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현장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중고등학교’
탈북청소년에 부모·학교·가정
세 가지 역할
“통일되면 북한 가족과 친구들 선교할 것”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하늘꿈중고등학교(교장 임향자) 입구에 있는 희망나무에는 이곳 학생들의 소망을 담은 희망 메모가 걸려 있다. 통역관, 영어 교사 등 제각각 꿈과 열정은 다르지만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글귀들로 가득하다. 이곳 학생들이 이토록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은 모두 북한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북한이탈(탈북)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하늘꿈중고등학교는 통일부 등록 사단법인인 ‘좋은씨앗’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다. 초기 입학생은 대부분 탈북청소년이었는데, 최근에는 북한보다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산한 자녀)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입학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입학 연령은 17세에서 25세이지만, 30대의 아이 엄마도 이곳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갈 정도로 나이 제한은 딱히 없다.
하늘꿈중고등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특화된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특화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교사 6명과 학생 6명이 작은 규모의 시설에서 처음 학교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학교를 찾은 학생과 부모가 “학교가 맞냐”며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 17명과 학생 78명 규모로 커졌고,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학생만 630여 명에 이른다. 2015년에는 경기도 교육청 학력인가학교로 지정돼 이곳을 졸업하면 정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내 자식이라면 어떤 교육할까 고민”
아침 조회가 끝나자 각 교실에서는 AI 영어회화, 글쓰기반, 수학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됐다. 특히 학생들의 영어 수업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높았다. 북한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오면 실생활에서 영어 사용이나 영어 간판 등을 읽는 데 어려움을 체감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영어 캠프와 해외 연수 등을 매해 운영하며 학생들의 영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 학교 수업 시간은 일반 학교보다 긴 것으로 유명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7교시 수업을 꼬박 채운다. 학업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외부 봉사자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과외를 받기도 한다. 학생 한 명당 교사와 봉사자가 1~3명씩 붙어 집중 케어하는 셈이다.
예체능 교육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수영과 태권도 특별수업뿐 아니라 첼로 등 1인 1악기를 다룰 수 있는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들이 발품을 팔아 직접 수영장 대관과 태권도 강사 등을 섭외한 덕분이다. 이곳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송은주 교사는 “인근의 수영장 십여 군데를 넘게 전화한 끝에 수영장 대관을 허락받았을 때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자식이라면 어떤 교육을 받게 할까를 고민하고,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생님들과 함께 짠다”고 설명했다. 독서 교육도 중시한다. 1년에 100시수 이상을 독서 교육으로 할애하고 있다. 송 교사는 “학생들이 한국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20년째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임향자 교장.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런데 기숙사 시스템이 좀 특이하다. 교사 1명에 4~6명의 학생이 한집에서 생활한다. 성남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동, 석촌동 등 위치도 다양하다. 임향자 교장은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거나 혼자 한국으로 온 아이들이 많아 기숙사 생활을 선생님과 같이한다”며 “교사가 부모의 역할도 담당하며 아이들의 생활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일반 가정집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기숙사를 마련하기 때문에 월세와 생활비 또한 만만치 않지만 이들 모두 학교가 부담한다.
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꽤 높다.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했다. 북한이탈전형, 제3국 전형 등 학생들에게 맞는 대학 전형을 교사들이 일일이 찾아가며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지원한다. 또 직업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의 취업도 돕는다. 이 덕분에 졸업 이후에도 학교를 찾아 상담도 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졸업생 김혜지(가명, 30·여) 씨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과학을 가르친다.
탈북학생 맞춤형 교재 제작해 교육
한참 청소년기라 방황하는 일은 없을까. 이들 학생들을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건 기독교 신앙과 교사들의 헌신이다. 임 교장은 “아이들은 지금껏 생존에 집중해야만 하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인성과 민주시민, 법 교육을 중요시하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정규 교육과정을 가르치기 때문에 엇나갈 확률이 비교적 낮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또 “아이들 스스로 통일이 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상대로 선교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중심을 잘 지키고 우린 그걸 믿어준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부모, 학교, 가정의 세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학교가 목표”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 교육과 생활 지도로도 바쁘지만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탈북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는 것. 연구부장 강윤희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며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에 탈북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재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늘꿈중고등학교는 탈북청소년과 제3국 탈북주민의 자녀를 대상으로 수시 모집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문의가 가능하다(문의 031-758-2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