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톡 통일톡
성동구협의회
‘제2기 청년 한반도 미래전략 아카데미’
“청년이 평화통일
어떻게 이룰지 전문가와 함께 고민해요”
“질문 수준이 높아 고민되네요. 강사가 대답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텐데….”
손한별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의 농담에 수강생 사이에 왁자한 웃음이 터졌다. 엄숙하던 분위기가 일시에 풀어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성동구협의회가 기획·진행하는 평화통일 강연 현장 모습이다. 5월 11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청 2층 창의학습실에 모인 청년 50여 명은 손 교수의 ‘통일과 안보’ 강의를 듣고 앞다퉈 질문을 던지는 등 열띤 호응을 보냈다.
성동구협의회가 ‘청년들의 시각에서 평화통일 미래전략을 수립한다’는 취지로 ‘제1기 청년 한반도 미래전략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마련한 건 지난해 9월. 당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성동구협의회는 올 3월 2기 아카데미를 기획했다. 이번엔 1기의 2배에 이르는 100명의 수강생이 몰려 민주평통 사무처와 성동구협의회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제2기 청년 한반도 미래전략 아카데미’에 청년들이 몰린 이유로 첫손에 꼽히는 건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남북 청년에게 통일을 묻다’ 강연으로 시작한 2기 아카데미는 ‘역대 정부의 통일·대북정책 비교’(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국제 정세와 한반도 비핵화’(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이해와 인권 실상’(김영수 북한연구소장) 등으로 이어졌다. 남북관계 분야 최고 전문가를 강사로 섭외해 평화통일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한반도 미래전략을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기자가 참석한 일곱 번째 모임에서는 손 교수가 먼저 △미래 전쟁 특성, △한반도 전쟁 양상, △남북한 군비 통제 등에 대해 강의한 뒤 질의응답을 했다. 이후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분임토의를 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순서가 이어졌다.
3월 14일 ‘제2기 청년 한반도 미래전략 아카데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청년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강의 듣고 토의하니 청년들 비전 달라져
분임토의는 성동구협의회가 수강생들에게 내는 ‘숙제’다. 권일수 성동구협의회장은 “듣고 끝내는 일방향식 강의에 그치지 않고, 토론을 통해 청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도록 이끄는 게 우리 아카데미의 특징”이라며 “청년들이 직접 해야 하는 숙제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윤훈택 씨는 평생교육기관인 서울샛별학교 교장으로, 결혼이주여성과 학교 밖 청소년, 어르신 등의 중·고등 검정고시 학습을 무료 지원하고 있다. 윤 씨는 “평소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학습 지원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안향아 씨는 “여기 오고서 나처럼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진 청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아카데미에 참석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강의가 거듭되면서 긍정적 파급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막연히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평화통일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인식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할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생 김은설 씨는 성동구협의회 자문위원으로 아카데미에 참여했다가 새로운 비전을 찾았다. 김 씨는 “처음엔 남북관계 현안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는데, 강의와 토론을 거치며 언제부턴가 탈북민을 위한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성동구협의회가 아카데미에서 ‘청년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카데미의 콘셉트는 청년들이 강의를 듣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용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손한별 국방대 교수가 5월 11일 성동구청에서 ‘통일과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 취지대로 이날 강의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평화통일에 관해 자기 생각과 견해를 자유롭게 밝혔다. 정지호 씨는 “통일 관련 정책 용어를 일상적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어휘로 다듬어 젊은이 시선을 사로잡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청년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평화통일 굿즈 제작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전략, 중국이나 독일에서 유학한 청년을 외교통일 전문가로 육성하는 방안, 초·중·고 학생 대상 평화통일 교육 강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청년 싱크탱크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박준규 씨는 “정치,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청년들의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식에게 분단된 나라를 유산으로 남겨주면 되겠느냐. 우리 세대에서 남북 분단을 종식하자’고 이야기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논리로 통일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협의회의 목표는 아카데미 운영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청년의 활동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권 회장은 “아카데미를 청년 네트워크 구축의 기회로 삼아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환기하는 활동도 추진할 생각”이라며 “아카데미가 평화통일 청년 상설 기구로 발전하면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2기 청년 한반도 미래전략 아카데미’ 참가자들의 분임토의 활동 모습. (성동구협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