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32021.03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한미동맹의 미래는
역할 분담하며 같이 가는 것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취임과 북한의 당대회, 미·중 전략경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국제상황 속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지난해 6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된 송영길 위원장은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탄탄히 하면서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 『통일시대』 기획편집위원장

Q 외교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한 지 8개월여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법)이 통과된 것과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은 아니지만 제가 단장으로 참여한 한반도TF 방미단이 바이든 정부 출범 직전 미국을 방문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방미 당시 미국 의원들을 만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양 국회에서 한미동맹 지지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최근에는 이란 선박 나포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 노력했는데,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이 성과입니다.

줄서기가 아닌 미·중 협력 촉구하며
우리의 공간 만들어야


Q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어떻게 보십니까?
   바이든 행정부에 가장 박수치고 싶었던 것은 파리기후 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결정한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와의 핵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5년 연장을 합의한 것도 높게 평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중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과제입니다. 미·중 간에 경쟁·대립·협력 분야가 있는데,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거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부분을 미국과 중국이 긴밀히 공조하면서 풀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Q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면 우리 정부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까요?
   사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일본은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고려해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 공동성명을 내지 않았고,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여하면서 미국 일변도로 가지 않았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도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즉 ‘어디에 줄을 설 것이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과 함께 미·중이 전략적 타협을 하고 전 지구적 인류문명 위기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Q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호혜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사안별로 우리 국익이 관철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적대관계가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북한 핵 문제만도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인데, 이들의 안보 위협까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이를 막겠다며 한반도에 제2의 사드를 설치한다고 하면 악순환이 되는 겁니다. 우리 안보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적국으로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함께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는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미래의 한미동맹은 역할 분담,
이견이 인정되는 것이 가치동맹


Q 미래의 한미동맹은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합니까?
  미래의 한미동맹은 역할을 분담하며 가는 겁니다. ‘같이 갑시다’가 한 발자국도 먼저 움직이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되어선 안 됩니다. 같이 가지만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좀 더 앞에 갈 수도 있고 뒤에 갈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미래 한미동맹은 ‘같이 갑시다’에 ‘역할 분담’을 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을 한국이 재량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그 예입니다.

송영길 위원장과 이희옥 교수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Q 동맹 내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을 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동맹이 경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라크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세계질서는 9·11 이전과 이후로 바뀔 것이고 지금부터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완전히 소외될 거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몇몇 의원들이 이라크에 전투부대를 파병해야 한다고 했었죠. 저는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것이고 미국의 특정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반미가 아니라고 했었습니다. 결국 미국 스스로도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공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란 핵합의 복귀,
북한에 긍정적인 신호 줄 것


Q 북핵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이란 핵합의(JCPOA)* 복귀가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여러 문제로 복귀하는 것이 늦어지고 있어요. 이것이 늦어지면 북핵 문제에도 안 좋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요구해 왔는데, 그렇다면 상대방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선례가 되는 것이 이란 핵합의로의 완전한 복귀라고 봅니다.



Q 북한도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작년 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으로 내정된 커트 캠벨을 만나서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고, 북한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북핵 문제를 방치하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쏠 수 있으니 긍정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예를 들어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제한 해제, 인도적 물품 지원, 유엔식량계획 기금 확대 등 인도적 협력을 넓히면서 긍정적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Q 현재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보인 계획경제 방식으로 현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북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외부로부터의 압박이 지속되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외화벌이를 위해 미사일 부품 수출, 핵물질 확산 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어 걱정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법안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입법 청원입니다. 지난 국회에도 수 차례 법안이 발의됐는데 통과가 안 되다가 이번에 됐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게 아니라 제한한 것이고 제한의 합리적 이유도 있습니다. 모든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 위해를 가하거나 현저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논란이 좀 있었지만 이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적 차원의 조치 통해
북·미 간 신뢰 쌓아 나가야




Q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남북관계만으로는 풀기 어려울 것 같아요. 미국으로부터 의미 있는 양보 조치를 얼마나 받아내느냐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남한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내는 것이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미연합훈련도 결국은 훈련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북·미 간 신뢰의 문제입니다. 내가 신뢰하는 친구라면 훈련을 하는 것이 불안할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신뢰를 쌓을 것이냐는 겁니다.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상징적으로라도 미국인의 북한 방문 제한을 풀면 좋겠습니다.

Q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현재 북한은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가을 뻐꾸기같은 소리’라고 할 것입니다. 지금은 조급할 필요 없다고 봐요.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관계를 탄탄히 하는 것입니다. 민주평통도 호흡을 길게 가지고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에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민간 공공외교를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있고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되겠습니까.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북한은 도발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고 민간 차원의 북·미 교류, 재미동포들의 이산가족 상봉 같은 것들을 해야 합니다. 북·미관계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