 6명의 생사 여부 확인과 소재 파악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 2월 발표된 ‘제4차 남북이산가족 교류촉진 기본계획’은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 해결’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고, 올해 8월 18일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실감나게 재현된 북한 노동교화원. 11월 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덴바람 마파람’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이 재현돼 있는 노동교화원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대책팀을 신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2022년 12월 23일 ‘이산가족상봉법(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재미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재미이산가족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군포로 문제의 경우 2021년 유엔 총회 북한 인권 결의에 처음으로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그러나 전문(前文)에서 국군포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인권 침해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고 본문에서 특별히 권고하는 내용도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유엔을 상대로 하는 인권 외교가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억류자들의 생사 여부 확인과 소재 파악을 위해 기존의 유엔 인권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방안에 추가해 국제법상의 이익보호국 제도를 활용한 영사 접견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COI, 북한 반인도범죄 책임 규명 강조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된 지 10년이 경과했다. COI는 2014년 2월 북한에서 반인도범죄가 자행돼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매년 채택되고 있는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 결의,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책임 규명 독립전문가그룹 등의 활동을 통해 책임 규명(accountability)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다. 2022년 8월 제4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된 엘리자베스 살몬은 임명 이후 첫 번째로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보고서에서 책임 규명 활동을 수행할 것임을 밝혔다. 올해 10월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 공식 임명된 줄리 터너 역시 북한 인권침해 책임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거듭 천명했다.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017년 1월부터 지난 6년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가 10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언론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3월 3일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 인권 침해 조사·기록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이원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수집·기록한 자료는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북한 인권 침해 조사·기록은 책임 규명 측면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북한인권법 제정 및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 이원화 체제에 따르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가운데 책임 규명 측면에서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기록, 그리고 이를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 규 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