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3차 직능별 정책회의
‘가상현실 장마당’ ‘북 인적자원 지원사업’
청·장년 자문위원 최우선 과제로 채택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 동안 대전 유성호텔에서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23 제2·3차 직능별 정책회의’가 열렸다. 정책회의는 청년층 자문위원과 장년층 자문위원 각 80명씩을 대상으로 주제 강연과 조별 토론 및 발표, 직능 통일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직능 분야별 정책·실천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열린 이번 정책회의 주제는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통일 준비 과제’. 윤석열 정부의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다. 민주평통은 효율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경제과학,산업통상, 건설교통, 농림수산 직능 분야별 자문위원을 청년층과 장년층으로 나눠 10월 17~18일, 18~19일 1박2일씩 하루 간격으로 연달아 진행했다. 행사 1일 차는 업무보고와 정책 설명, 주제강연, 오리엔테이션, 조별토론, 2일 차는 직능 통일골든벨, 조별 정책 제안 발표 및 투표 등이 이어졌다.
행사 첫날인 10월 17일 오후 3시가 다가오자 대전 유성구 봉명동 한 호텔은 안부를 주고받는 자문위원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당일 새벽 장거리 이동 끝에 전국 각지에서 대전으로 도착한 자문위원들은 미처 짐도 풀지 못한 상태였지만 얼굴과 목소리에 활력이 넘쳤다. 6년 전부터 매년 직능별 정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전남 광양시협의회 소속 임채성 자문위원은 “직능별 정책회의는 자문위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색다른 의견과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자리”며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과 만나 대화하며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세대 사상 통제 강화에 나선 北
곧 본 행사가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격려 말씀 영상을 통해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점준 민주평통 자문건의국장은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준비와 민주평통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제21기 민주평통 활동 목표는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준비’, 활동 방향은 △통일·대북정책 추진 기반 고도화 △바른 통일 담론 확산으로 국민 통합의 플랫폼 역할 수행 △재외동포 글로벌 통일 네트워크 활성화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통일 미래세대 지원 등 4가지다.
김 국장은 “대통령의 대북 및 통일정책을 자문하고 건의하는 헌법기관이 바로 민주평통”이라며 “한반도에 자유, 평화의 가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북한 정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북한 청년세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이 한반도 상황과 국정3 과제와
연계한 토론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이어 주제 강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는 ‘북한의 실상과 이해’.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 정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북한 청년세대의 특징을 소개했다. 최근 남한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MZ세대다. 이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세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MZ세대와 같은 시기에 성장한 세대를 일명 ‘장마당 세대’라고 부른다. 학교나 직장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세대로, 부모세대와 차별화된 인식과 특성을 보인다. 북한의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집단의 이익이나 가치보다 개인의 부를 중시하거나 자신의 생존을 국가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체제에 걸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윤 소장은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의 법안을 제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이 청년세대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주제는 ‘남북관계 및 직능 전문가, 직능별 토론 과제’. 강연자로 나선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 센터장은 한반도를 엄습하는 이중 냉전 상황을 진단하고 북한 경제 현황과 남북 경제 통합의 효과, 국정과제와 연계한 토론 과제 등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 사회의 최대 갈등 중 하나가 이념 갈등과 남남갈등”이라면서 “이 때문에 통일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청년들이 남북한 사회 통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자세와 남북한 교류를 통해 그간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꼽았다.
이어진 오리엔테이션에는 직능별로 10개조로 나뉘어 조별로 조장을 뽑은 뒤 이색적인 조별 이름과 구호를 정해 발표했다. 자신이 속한 직능 분야에 대한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며 앞으로 직능회의에서 왕성한 활동으로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직능별 정책회의에 참여한 임채성 자문위원(전남 광양시협의회), 서유진 자문위원(경기 오산시 협의회)
조별로 진행된 토론 시간에는 정책 건의안과 조별 실천과제 선정 등에 관한 토의가 이어졌다. 민주평통이 제시한 조별 토론 주제는 △북한 주민들의 경제 상황 및 생활 환경 변화 방안 △‘남북 그린데탕트(한반도에서 평화 정착 및 공동체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남북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국가 전략)’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 과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개선하는 구상사업 △남북한 경제 통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분야의 ‘이산가족방문’ 콘텐츠 사업 △평화경제특구 추진 사업 등이다. 자문위원들은 토론이 종료된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며 직능 분야별로 추진 과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향후 사업 추진 여건과 효과를 전망했다. 나아가 자문위원 각자가 가진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 건의안을 준비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통일, 북한, 대북정책에 관한 문제를 푸는 직능 통일골든벨이 개최됐다. 첫 문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의장이 누구인지’ 맞히는 것. 문제가 나오자 자문위원 전원이 일제히 종이에 ‘대통령’을 적었다. 이어진 문제에서 오답을 골라 탈락한 이들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도전 기회를 얻었다.
청년들이 발굴한 ‘가상현실 장마당’
정책 제안 발표를 앞두고 자문위원들은 하루 전날 심혈을 기울며 마련한 건의안을 내놓았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장마당부터 남북한 청년 e-스포츠 대회, DMZ 생물 다양성 연구, 농림 수산 현대화 기술 사업, 친환경 북한 지하자원 발굴 사업, 백색 및 가전제품 재활용을 통한 북한 주민 환경 개선 사업, 통일 기원 비무장지대 마라톤 대회 등 다채롭고 이색적인 사업이 제시됐다. 이날 자문위원들이 1인 2표로 진행한 정책 제안 투표에서는 3조의 ‘가상현실 장마당’이 최우선 과제로 선정됐다.
각 조별로 정해진 주제에 따라 토론하는 자문위원들.
정책 제안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점준 국장은 “좋은 정책을 건의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오늘 제시된 정책안은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 구현을 앞당기는 하나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기 오산시에서 온 서유진 자문위원은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고 처음 참여하는 직능별 정책회의라 기대가 컸다”며 “출신 지역과 직능이 다양한 자문위원들과 소통하며 남북관계와 비핵화, 한반도 발전에 새로운 흐름이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오늘 마련한 정책 제언이 민주평통 활동의 근간이자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 이름으로 정책 제안, 자부심 느껴”
행사를 마치고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통일 준비 과제’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제21기 민주평통으로 선발된 80여 명의 청년층 자문위원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정책을 제안한 데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10월 17일 오후에는 장년층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다시 1일 차 정책회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정유석 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직능 분야별 통일·대북정책 및 통일 준비 과제 설명 이후 조별 토론을 통해 분야별 정책 과제와 구체적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등 준비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장년층 자문위원들은 정책 제안 투표에서 ‘통일을 대비한 북한 근로자 인적자원 개발 지원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