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한반도의 대응
올 초 남부지방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 문제로 제한급수 조치를 취했고, 주민들은 일상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상 기후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부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올해 1월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는 등 이상 고온으로 몸살을 앓았고, 3월부터는 동남아시아에서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하면서 이상 기후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등 각종 이상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 변화는 환경 피해만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자연 재해와 재난이 빈번해지고 그 강도 또한 높아지면 건강과 주거, 식수 등 사람의 일상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진다.
한반도의 경우 남한과 북한 모두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남한은 지난해 8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해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나타났고, 동시에 남부지방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북한 또한 작년에 봄 가뭄과 고온현상, 여름철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반복되고 있어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식량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남북한 모두 이상 기후에 따른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북한의 경우 빈번한 자연재해로 인해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행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SDGs 이행 현황을 담은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VNR)’를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농업 생산량 감소, 농업 기반 파괴, 토지와 물자원 감소 등과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자체 역량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며 국제협력 또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 위기는 남북의 경계를 고려하지 않기에 한반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는 만큼 협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남과 북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면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공동의 대안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남북한 공동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원인을 해소하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남과 북은 갈등과 대립보다 공존과 협력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최 은 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