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32021.03

평화통일 칼럼

평화와 인권은
왜 싸우는가?



  작년 12월 국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북한인권과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 및 시각매개물 게시, 그리고 전단 살포를 국민안전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은 물론 북한인권 개선운동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런 비판은 주로 북한인권운동단체와 보수성향의 정치집단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과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남북 간 신뢰조성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경제활동에 유익하다며 지지하고 있다. 이 개정법은 소위 ‘남북관계개선 촉진법’ 혹은 ‘대북전단 규제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쟁점의 핵심은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지리적 범위가 한정되지 않은 점과 법 위반 시 처벌 규정(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의 적정성이다. 2000년대 초중반 북한인권법 제정 과정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논란은 당시보다 파급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미국 의회와 국제(비정부)기구 등 국제적 개입이 눈에 띄고, 정부와 북한인권단체 간 갈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정부의 대북전단 규제를 둘러싸고 지지와 반대의 대립이 모두 극단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단 규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도 남한에서 진행되는 모든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위반 시 처벌 규정이 과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또 전단 규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도 허위·왜곡된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거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무분별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데 동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전단 살포 규제를 적극 비판하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지금까지 한, 그리고 앞으로 할 대북전단 살포가 어떠한 제한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인권근본주의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태도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인권임을 모르고 (혹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주장에 대한 지지 여론을 얻기 위해 한반도 문제의 특성과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해외 인사나 단체에 지지를 호소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법 개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측 일부에서는 외부의 지적을 ‘내정간섭’이라고 운운하며 남북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런 두 행태는 북한인권 문제는 물론 한반도 문제가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을 조화시켜 풀어나가야 할 복합 과제임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둘러싼 대립은 인권과 평화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그 둘을 조화롭게 접근하지 못하는 행태에 불과하다. 인권은 평화의 실체이고, 평화는 인권 신장의 필수적 조건이다. 정부는 온건론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내적 갈등을 줄이는 한편, 국제 채널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적극 나서 국제적 지지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