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집
광복절 경축사의 주요 내용과 의미
새 통일 담론 담은 ‘8·15 통일 독트린’
자유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새로운 다짐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 제79주년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에 대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한편, 우리 주도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 전략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우리에게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은 분단 이후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워온 우리의 성공 역사를
통일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식을 담은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
의미가 깊다.
윤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진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걸어온 역사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의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가치는 바로 자유”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임을 강조했다. 1945년 광복을 통해 남북 모두가 자유의 실현 기회를 만들었지만 분단을 통해 무산됐고, 분단 체제 속에서 자유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이 한반도 통일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역사적 소명이기도 하다는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자유의 정신이 실현돼야 평화도 이루어질 수 있고, 인권과 법치, 공정 역시 모두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자유를 통해 더욱 그 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는 가치들이다.
통일은 우리 정체성과 헌법 정신 바탕으로
우리는 분단 이후 자유의 가치에 기반해 대단한 성공을 이뤄왔다. 세계은행이 중진국의 모범적 사례로 언급할 만큼 우리는 투자와 기술 도입,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이러한 우리의 성공을 북한 주민과 함께 나눌 필요가 있고,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 땅’의 주민들에게 자유를 확장하는 계기가 바로 통일인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통일은 필요하다. 통일은 분단 비용을 해소하고, 안보 위협을 감소시키며, 주변국들의 전략적 각축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줄 것이고, 남북한의 미래 세대 특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안겨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통일 환경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 남북한 관계가 더는 민족 내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반통일적이고 반평화적이며 반민족적인 일방적 선언을 내놓았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 속에서 세계는 분열되고 진영화됐으며, 국제 질서의 불투명성과 유동성은 더욱 커졌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역과 국제 차원의 공감대 역시 약해질 위험에 처했다.
한국 사회 내의 변화 역시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분단국가에서 통일은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을 폄훼하는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 역시 자유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대내외적 여건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통일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지금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더욱 뜨겁게 불태워야 하고, 이제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개척해나가야 할 때다.
이러한 점에서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은 우리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을 위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지금부터 차분하고 정교하게 통일을 준비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 독트린의 가장 큰 특징은 통일을 우리의 정체성과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주도로 추진해나갈 것이며, 북한 정권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지만 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들과 적극 소통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가 남북한 체제의 어중간한 수렴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기반이 된 단일국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통일 대한민국’이란 표현 자체가 그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분단 과정에서 자유의 실현을 통해 광복 정신을 계승한 우리가 통일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통일 한국에도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의 덕목 ‘3대 통일 비전’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는 현재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갖춰나가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유의 완성을 위해 나아가고, 북한은 억압과 빈곤으로부터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통일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인 것이다.
먼저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는 자유와 인권이 충만하고 전쟁과 각종 재해·재난의 위험이 사라지며 이러한 안전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그러기에 모두가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나라로 해석될 수 있다.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는 남과 북의 역량이 결합한 무한한 잠재력이 첨단 과학기술과 사회적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실화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이 가능한 나라일 것이다. 또한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지만, 우리의 능력을 타국을 압박하거나 강압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 나라, 부유하지만 거만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존중하는 나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미래 세대에게 자유통일의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사진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단. (대통령실 제공)
마지막으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국가는 자유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계기로 인류 공통의 과제 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가치와 체제에 대한 폄훼와 이간에 대처하는 한편 통일 실현에 대한 무력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점에서 제시된 것이 ‘우리 안의 자유 수호’라는 과제다.
한반도에서 자유를 완성하고 광복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에 그런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와 인권이 억압받는 현실을 자각하고 사회 변혁을 위한 요구와 노력을 시작해야 하며, 우리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직접 그 필요성을 느끼고 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을 각성시키고 그들과 소통하는 통일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 역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더욱 적극적 지원과 연대를 보여야 하고, 이를 위한 협력 역시 강화돼야 한다.
北 주민 각성과 국제사회 지원 이끌어야
‘첨단 현장형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국제회의’와 같은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지속 추진, 북한이탈주민 역할 강화,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제안, ‘국제한반도 포럼’ 등 국제적 연대 추진은 모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통일 프로그램의 개편과 보완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일 편익을 부각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힘으로써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미래의 통일 한국이 얼마나 큰 자유와 행복을 안겨다 줄 것인지, 그 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 노력과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 확대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자유 개념에 대한 각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역할 확대는 국민이 주인인 자유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일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모두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대화협의체의 가동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관리할 필요도 있다. 또한 국제사회가 한반도 통일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북한 정권이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며 통일을 부정하고 대결적 남북관계를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은 통일 독트린을 통해 남과 북의 주민은 분단을 극복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제 우리 사회 내의 고질적인 진영 논리 극복, 북한 정권의 시대착오적 권력에의 집착 탈피, 북한 주민들의 각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호응을 위한 노력의 실행이 남아 있다. 2024년을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질 때다.
차 두 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