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22021.02

평화통일의 창

“최고에게만 드립니다”

북한 최고 과학·기술자만 받는 이것!



  북한에서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의 기관차라고 불린다. 기관차가 만들어내는 추진력에 의해 열차가 움직이듯,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을 선도한다는 의미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은하과학자거리, 위성과학자주택지구, 미래과학자거리, 연풍과학자휴양소 등 과학기술자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휴양 등을 위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를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해석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실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하는 것은 김일성 시대부터 이어오던 오랜 전통이었다.

북한 과학기술 정책 강조의 꽃 ‘2·16 과학기술상’
  김일성 주석은 귀한 인재라는 측면에서 과학기술자들을 챙겼다. 과학기술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면 출신 성분이나 사상 등도 묻지 않고 등용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수재교육, 컴퓨터, 자동화, 로보트화 등에 대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였고 CNC 개발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 전략도 직접 구상하고 이끌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만든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을 충실히 실행하는 중이다.

  과학기술자에게 집이나 휴양소 같은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우선시 한다는 정책적 방향, 즉 최고지도자의 지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과학기술전당을 세운 것은 명확한 신호였다. 이후 7차 당대회와 신년사, 전원회의 결정서 등에서 과학기술중시 정책은 더욱 명확하게 강조되었다. 2018년 4월에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마무리 짓고 과학기술과 교육을 중심에 둔 경제발전 전략이 채택되었다.

  ‘2·16 과학기술상’은 김정일 위원장의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강조하면서, 개별 과학기술자들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하는 의미에서 2003년에 만들어졌다. 1990년대 말, 극심한 경제난을 어렵게 극복한 북한은 과학기술, 그중에서도 국방공업 부문의 앞선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을 혁신시키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이런 계획은 2003년 10월 1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를 정리한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로 구체화되었다. 뒤이어 2003년 10월 29일에 개최된 ‘전국 과학자, 기술자 대회’는 이러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앞장서서 수행할 과학자,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사였다.

  ‘2·16 과학기술상’은 과학기술 부문 최고의 상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특출한 기여를 한 대상과제들과 개별적인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수여”하도록 제정되었다.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 부문에서 연구된 새로운 발명, 발견 및 과학연구성과 가운데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된 과학연구성과, 국보적 가치가 있는 과학기술도서, 사전 및 프로그람 등에 수여”되며, 개인뿐만 아니라 ‘과제’에도 수여된다. 또 상을 줄 때에는 증서나 메달과 함께 상금(상품)을 주어 물질적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엄선, 또 엄선을 거쳐 선정되는 ‘최고 과학자, 기술자’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어 과학기술자들에게 주는 명예로운 상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최고 과학자, 기술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로력영웅, 공훈과학자 등과 같이 최고과학자, 기술자에게 붙여주는 칭호도 새로 마련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당의 과학기술중시로선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 발표 10주년이 되던 2013년 11월 13일에 개최된 ‘과학자, 기술자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과학기술정책을 담은 문헌, “과학기술발전에서 전환을 일으켜 강성국가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가 발표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를 선정하여 수상하는 제도는 이 당시 마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6명이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명 미만의 극소수 과학자, 기술자에게 이 상(호칭)이 수여되었다.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된 사람들은 공훈과학자 칭호, 로력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이 많고 김일성훈장을 받은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이미 인정받은 과학자, 기술자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이 엄선되어 선정된다. 아마도 과학기술자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일 것이다.

  연구결과를 생산에 도입하는 것을 전담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리충길은 2016년 6월 30일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회의에서 “2·16 과학기술상 수여사업과 년간 최우수과학자, 기술자선정 및 평가사업”을 잘해서 과학자, 기술자들의 적극성을 이끌어 내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으로만 수상자를 평가하지 않고 이것이 국가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까지 고려한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2·16 과학기술상 수여사업과 최고 과학자, 기술자에 선정된 과제나 연구주제를 보면 북한 경제의 변화 방향 및 깊이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강호제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