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02023.06.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진단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 및 안보 분야 평가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성과
제로섬 미중경쟁 속 해법 마련 과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외교정책 비전으로 삼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보여준 외교정책의 5가지 특징과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추진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정책적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했으며, 한미동맹 복원을 목표로 삼았다. 한미 양국은 2009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동맹 변환을 이끌어냈지만, 지역 차원과 글로벌 차원으로의 확대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북핵 개발 및 실험으로 대한민국 외교는 대북정책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대미, 대중 외교 중점은 대부분 북한 비핵화에 맞춰졌다.

그로 인해 한동안 한국 외교는 한반도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중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으나, 그 결과는 한미관계 약화로 이어졌고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은 한중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 전체에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에 중점을 두면서 미중경쟁 구도 속에서 균형을 잡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한미관계 약화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은 미국에게 있어서 2급 동맹국으로 전락하게 됐다.
한국 외교의 지평 확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 번째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추진이다. 이는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의 강대국 반열에 올랐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글로벌 국가로서의 외교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4강외교 속에 갇혀 자국을 항상 중견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은 한국 외교력을 모두 소모하는 블랙홀이었다. 한국은 외교적으로 늘 북한 비핵화에 집중해야 했으며, 한미동맹 역시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지리적, 상황적 이유는 그동안 한국이 국력에 걸맞은 외교를 펼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실질적으로 넓히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과거 한반도에 함몰됐던 외교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유엔총회 참석 후 미국 뉴욕대에서 ‘뉴욕 구상’을 발표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새로운 규범 질서 수립과 아울러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도 제안했다. 방산 수출 성과도 올렸는데, 향후 한국 방위산업은 세계 4위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서를 발간해 다양한 지역에 대한 외교적 원칙을 천명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두 번째 특징은, 제로섬 미중경쟁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를 추진했으며, 외교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의 연대’를 구축했으며, 나토 국가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했다.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장에서 한자리에 모인 한 · 미 · 일 정상.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1년간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뉴시스)
현재 미중경쟁은 과거와 달리 제로섬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했으며, 당시 미중은 G2라고 불릴 만큼 협력 기조를 보였다. 그 영향으로 차이나머니가 미국으로 흘러들어왔고,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강화됐다.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관계는 무역흑자를 확대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국정책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맞이하면서 체제 경쟁과 이념 경쟁으로 바뀌게 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미국의 일방주의적이고 독자적인 정책이었으며, 한국은 여전히 미중경쟁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갖고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미국은 중국 때리기에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까지 동참하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중경쟁은 제로섬 경쟁이 돼버렸다. 미중경쟁에서 균형을 잡기는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연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세 번째 특징은,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동맹을 복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사(傾斜),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로 인해 한미동맹은 약화됐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일본과 호주가 중요한 동맹국으로 자리잡았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재정의하고, 지역 차원과 글로벌 차원의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확장억제력 강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에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명기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 방위를 약속했고, 한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미국과 핵 운용과 관련된 협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동안 한국은 북한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탄두 공중폭파 실험 등으로 인해 북핵 위협에 시달려왔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핵균형이 깨졌고, 북한 비핵화 정책 기조 역시 비현실적인 정책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옵션은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이다. 그럴 경우 원하는 상황에 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옵션은 미국 전술핵 재배치다. 이 경우 핵균형은 맞출 수 있지만, 원할 때 핵 사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했을 경우, 미국은 한국 내 전술핵으로 보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확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NCG 창설은 이 두 가지 옵션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라고 보인다. 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한다는 성명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이는 미국으로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두길 원했으며, 실제로 전문가 다수는 북한이 핵으로 공격했을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핵 확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합의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한미 양국은 핵 운용과 관련해 정보공유, 협의절차, 전략기획, 실행 등 네 부분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NCG 창설은 이 합의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과다.

나토의 핵기획그룹(NPG)은 30여 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그룹이며, 심층적인 협의가 어렵다. 또한 전략기획에 참여하는 국가는 주로 미국, 영국이다. 다른 국가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실행 부분에 있어서 전술핵이 재배치된 국가들은 자국의 투발수단으로 전술핵을 투발하는 훈련 정도에 그친다. 이에 비해 NCG는 양자 차원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기구이며, 전략기획 등 핵 운용에 있어 양자 간 심층적인 협의가 가능하다. 또한 미국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실전연습이 연합사령관 지휘 아래 진행된다. 미국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협의 과정에 있어서는 NPG보다 NCG가 더 심층적인 기구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네 번째 특징은,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을 좀 더 발전시키고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12년 만의 한일 셔틀외교,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은 경제·산업·과학·문화·인적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 걸친 양국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해 우리 전문가로 구성한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G7 정상회의에서는 히로시마에 위치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했다. 또한 7월 한·미·일 정상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3국 협력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기술 특임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펼친 외교정책의 특징으로 또 하나 언급할 것은 세일즈 외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약 40조 원에 달하는 2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첫 성과로 올 3월, 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렸다. 올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서는 3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미중경쟁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세일즈 외교 다변화를 통해 한국의 경제적 이익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 및 특징에도 불구하고 향후 과제도 있다. 미중경쟁 속에서 얼마나 유연한 정책 옵션을 추진해 우리의 이익을 보존하고 확대하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이 ‘룰세터(rule-setter)’의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다양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CHIP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 미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기구 내에서 주도적인 리더십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룰세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둘째로, 현재 미국은 자국 공급망에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의 첨단기술산업 부문을 포함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도 윈윈할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통해 자국의 경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 한중 간 경제적 관계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로섬 미중경쟁 국면에서 한국의 기민하고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 현 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