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22021.02

세계는 지금-쿠바의 다큐멘터리 감독

한국과 쿠바를 문화로 연결하는
정호현 자문위원

한류 열풍 속, 한국 방문 꿈꾸는
쿠바 사람들


첫눈에 반해 정착한 쿠바, 15년 후 양국의 다리가 되다
쿠바에는 단 두 명의 자문위원이 있다. 그중 한 명인 정호현 자문위원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쿠바에 정착한 지 15년째다. 그는 현재 한-쿠바 교류협력 아바나 책임자로 일하며 쿠바에서 한국영화제를, 한국에서 쿠바영화제를 개최하며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그는 2014년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회장 오병문) 자문위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립한 한인후손회관 '호세마르티 한국쿠바문화클럽'의 총무도 맡고있다.

정호현 자문위원은 한국인 최초의 쿠바 영주권자이다. 2004년 처음 쿠바 땅을 밟았을 때 만난 팔마 나무에 흠뻑 빠졌고, 소박한 사람들이 평화로운 곳에서 천천히 사는 모습에 반했다. 가난하지만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곳에서 잠시 살아보려 했는데 쿠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사적인 연애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2011)’을 통해 쿠바와 한국의 자화상을 풀어내기도 했다.

정호현 자문위원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쿠바 한인후손문화원 총무로 일하고 있다.
Q. 현재 쿠바에 거주하는 한인 현황은?
한국 국적을 갖고 쿠바에 사는 분은 약 30명 정도 되고, 1921년 쿠바로 넘어온 한인 후손은 천여 명 정도 됩니다. 지금은 후손 6세대까지 진행되어 외모상의 한인보다는 역사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한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Q. 쿠바로 온 한인들의 역사가 궁금하다
멕시코로 이주했던 에네깬(멕시코로 이민 온 한인들이 일했던 농장) 이민자 중 약 300명이 1921년 3월 다시 배를 타고 쿠바로 왔습니다. 이후 한인회를 조직하고 여성회, 한글학교 등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십시일반 돈을 모아 김구 선생에게 독립자금을 전달한 것이 확인되면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훈장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에는 여기저기로 흩어져 살게 됐고 한국과 단절되면서 한국어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한국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지금은 한인 후손들이 본인의 가계도를 확인하고, 한인임을 자랑스러워합니다.

Q. 쿠바는 한국보다는 북한과 가까울 것 같은데
한국과 쿠바는 미수교국이지만, 북한과 쿠바는 1960년 수교를 맺고, ‘같은 전선에서 싸우는 전우’로 지금까지 정치적 형제국으로 지냅니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쿠바혁명광장에서 노동자들이 대대적인 행진을 하는데, 이때 단상에 늘 북한 고위급 관료가 초대 손님으로 앉아 있기도 하죠. 쿠바 국민들에게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한쪽은 자본주의, 한쪽은 사회주의인 곳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삼성, 엘지, 기아, 현대, 대우 등 한국 기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쿠바인들에게 제품 신뢰도도 높은 편입니다.

Q. 쿠바에도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문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한국 드라마, K-POP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중년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떴는데, 지금은 젊은 층의 K-POP 사랑도 만만치 않습니다. K-POP은 ‘건강한 춤’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부모들도 자녀들의 K-POP 춤 연습을 지지합니다. 삼삼오오 모여 선곡을 하고 가사를 번역하며 춤을 연습합니다. K-POP 뮤직비디오의 칼군무에 환호하며, 경연대회에 참석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으로 초대받는 꿈을 꿉니다.

거리에서 K-POP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
Q. 자문위원으로서 평화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쿠바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입니다. 쿠바에 거주하는 아시아 여성들이 만든 아시아 여성회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차 한 잔하고 음식을 나눕니다. 음식 재료 조달이 쉽지 않은 타지에 살다 보니 우리의 음식이 많이 그리운데, 북한 분들과 김치나 두부 등을 나눠 먹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조상이 나라를 떠날 때 한반도가 하나였듯, 쿠바의 한인 후손들에게 한반도는 하나의 나라입니다.

Q. 한국과 쿠바의 관계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에서 남북이 공동영화제를 개최하면 좋겠습니다. 쿠바 산업예술영화진흥위원회에 문의하니 남북이 원하면 영화제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대사관이 없으니 북한 대사관에서 영화제를 제안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또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많은 쿠바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여기서는 한국어 교육이 어렵습니다. 쿠바가 미수교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지원도 어렵다고 하는데, 교재지원과 쿠바 교사에 대한 지원, 한국 교사 파견 등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쿠바 한인후손문화원 전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