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포커스
인적 쇄신, 기구 정비한 북한
당 중심으로
대내 역량 총동원 예상
북한의 당·국가 권력의 변화가 눈에 띈다. 올해 초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국가 권력을 재구성하고
당·국가 기구체계를 개편한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살펴본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를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불과 20여 일만에 다시 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5개년 계획을 비롯해 당면한 현안들을 재점검했다.
이를 통해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를 진행하고 당·국가 권력을 재구성했다.
제8차 당대회 권력 변화를 중심으로 북한의 정책적 방향을 짚어본다.
당·국가 권력 변화: 세대교체와 핵심역량 강화
  북한은 제7차 당대회 이후 당·국가 권력의 세대교체를 지속했고, 그 결과는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에 반영됐다.
이전 지도기관 250명 중 약 70%의 구성원이 교체 되었는데, 제7기에 이어 재임명된 80여 명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시한
당·정·군의 핵심엘리트들이다. 지도기관의 부문별 구성에서는 당과 정부의 비중은 증가하고 군(무력)은 감소했다.
특히 군부는 제7기의 70여 명(28%)에서 50여 명(20%)으로 축소되었다. 당의 영도적 지위를 강화하면서 내각 등
정부의 비중은 늘리고 군의 정치적 지위는 제한했다. 외형상으로는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내용상에서는 정치적, 정책적
방향성을 반영했다.
  당·정·군 부문별 핵심엘리트의 인적 구성도 변화되었다. 당의 대표적인 변동은 조용원의 약진과 김여정의
속도 조절이다. 조용원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비서국 서열에서도 선두로 배치되었다.
조용원은 당 비서국 경력도 없이 제1부부장에서 단번에 상무위원으로 중용되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국정업무 보장을
포함한 당내 핵심업무를 맡는 조직담당 비서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김여정은 정치국과 제1부 부장 직책에서 모두 ‘후퇴’했다.
김여정의 특수한 지위와 역할을 감안하면 강등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당내 절차나 관념과는 별개로
정치국과 전문부서 제1부부장 직책에 재임명했던 사례들이 있으며, 역할 면에서는 경우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 내지
대변인 역할까지 맡고 있다. 기타 당 핵심권력은 검증된 인물들로 조직적, 정책적 구조를 안배하여 구성했다.
  당 중앙지도기관을 구성하면서 내각과 기타 정부 기구들의 대폭적인 인적개편을 추진했다.
절차상 최고인 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발표된 내각 인사의 경우 전원이 사전에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으로 보선되었다. 당내 권력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발탁된 행정간부들의 연령대도 젊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개편된 내각의 경우 40~50대의 신진 엘리트를 대거 기용했다. 당지도기관의 상위기구인 정치국의 평균연령은
제7기의 70대에서 60대로 낮아졌다. 김정은 시대 이후 10여 년을 경과하면서 당·국가 핵심권력의 세대교체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북한의 광명성절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등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이와 함께 군부 권력의 정치적 비중 축소와 인적개편도 진행했다.
앞선 제7기에 비해 제8차 대회 대표자 구성 자체부터 축소되었고, 당 중앙지도기관에서도 약10% 정도의 감소폭을 보인다.
인적 변동에서는 김수길 총정치국장이 권영진으로 교체되고, 이하 변동된 상위 권력들이 당 지도기관에 배치되었다.
군부의 세대교체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선 군단장급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인적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군부 인물 중 리두성(총정치국 선전부국장)과 강순남(국방성 부상)은 당중앙위원회 부장으로 이동했다.
군과 당을 오가면서 요직을 맡았던 김수길은 다시 당에 복귀하여 강원도 당책임 비서를 맡았다.
이처럼 북한은 군에 대한 당적 영도체계를 강화하는 정치적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가체계 변화 :
당적 지도체계 강화와 경제구조의 ‘제한적’ 정비
  당규약 개정을 통해 당 중앙지도기관의 기본 구조를 개편했다.
당내 ‘재정감사’ 기능만 가지던 검사위원회는당 ‘규율감독체계’와 ‘신소청원처리’까지 포괄하는 당적 통제기구로 개편되었다.
그간 명확히 하지 않았던 각급당 지도기관 구성원의 ‘임기’ 문제도 해당 ‘당대회 기간’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새로 보선된 성원들의 임기는 제8차 대회 기간(2021~2025)이다. 북한은 개정된 당규약에
준해 당 중앙위원회(위원 139명, 후보위원 111명)를 선거하면서, 그 목적이 “당의 영도적 역할 강화”에 있다고 부연했다.
  당적 지도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당 조직기구도 정비했다. 당대회는 5년 주기를 정례화하는 것으로 밝히고,
전원회의는 당대회의 권한인 당부서 신설과 당규약 수정까지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했다.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집행부서로 ‘규율조사부’를 배치했다.
신설부서에는 ‘중앙의 유일적 영도실현에 저해를 주는 일체의 당규율 위반행위를 감독·조사’하면서,
신소청원을 처리하고 당 재정사업을 검사하는 기능까지 부여했다.
당대회 이전에 신설된 ‘군정지도부’와 ‘법무부’ 역시 군(軍)과 사법·검찰 등 핵심부문들에 대한 당적 지도체계를 전담하는 부서들이다.
