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Ⅰ
제21회 통일기원 포항해변마라톤대회
유모차 끌고 가족 단위 부담 없이 참여
통일 염원 가득 품고 바닷길 달렸다
얼마 전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스포츠만큼 평화적이고 마음을 모아 하나가 되기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각 지역 협의회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화통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중 스포츠를 통한 활동도 있다.
제21기 민주평통 포항시협의회(회장 김승유)는 10월 8일 오전 8시 ‘제21회 통일기원 포항해변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하프(21.0975km), 10km, 5km 등 모두 3개의 코스로 진행됐다. 여러 지역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이 대회는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회에 비해 더 특별하다.
이번 대회는 지역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전국 마라톤 동호인, 포항시민 등 50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마라톤 출발 전 준비운동을 함께 하면서 몸을 풀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었다. 내빈 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정각 8시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프 코스 참가자들이 먼저 힘차게 출발했다. 하프 코스는 포항종합운동장을 출발해 포항운하관-영일대해수욕장-전통놀이공원주차장에서 반환, 동빈다리-형산강변체육공원-포항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코스.
해안 절경과 바닷바람에 막힌 속 뻥!
10분 뒤 출발한 10km 코스는 포항종합운동장-포항운하관-송도해안도로에서 반환, 송도여신상-형산강변체육공원-포항문화예술회관-포항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다시 10분 뒤에 출발한 마지막 5km 코스는 마라톤 동호인부터 시민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달리고 걷을 수 있는 건강달리기 코스로, 포항종합운동장-형산로타리-형산강체육공원(효자방향)-섬안큰다리-강변도로주차장에서 반환, 포항종합운동장(암벽장)까지 뛰는 코스로 진행됐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참가자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5km 코스에 필자도 참여했는데, 통일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이 대회에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포항 해안 절경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답답하게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포항해변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다.
김승유 민주평통 포항시협의회장 등 주최측 주요 인사들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마라톤대회 출발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포항 바다와 형산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달리면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때론 힘들고 고비가 찾아올 때는 서로를 다독이면서 스포츠 정신과 통일의 염원을 함께 담아냈다. 한 참가자는 “마라톤을 하며 때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록 경신을 위해 더 열심히 달려왔다”면서 “통일의 길도 어렵고 힘들지만 제가 완주한 것처럼 난관을 극복하면 언젠가는 평화통일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결과, 하프 코스 남자 1위는 1시간 11분 25초 13을 기록한 박현준 씨, 여자 1위는 1시간 28분 35초 79를 기록한 권보경 씨가 각각 차지했다. 박 씨는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마라톤을 즐기고 싶어 연습 삼아 나왔는데 기록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하고, 바람 말고는 힘든 점은 없었다”고 답하면서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안 되어도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강과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 7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권 씨는 “집 근처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해 참가했는데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면서 “내년에도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1~5위 입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이 수여됐다.
부모와 함께 참가한 한 어린이가 팔에 페인팅 체험을 하고 있다.
하프 코스 남자부 1위를 차지한 박현준 씨(맨 왼쪽) 등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기념 포토존, 페이스 페이팅, 건강관리(혈압·혈당 점검), 물리치료체험(스포츠 테이핑과 마사지), 북한음식 맛보기 등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함께 열린 통일기원 4행시 공모전에서는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평화통일상을 차지한 하수자 씨의 4행시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웠던 고향 산천, 친지들 잘 있는지
평: 평생 소원을 통일이라고 하셨던 한 분, 두 분이 떠나가셨네
화: 화가 치솟는 그리움,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오직 통일만 보고
통: 통일된 한반도에서 그리웠던 고향 산천, 친지들 잘 있는지
일: 일어서서 가고 싶은데 저 철책이 나를 가로막고 있네
하프 코스 여자부 1위를 차지한 권보경 씨(맨 왼쪽) 등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물리치료체험 부스에서
스포츠 테이핑과 마사지 체험을 하고 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대회는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통일에 대해 잘 모르고 참가한 사람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평화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남북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도 생긴 듯했다. 마라톤으로 하나 된 마음이 포항 해변에 가득 담겨 통일로 가는 길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었다.
김승유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포항 호미곶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과 시민의 마음을 담아서 힘껏 달린다는 취지로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전국에서 오신 많은 참가자가 힘껏 달려서 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국민에게 전하는 귀중한 기회가 됐고, 이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돼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달릴 것을 염원하며 민주평통 포항시협의회 위원들과 함께 이 대회를 계속 개최하고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김희열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안동시협의회) 사진 ·김희열, 포항시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