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국민 통합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
민주평통은 국민 통합·통일
한국 위한 용광로
정체성 정립·양극화 해소·역사인식
계도 앞장서야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뤘다. 그것은 국민 통합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팽배한 상태에서 그 명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위기의 상황으로, 통합의 대한민국, 통일의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먼 지경에 이르렀다.
현대 한국사회에서의 시대정신은 국민 통합이다. 국민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살고 있다. 이념, 지역, 직역, 계층, 빈부, 성별, 노소 등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갈등요소는 다양하다. 내부의 갈등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패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국민 통합은 국력 신장의 지렛대이며, 또한 성공적 통일을 위한 전제이자 근원이다. 국민 통합은 정치 슬로건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 법치주의, 호혜주의, 인정주의를 통하여 현실에서 바로 실천해야 한다.
남북통일 이후 사회 통합을 주도하려 한다면 남한이 정치, 경제, 이념(이데올로기), 사회복지, 교육 등의 측면에서 북한 출신 주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시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부터 통합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층과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지역, 남녀, 인종, 민족, 학력, 계층 등에 따른 각종 불평등체계를 개선해서 누구나 사회의 기회구조에 공평하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특히 극단적 이념대결, 정치만능주의, 사회양극화, 기득권층의 독식구조, 극단적 경쟁교육구조의 병폐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통일 준비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남한사회 자체가 좀 더 건강하고 성숙한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탈북자 문제는 통일 예비 ‘리트머스 시험지’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성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단절과 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사회구조 차원에서 볼 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회적 불신과 단절, 사회 양극화 현상, 고용 불안(실업, 비정규직) 등이 주요 원인이다. 사회의식 차원에서는 해묵은 이데올로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점과 다문화사회(다문화가정, 탈북자)로의 변화에 정신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적 불균형 등을 들 수 있다.
남남통합의 우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의 하나로 탈북자의 남한사회에의 조속한 적응을 통한 사회 통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입법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탈북자 정착을 위한 지원정책은 인도주의와 통일 준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탈북자의 안정적 정착은 통일 과정과 그 이후의 사회 통합을 위한 주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기아와 인권유린 등의 고통을 받아 온 탈북자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정착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들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취업 알선, 탈북청소년의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한 특성화학교나 대안학교 등을 늘리고, 생활안전망 확보 등을 통해 그들에게 양질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착 지원을 강화·확대해야 한다. 탈북자의 남한사회 적응이 용이해지면 남한사회의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바로 통합 가능한 비정치 분야의 남북한 사회 통합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통일을 예비하는 리트머스시험지와도 같다.
남북통일에 대한 관성적인 열망과 기대와는 달리 통일 이후 제도의 통합 과정은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 이전부터 남남통합을 바탕으로 한 남북한 사회 각 분야의 제도와 관습들을 통합 가능한 분야별로 통일화해 생활세계의 통합과 정신적, 정서적 통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향후 자연스러운 통합의 통일시대를 열 준비를 해야 한다.
제2차 직능별 정책회의에 참석한 청년 자문위원들이 조별로 토론을 거쳐 결정한 정책제안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남북한 사회 통합은 남북한 주민들이 통일된 정치·경제체계 내에서 공통의 민족정체성과 애착을 형성하고, 서로의 문화, 사상, 가치, 생활양식 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회의 기회구조에 공평하게 참여하고 혜택을 받으면서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다.
통일 이전 단계에서는 남북한 간 사회적인 측면에서 친화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사회성을 강도 높게 유지하고는 있으나 그 내용이 빈약하고 억압적인 데 비해, 남한에서는 헌법적으로 보장된 사회성이 실제로는 자유경쟁하에서 억압되는 경향이 있어 남북한 간에는 공통의 사회적 기초가 결여돼 있다.
남북한의 사회 통합을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문화·정서적인 측면에서 남북한 주민들 간의 동류의식과 연대감을 형성케 해야 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공통의 핵심가치와 상징에 기초해 민족적 화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가치와 사상을 공유해야 한다. 둘째, 출신 지역에 의한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기회의 형평성을 증대하고 기본적, 사회적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사회가치와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강제력을 가진 법적, 제도적장치가 필요하며, 사회 통합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정책 노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체계적,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성공적 통일 위해 문화적 다양성 인정 필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정치적, 경제적 화폐 통합이 단기간에 별다른 사회적 혼란 없이 진행됐고, 통일 전후 동독 이주민이 서독지역에 비교적 조기 정착한 것이 정치·경제학적, 외적 사회 통합의 긍정적 평가라면, 아직도 구 동서독인 간의 마음의 장벽 즉, 문화적 갈등과 차이의 간격이 큰 것은 그만큼 외적 통합보다 사회문화적, 내적 통합이 더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호체제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꾸준한 접촉과 다방면의 교류, 상호 차이의 인정 및 이해교육이 선행되는 것이 진정한 사회 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기본적으로 다원화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질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체계와 가치관, 생활양식들이 혼재된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다원성 속에서 공통의 국민정체성과 연대감을 이끌어내고 국민과 국가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을 때 성공적 통일이 이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향후 통일 정부는 다문화적 가치와 분배의 정의가 실효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통합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통일 한국의 사회 통합 과정에서 북한 주민을 포용할 수 있는 통합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우선 남한사회에서의 각종 불평등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민주평통이 남북통일을 예비하는 중요한 요소인 국민 통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생각해보자.
‘국민 통합의 용광로’ 민주평통의 역할
첫째, 민주평통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즉 국체와 정체에 대한 명확한 관점의 정립을 선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잘 구축해 국민 통합을 향도해야 한다.
둘째, 민주평통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적, 정책적 개선책을 제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공정한 경쟁질서가 세워져야 한다. 공정경쟁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각종의 불평등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특권층과 기득권층이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양극화와 특권의 상징인 최근에 화두로 떠오른 의대개혁은 물론이고 로스쿨개혁 등의 개혁 성과가 가시화되어야 사회 통합을 위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민주평통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계도해야 한다.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인식으로 미래를 기대할 수 없고, 정치적, 이념적 논리가 역사를 뒤엎는 상황에서 국민 통합을 기대할 수 없으며, 분열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올바른 역사 바로 세우기가 국민 통합을 위해 선급한 과제이다.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 단체원들이
9월 19일 중국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넷째, 민주평통은 북한 인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갈수록 처참해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넘도록 북한 인권 개선을 촉진해야 할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는 상황은 유감이다. 국제공조하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다섯째, 민주평통은 대한민국의 청년화를 주도해야 한다. 청년이 역사를 주도할 수 있도록.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오늘날 청년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이 문제는 결국 국가 미래의 문제이자 현실의 문제이다. 청년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청년들에게 굳건한 청년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주평통은 통일NGO의 연대와 연합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정부의 일관된 통일정책과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이 통일이라는 거대한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담론 형성에 동행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정부 차원에서의 통일을 위한 국제공조나 남북교류협력 등을 함에 있어서 협업과 분업을 통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민주평통이 린치 핀(중심축)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 용 상
민주평통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