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12024.9·10

특별 인터뷰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신임 사무처장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만드는
미래의 통일 모습 보여주고 싶어”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분단 이후 최초로 차관급 관료직에 임명된 북한이탈주민이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참사와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 처장이 우리나라로 망명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21대 국회의원을 거쳐 7월 19일부터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망명한 지 정확히 8년 만이다.

사무처장 취임 소감과 함께 민주평통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새암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박새암 사무처장으로 임명되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태영호 처음에 사무처장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이 자리가 나한테 과연 합당할까’ 많이 걱정했어요. 대통령께서는 일관되게 ‘북한 주민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셨어요. 이는 정책이라든가 통일 방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부터 탈북민들을 참여시켜 북한 주민의 의사를 담으려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 직할하는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저를 임명하시지 않았겠느냐 생각합니다.

박새암 민주평통을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할 계획인가요?

태영호 첫 번째는 사무처 운영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운영하는 건데요. 민주평통은 1981년 창설 이후 지난 43년 동안 헌법 정신에 따라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헌법 정신을 실현하는 헌법 조직이고 자문회의 운영과 구성 등에 대한 규정도 법으로 아주 촘촘하게 돼 있거든요. 앞으로 이러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자문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또 사무처를 운영하자고 합니다. 두 번째가 중요한데, ‘다름에 대한 인정’을 중시하려고 합니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조직 안에서 이념적으로 편향돼서는 안 됩니다. 또 보수와 진보를 비롯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다 같이 들어와서 함께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 쉽게 이야기하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北 주민 의사 담긴 통일정책이 목표
박새암 윤석열 대통령께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시나요?

태영호 ‘독트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확신을 가지고 추진해나갈 통일정책 방안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이번 경축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만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의사가 담긴 통일정책을 만들고 통일의 여건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지난 정부와 가장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지난 시기에는 남북 대화에서 또 통일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데서 기본 주체를 북한 당국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통일 환경이 대단히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남과 북의 공통분모로 여겼던 통일이라는 이 거대한 의제가 지금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북한 김정은은 정책적으로 ‘두 개 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은 입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하려면 누군가 주도하는 사람이 있어야겠죠. 그래서 이번 통일 독트린의 핵심은 우리 정부가 통일을 주도하고,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 원칙에 의해서 통일이 된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김정은 정권과 완전히 상대 안 하겠다는 건 아니거든요. ‘남북 대화협의체’도 만들겠다고 했고. 동시에 북한 주민들과도 직접 소통하면서 국민이 선택하는 통일 방향으로 지향성을 정하자, 이게 이번 통일 독트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새암 윤 대통령의 8·15 독트린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평통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태영호 민주평통의 의장이신 대통령께서는 탈북민들을 우리의 통일 역량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탈북민들을 많이 위촉해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민주평통의 활동에 많이 녹여내려고 합니다. 또 우리 정부의 통일 방안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잘 알고,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지 자문위원들이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들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시민통일교실’이나 ‘통일(골든벨) 퀴즈’를 통해서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할 생각입니다. 정부의 통일정책이 국민에게 잘 스며들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 역할이 바로 우리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박새암 아나운서(왼쪽)와 인터뷰 중인 태영호 사무처장.

“북한은 지금 한류와 소리 없는 전쟁 중”
박새암 개인 유튜브 구독자가 30만 명이 넘으시던데요.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태영호제가 영국에 있을 때 아들이 영국 중학교에 다녔는데 하루는 ‘아빠, 왜 북한은 인터넷을 못 하게 하고 유튜브를 보지 못하게 하느냐’고 그러더라고요. 아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과제도 풀고 많은 걸 배운다고. 제 자녀뿐만 아니라 북한 젊은 친구들이 해외에 나오면 다 유튜브를 보더라고요. 그다음부터 저도 유튜브를 관심있게 보면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도 유튜브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박새암 유튜브를 통해 북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태영호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게 되지만 현실과 다른 내용을 접하면서 그것이 진짜 현실인 줄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현실을 아주 그대로 담는 내용이 많아요. 저는 유튜브를 통해서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이 북한보다는 정말 잘살고 살기 좋은 나라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쉬운 나라는 아니다. 한국은 정말 경쟁이 치열하고 본인이 엄청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쉽게 전달해서 앞으로 한국에 오는 탈북민들이 미리 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박새암 앞으로 이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북한 사회 내의 변화를 더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태영호 지금 북한 내부에서는 한류와 전쟁 중입니다. 김정은이 ‘보이지 않는 대결,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했거든요. 북한 당국도 이제는 한국이 잘산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 ‘한국이 잘살면 뭐해. 한국에 가면 정착하기도 힘들고, 결국 많은 탈북민이 소득에서 중하위권에 속하고, 한국은 경쟁 사회고 언어도 통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정착에 실패한다. 그러니까 그림의 떡이다’ 이런 선전·선동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해외에 나온 탈북민, 특히 젊은 친구들이 유튜브나 이런 걸 통해서 ‘과연 자기가 한국에 가면 정착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자기를 한국 현실에 오버랩시키면서 많이 그려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탈북민들의 성공적 정착이 중요합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헤쳐나가면서 점차 진정한 한국민이 되는 과정을 보여줘서, 북한 주민들이 공감한다면 앞으로 이것이 통일한국의 미래상이죠. 그래서 SNS 활동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새암 최근 민주평통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멘토링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태영호 탈북민들이 정착 과정에 여러 가지 애로가 많아요. 그런데 바로 옆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르고 혼자서 그걸 자꾸 헤쳐나가려고 하거든요. 민주평통은 지역마다 자문위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직접 탈북민들에게 멘토링을 해서 그들의 애로사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잘 알려주고 도와준다면 이제 우리 탈북민들이 지역사회에 좀 쉽게 뿌리내리고, 한국 사회에 적응을 잘할 수 있겠죠.

박새암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태영호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대단히 불안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있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에도 이제 곧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또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에 무기 수출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다들 불안해하고 계시는데요. 우리가 지난 70여 년 동안 한반도에서 평화가 어떻게 유지됐을까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야 됩니다. 바로 튼튼한 한미동맹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이 평화를 계속 유지하려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 협력체계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北 주민, 언젠가는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박새암 대한민국에 오신 지 8년 만에 국회의원도 하셨고 이번에 차관급 기관장에도 오르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꿈을 꾸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태영호 윤 대통령께서 저를 사무처장에 임명하시면서 북한의 엘리트층 공무원 사회를 향해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미래의 통일상은 바로 이런 거다. 남과 북의 공무원들이 같이 앉아서 서로의 차이점과 다름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이 모습을 통일 전에 지금 저희들이 먼저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사무처장직을 잘 수행해서 앞으로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미래 통일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제 꿈입니다.

박새암 마지막으로 민주평통 상임위원과 자문위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태영호 자문위원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각 분야에서, 삶의 현장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통일의 싹을 키우는 데 앞장서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일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 여러분, 차별받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화적인 통일을 제가 준비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언젠가는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특별 인터뷰

진행·박 새 암 민주평통 상임위원(아나운서) | 사진·지 호 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