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02023.06.

5월 2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제24차 통일정책 강연회 현장. (휴스턴협의회 제공)

행동하는 민주평통 ②


미국 휴스턴협의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글로벌 평화통일 운동

“적극적인 공공외교 활동으로
통일운동의 새바람 일으킬 것”

5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미국 텍사스주 남동부에 위치한 휴스턴 서울가든 연회실에 18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행사장 왼쪽으로 태극기와 성조기, 오른쪽으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깃발이 나란히 놓였다. 민주평통 휴스턴협의회가 주최한 통일정책 강연회 현장 풍경이다.

휴스턴협의회는 2020년 1월부터 남북관계와 국제정치 분야 이슈를 소개하고 평화통일 해법을 모색하는 강연회를 열어왔다. 24번째로 개최한 이날 강연 주제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 강사는 영 김(Young Kim)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맡았다.

휴스턴협의회는 6월 24일에도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북한인권’을 짚어보는 25번째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강사는 한문수 미국 라셀대 교수로 정해졌다.
세계인이 참여하는 통일정책 강연회
휴스턴협의회가 미국에서 3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쉼 없이 통일정책 강연회를 이어온 이유는 뭘까. 김희철 휴스턴협의회 간사는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통일은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간사는 또 “그동안 남북협력, 미중 무역전쟁, 북중관계 등 매 시기 의미 있는 주제를 잡아 강연회를 진행한 덕에 참석자 범위가 차츰 넓어졌다. 이제는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행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그 부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올해 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Z세대가 참여하는 평화+통일 백분토론 경연대회’에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스리랑카 등에 사는 청년까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휴스턴협의회가 미주지역에 평화통일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진행하는 활동은 강연회 외에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던 2021년 1월, 온라인으로 ‘평화통일 4행시’와 ‘KOREA 5행시’ 대회를 연 것이 한 사례다. 당시 이 이벤트는 해외 동포 338명이 참여하고, 접수된 작품 수가 554점에 달할 만큼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북에 두고 온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쓴 90세 할아버지의 4행시가 특별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평’상에 마주 않아 칠순 아들 바라보니 오늘도 임자가 생각나오.
‘화’관 쓰고 마냥 수줍어 고운 얼굴 떨구던 임자가 보고 싶소.
‘통’절의 70년 억겁의 시간 임자 생각 어찌 찰나라도 잊었겠오.
‘일’없다 돌아앉고는 임자 그리움에 별 하나 별 둘 바라만 보오.

박요한 휴스턴협의회 회장은 이 작품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게 돼 온라인으로 마련한 행사였는데, 여러 작품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울리고 숙연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휴스턴협의회는 통일 미래세대인 청년층 대상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2022 미주지역 청년위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관련 행사를 꾸준히 연다. 온라인 공간에서 ‘평화+통일 백분 토론 경연대회’도 개최했다. 올 1월 진행된 ‘Z세대가 참여하는 평화+통일 백분토론 경연대회’에는 텍사스, 일리노이, 플로리다 등 미국 각 주뿐 아니라 한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스리랑카 등 세계 각국에 사는 청년까지 참가했다. 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한·미·일 삼각 공조’, ‘북한인권 문제’,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휴스턴협의회 관계자는 “청년들이 통일운동 역량을 강화하면 통일운동이 한 차원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휴스턴협의회가 청년과 여성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현숙 휴스턴협의회 문화예술 부회장은 “7월엔 미주지역 차세대 여성 리더를 양성하고 공공외교 외연을 확장할 목적으로 ‘제1회 미주지역 여성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2월 4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개최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도로(Korean War Veterans Memorial Highway)’ 제막식 참석자들. (휴스턴협의회 제공)
미국 정계와 함께 참전용사 기념 사업
휴스턴협의회가 또 하나 열성적으로 전개하는 활동은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 사업이다. 2월 4일 휴스턴협의회는 텍사스주 의회와 함께 54번 고속도로 특정 구간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도로(Korean War Veterans Memorial Highway)’로 지정하고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세자르 블랑코 텍사스주 상원의원과 조 무디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6·25전쟁 참전용사 20여 명, 한인사회 인사 등도 함께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박형래 휴스턴협의회 통일정책·통일교육 부회장은 텍사스에 참전용사 기념 도로가 지정되기까지 경과를 소개하며 “2019년부터 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평소 한인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블랑코 상원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조 무디 하원의원이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 이후에는 한인사회가 중심이 돼 표지판 설치 자금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전개해 총 2만 달러를 모았다고 한다. 이 경험은 공공외교에 기초한 통일운동 모범 사례로, 향후 휴스턴협의회의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6·25전쟁 미군 참전용사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희생한 분들”이라며 “앞으로도 휴스턴·엘파소·샌안토니오 등 텍사스 내 여러 지역과 루이지애나주 등 인근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께 존경의 뜻을 전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턴협의회는 자체적으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평화통일 인식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이문주 휴스턴협의회 통일정책위원장은 “이 조사 결과가 국민이 공감하는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휴스턴협의회 자문위원 수는 올해 기준 79명으로, 2019년 위촉된 19기 자문위원(59명)과 비교할 때 크게 늘었다. 청년 및 여성 자문위원이 많아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19기 당시 15명에 불과하던 청년자문위원이 20기엔 28명이 됐다. 여성 자문위원도 19기 17명에서 현재 30명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휴스턴협의회의 평화통일 활동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 휴스턴 평화통일 여행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도로
2월 2일 한미동행 70주년을 맞아 미국 텍사스주 주의회가 공식 지정한 도로. 텍사스주 엘파소와 일리노이주 그리그즈빌을 가로지르는 1197마일(약 1926㎞) 길이의 54번 고속도로 가운데 엘파소 미군기지(Fort Bliss) 인근 구간에 이 이름이 붙었다. 비무장지대(DMZ) 근방에서 채취한 흙으로 만든 벽돌을 깔고 그 위에 비석 3개를 세워 의미를 더했다. 비석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영어 문장이 새겨져 있다.
부서진 오벨리스크
미국 휴스턴 로스코 예배당에 있는 조각상. 미국 화가 바넷 뉴먼이 1963년에서 1967년 사이에 만든 작품으로, 미국 최초 대통령을 기념하는 워싱턴기념탑이 부러진 채 거꾸로 내리꽂힌 듯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 조각상이 만들어진 1960년대 미국은 인종 차별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사회 혼란을 극복하고 인종 간 화해가 이뤄지며 사회 정의가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