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이든 시대의 한미협력
실현·지속 보장된 핵합의 만들어야
미국 신행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나갈 것인가를 두고
갖가지 예측과 주장, 논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에게 기회일까 도전일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국의 북핵외교를 위한 기회요인과 도전요인을 모색한다.
1월 20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됐다. ⓒ연합
  탈냉전기에 들어 지난 30년간 국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논쟁이 반복되었으며,
수시로 국론 분열의 몸살도 앓았다. 북한의 중대 핵·미사일 도발 또는 남북대화 제안, 국내의 정권교체,
미국의 정권교체가 있을 때마다 논쟁이 재연되었다.
2021년 1월 20일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해석과 한국의 대응방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들끓었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중소국가뿐만 아니라 중국·독일·프랑스·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도
바이든 행정부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강대국이건 중소국이건 자신의 국익을 위해 호의적인 대외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과 같은 세계화와 세력정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지금쯤 모든 국가에서는 정파를 막론하고 정부·정치인·전문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익 보호를 위한 대미 외교방향을 숙의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의 논쟁
  그런데 다른 대다수 국가와 한국의 대응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서로 머리를 맞대 미국 신행정부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숙의하는 게 아니라, 제각기 미국 신정부의 동향을 해석하고
주장하기 바쁘다. 심지어 이런 국내의 논쟁에 미국을 직접 끌어들이기도 한다.
다른 나라는 중소국가일수록 외교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경계하며, 국민합의를 만들고 지키려고 한다.
중소국은 국론이 분열되면 국력도 분산되어 주변 강대국의 공략에 휘둘리고 무너지기 십상이다.
역사를 보면, 소국이라도 국론이 결집되면 강대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반면 중견국이라도 국론이 분열되면 강대국에게 당한다.
1939년 인구 300만 명의 핀란드는 소련의 침공을 격퇴했지만, 2014년 인구 4,400만 명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크림반도를 빼앗겼다.
국민 단결의 차이가 초래한 결과이다.
오늘날 동북아 정세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외교안보적 전환기를 맞았다.
북한 핵무장의 진전으로 한국은 더 물러설 공간도
기다릴 시간도 없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해
국민합의와 한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늘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과 한일 갈등 등 복합적인 외교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국론과 국력이 결집되어도 감당하기 어렵다.
오늘날 동북아정세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외교안보적 전환기를 맞았다.
북한 핵무장의 진전으로 한국은 더 물러설 공간도 기다릴 시간도 없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해 국민합의와 한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치권과 정책공동체는 정부와 함께 새로운 국제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평화를 한 걸음이라도 진전시키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한국외교의 기회 혹은 도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사실 바이든 신행정부도 아직 자신의 대북정책을 모를 것이므로 대부분 아전인수적 분석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고 발표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다음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국의 북핵외교를 위한 기회요인과 도전요인을 찾고자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일성으로 철저한 정책 검토를 공언했다.
수개월에 걸친 정책 검토를 끝내기 전에는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을 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1월 22일 일일브리핑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래와 같이 준비된 답변을 제시했다. 짧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사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관점은 의문의 여지없이 당연히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명백하게 북한을 억제하는 데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 국가이익)을 갖고 있다.
우리는 미국민과 동맹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현 동향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에서 시작하며, 진행 중인 압박 옵션과 미래의 외교 가능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와 같이향후 경로를 결정하고 억제를 같이 하기 위해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히 일할 것이다.”
  또 다른 발언은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 지명자가 1월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 것이다.
4시간에 걸친 인준 청문회에서 에드 마키(Ed Markey) 민주당 상원의원이 유일하게 북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우선 북핵 프로그램의 ‘검증가능한 동결’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단계적 합의(Phased Agreement)를 지지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블링컨 지명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모든 접근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며, 그럴 의향이다.
이 문제는 매번 미 행정부를 괴롭힌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사실 더욱 악화되었다.
정책 검토의 목표는 우리가 가진 옵션이 무엇인지,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무엇이 효과적인지,
다른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가능할지를 찾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은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과 일본과 긴밀히 협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
과거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관여하면서도, 북한주민에게 인도지원·의료지원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았듯이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깊이 들여다볼 것이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1월 21일 외교안보분야 연두 업무보고회를 열었다.
여기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핵합의 불발로 인한 북·미관계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한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한미협의를 조기에 개최하고 조율된 대북전략을 수립하며,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로 비핵화를 진전시킨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때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한국외교가 당면할 기회요인과 도전요인은 무엇일까?
  사키 대변인과 블링컨 지명자의 발언 및 여타 미 민주당계 인사의 발언 중에서 주목하고 활용해야 할 기회요인이 있다.
△한국과 긴밀한 대북정책 협의, △북핵 문제에 대한 높은 경각심,
△단계적 비핵화의 불가피성 인식, △초기 핵합의로 핵동결과 제재 완화의 교환 모색, △북한 주민에 인도지원·의료지원 제공,
△외교적 유인책 제공, △웬디 셔먼, 성 김, 커트 캠벨 등 한반도·동북아 전문가의 포진 등은 우리에게 기회요인이다.
그 외에도 △미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북 관여정책(클린턴 행정부의 1994년 북·미 기본합의와 2000년 북·미 코뮈니케 채택, 1999년 페리프로세스 보고서 등),
△미 민주당과 한국 진보여당의 정치철학 공감대 등 정치적 기회요인도 있다.
  한편, 주의하고 극복해야 할 도전요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정치 집중,
△북한 문제의 외교적 후순위, △북한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 △상향식 실무협의 중시,
△강력한 핵검증 요구, △미·중 경쟁의 영향 및 중국의 비협조 가능성, △국내 남남갈등, △‘핵군축’ 협상에 대한 논쟁 등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국내 위기 상황과 민주당 행정부의 인권·가치외교 중시도 그런 추세를 조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전략적 관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기 고위인사의 발언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오늘날 북핵은 동맹국에 대한 안보위협에 그치지 않고, 아태지역 미군과 미국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위협이다.
따라서 미국은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핵을 없애기 위한 비핵화 외교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역사적기록을 세웠지만, 전략 부재로 실질적 비핵화에는 실패했다.
그 어려운 과제는 바이든 행정부로 넘겨졌다
지난 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
  블링컨 지명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는 매우 어려우며, 매 행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고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은 깊은 고민 속에서 △당면한 핵·미사일 시험도발을 방지하고, △8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핵·미사일 증강계획을 중단시키고,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하며, △북·미 대화 재개의 기회를 찾고, △효과적인 비핵화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기에 북·미 접촉을 갖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2018년 4월 이후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 것을 평가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지지하며, 공동성명에 따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해
북·미 대화를 조기에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사실 한미가 추구하는 대북정책 목표가 다 포함되어 있고,
이를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약속했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도 계승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성명을 북·미가 재확인하면, 북한의 향후 핵·미사일 도발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2021년 중반을 지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의 위험에서 점차 벗어나면, 가능하면 빠른 시기에 북·미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의료·방역지원을 위한 남북대화가 언제라도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 동안 한미 정부는 더욱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미 정부 모두 단계적 비핵화에 공감하고 있어, 우선 초기 핵합의를 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한미가 제공할 상응조치 패키지를 개발해야 한다.
한미는 실현 불가능한 핵합의로 오히려 북핵사태를 악화시켰던 과거 북핵외교에서 교훈을 얻어,
낮은 신뢰 수준에서도 실현 가능하며 지속성이 보장된 핵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위한 한미 정부의 긴밀한 협의와 분발을 기대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