  당대회 후속조치 차원에서 진행된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는 대폭적인 내각 교체를 진행했다.
부총리급 전원을 비롯하여 내각의 실무라인을 신진 엘리트들로 새롭게 충원했다.
5개년계획(2021~2025)의 추진 동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내각 중심의 인적 개편도 진행했다. 뒤이어 진행된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과학기술인재, 행정일꾼, 당일꾼을 육성하는 문제를 중요한 정책적과제로 내세우고,
당과 국가사업, 경제사업에서의 ‘실제적 변화’를 위해서는 인재육성사업에서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정책적 역량을 충원하는 문제와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비해 당 핵심권력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당적 지도체계 강화에 편중되었다.
당의 영도적 기능을 통해 김정은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공고히 하는 방향에 집중했다.
8차 당대회의 기본사상을 ‘사회주의건설을 위한 주체적 힘, 내적동력 강화’로 규정했지만, 정작 새로 개편된 당내 조직기능은
당적 통제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경제와 관련한 신설부서는 기능이 한정된 ‘경제정책실’뿐이며,
당 경제정책부서들은 대체로 비중이 낮은 인물들로 충원되었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혁신적’인 당권력의 개편은 없었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결과는 새로 임명된 당 경제부장(김두일)이 불과 한 달 만에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경질된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당 지도기구 정례화: 유일영도체계 및 정책지도 강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당 지도기구의 정례화 수준도 상향시켰다.
개정 당규약에 당대회의 5년 주기와 이하 각급 당기구·회의체들의 정례화 내용을 반영했다.
당내 의사결정기구와 지도체계를 활성화하여 정책 추진구조를 보다 완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미 제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각급 당 지도기구들의 운영을 확대했는데,
지난해에는 특히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에 대응하여 정치국을 비롯한 당 회의체를 거의 ‘비상체제’ 수순에서 상시적으로 가동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방식도 ‘현장지도’ 중심에서 ‘정책지도’ 방식으로 선회했다.
각급 당 회의체들에서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전반적인 집행과정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국가 전반에 대한 당의 정책지도 권능을 높이는 동시에 유일영도체계의 강화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회의 중점방향을 5개년계획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경제, 군사분야를
비롯한 전반적 정책구조가 당 지도기구의 정례화 과정에 반영되어, 당 지도기구의 상시적인 운영으로 5년간의 정책
추진 환경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방식도 ‘현장지도’ 중심에서
‘정책지도’ 방식으로 선회했다. 각급 당 회의체들에서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전반적인 집행과정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국가전반에 대한
당의 정책지도 권능을 높이는 동시에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회의 중점방향을
5개년계획의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 지도기구의 정례화는 구조적인 모순점도 가지고 있다.
역점 과제를 비롯한 가시적 성과와 함께 정치, 경제적 부작용을 수반한다. 합리적인 정책논의 환경보다는 유일지배구조의 경직성도
드러난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에 따른 정치적 결정에 준하며, 이는 곧 당정책이자 국가정책으로 실행된다.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조용원 당비서가 경제관료들의 사업태도를 문제시하며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의도를 반대해나선
반당적, 반인민적행위”라고 성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리한 경제여건에서는 그 취약점이 더 잘 나타난다.
  권력층에 대한 당적 통제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결론에서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행위와 온갖 범죄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원회의에서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비호조장시키는 대상들을 일꾼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된 당 기구들을 중심으로 각급 권력층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통제가 강화되면서 숙청을 비롯한 피해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
당대회 결정 관철의 초기 단계에서 핵심권력층의 ‘보신주의와 소극성’을 문제시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면 목표: 2022년 4월 계기 ‘경제적 성과’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결정서 ‘제8차 당대회가 제시한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하여’를 채택했다.
이에 더하여 5개년계획의 성패는 올해 과업 수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경제정책 추진에서는 “실제적인 변화,
실질적인 전진”을 이뤄야 한다고 독려했다. 당대회에서 천명한 경제과업 방향에 맞게 각 부문별 세부적인 집행과제들을
재강조했다. 특히 살림집 건설은 “당대회의 권위를 보위하기 위한 정치적 문제”라면서, 올해 평양시에 1만 세대의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점이 주목된다.
지난 1월 20일 북한 개성, 남포, 강원 등 각지에서 군민연합대회가 실시됐다.ⓒ연합/조선중앙통신  
  제반 정책동향에서 올해 경제적 성과에 대한 절박함이 잘 나타난다.
내년 4월은 북한의 대표적인 정치적 계기다. 김일성·김정일 생일(110돌/80돌)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에 더하여
김정은 집권 10주년까지 겹친다. 당대회 결정을 관철하는 것과 함께 올해의 경제적 성과가 더욱 절실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정치·사회적 열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 후속조치 방향에서 청년동맹을 비롯한 근로단체의
정기대회 일정들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급 충성대회를 통한 분위기 쇄신을 추구하고 있다.
당 중심의 체제 동력에 기반하여 대내 역량을 총동원하는 정책적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당대회 일정부터 최고인민회의와 당 전원회의 등 연이은 정치일정이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