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02023.06.

사회, 도덕, 미술 등 다양한 교과를 융합한 커리큘럼으로 평화통일 교육을 실시하는 울산 문현초등학교 교실풍경. (울산 문현초등학교 제공)

생생교육현장


온·오프라인 연계해 평화통일 역량 강화 울산 문현초등학교

“평화통일 교육 패러다임 개혁,
우리가 시작합니다”

“남북 평화를 위해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뭘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만큼 배려와 관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5월 2일 울산 문현초등학교 4학년 2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날 수업 주제는 ‘남북한 문화를 상징하는 평화통일 캐릭터 만들기’. 사회, 도덕, 미술 교과를 융합해 구성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됐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함께 토론한 내용과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에 올렸다. 메타버스는 가상·가공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현실세계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의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평화통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울산 문현초등학교의 특징이다.

울산 문현초등학교는 지난해 3월 통일부가 지정한 ‘평화통일 교육 연구학교’가 됐다. 이후 평화통일 교육 사업인 ‘함께, 차오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남과 북이 ‘함께’하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다섯 가지(나라 사랑, 북한 이해, 통일의 필요성, 평화 의식, 평화통일 실천)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오름’이 ‘차’오른다는 의미를 담아 ‘함께, 차오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도적으로 평화통일 관련 행사를 만들어나가는 울산 문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 어린이들. (울산 문현초등학교 제공)
울산 문현초등학교는 메타버스 공간에도 동명의 ‘온라인 평화통일 교실’을 구축했다. 학생들은 자기 학습 결과물을 직접 올리고 발표하며 교사, 학부모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공간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노래 가사를 개사하고 평화통일 홍보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뒤 메타버스에서 뮤직비디오 시사회를 연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도 이용한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판문점 등 가상 평화통일 장소를 다녀온 뒤 감상 댓글을 남기거나 각자 책·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질문을 바탕으로 평화통일 독서 골든벨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학습 활동 공간을 온라인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울산 문현초등학교 교사들은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이 학생은 물론 학부모 등 교육 공동체의 평화통일 인식과 역량을 크게 올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업 공간을 오프라인 교실에서 메타버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까지 넓히면 학부모가 자녀의 평화통일 학습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평화 공감 문화를 조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교사들 생각이다. 그래서 여러 어려움을 감당하며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을 지속한다.

울산 문현초등학교가 온라인 평화통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의 초등학생은 2010년 이후 출생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릴 정도로 온라인 세상에 익숙하고 가상세계를 소통과 협업의 공간으로 여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학생들의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과 활동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오프라인 세계에 한정된 교육을 넘어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학생 참여 이끌 새로운 통일 교육 패러다임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과 더불어 울산 문현초등학교가 강조하는 것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평화통일 교육’이다. 이 학교에는 ‘차오름’이라는 이름의 자율 동아리가 있다. 통일과 북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는 활동을 직접 기획해 운영한다. 현재 5·6학년을 중심으로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편집해 만든 소식지 ‘문현 평화통일 이야기’를 발간하고, 9월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소식지와 기념품을 나눠주는 ‘평화통일 차오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울산 문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주관한 ‘평화, 통일 캐릭터 공모전’ 안내 포스터와 응모 작품들.
놀라운 것은 학생 중심 평화통일 활동이 교내 평화 자율 규칙 제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울산 문현초등학교 어린이 임원으로 구성된 학생자치회는 매달 각 학급 논의 결과를 반영해 학교 평화 자율 규칙을 제정한다. 이 학교 평화통일 교육 연구학교 담당자 금희경 교사는 “학급 자치 활동을 통해 학생들 의견을 모은 뒤, 학생자치회에서 민주적 회의를 거쳐 학생이 주도하는 평화통일 활동을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민주시민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울산 문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주관한 ‘평화, 통일 캐릭터 공모전’ 안내 포스터와 응모 작품들.
학생자치회는 지난해 5월 ‘평화, 통일 캐릭터 공모전’도 열었다. 학생자치회가 학생들이 만든 캐릭터를 심사하고, 100명에게 자체 제작한 텀블러를 상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학생자치회는 평화통일 물품 판매 나눔회를 열어 수익을 통일 관련 기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평화통일 교육 연구학교 사업이 2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학생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교사들은 “학생들이 평화통일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 문현초등학교의 올해 목표는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자기 주도적으로 평화통일 역량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업 모델 개발이다. 금 교사는 “통일 미래세대인 우리 학생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아이들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학교가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울산 문현초등학교 평화통일 자율 동아리 ‘차오름’ 학생들이 만든 소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