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22021.02

진단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 집행과정에서 갈등 줄이는 노력 필요



지난해 12월 14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이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쟁을 살펴보고, 법 집행 과정에서의 과제를 제안한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가 많다. 논쟁이 과열되어 국론이 양분되면 사회적 에너지가 그 논쟁에 휩쓸린다. 이미 다가온 기후변화나 인공지능 문제에 쏟아야 할 관심까지 이념적 논쟁에 소모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북 문제는 이런 갈등의 한 가운데 있다. 최근에는 대북전단 살포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 현 정부와 다른 의견을 말해도 탄압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다양성을 바탕으로 미래사회 문제를 국민 관심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되었다.

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우선순위와 이해조정의 문제
  북한법 연구자로서 지난해 연말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과정을 짚어본다. 우선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2020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재석의원 187명 전원이 찬성한 개정 법률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살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사분계선이라는 장소 제한, 전단 살포라는 행위 제한이 있어 대다수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과는 무관한 이 법이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개정에 대해서 국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맞서며 여론이 분열됐고 외국의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논의가 더욱 복잡해졌다.

  논란이 된 주장을 살펴보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전단살포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군사분계선 인근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제한이 가능하다는 주장, 북한 주민에게 외부 실상을 알리기 위해 전단살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 미국법과 달리 한국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공익을 위해 제한이 가능하다는 주장,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유입을 증진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등 외국의 입장과 충돌한다는 주장이 있다. 모두 타당한 주장이고 어느 하나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문제는 우선순위에 대한 이해조정의 문제이다. 이런 다양한 주장 뒤에는 순수한 관심도 있지만 전단살포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현 정권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가세하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혔다.

  2005년에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한민국헌법」이 정한 평화적 통일을 구현하기 위하여 남한과 북한의 기본적인 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이 법은 “남북관계는 정치적·파당적 목적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되며,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 했다. 이 법에서 정한 정부의 책무는 “남북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한과 북한 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며,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노력, 민족동질성 회복노력,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증진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된 조항은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로, 누구든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연합
잠정적 특수관계에서 오는 혼란과 법률의 역할
  남북관계발전법을 객관적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남북한 관계는 잠정적 특수관계이며 통일의 시기나 방향은 아직 가늠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남북관계는 그냥 방치할 수도 없는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하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부에게 여러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긴장완화를 통한 평화증진 그리고 경제공동체 형성과 민족동질성 회복이다. 법이 정한 원칙에 동의하더라도 정부가 세부 실천사항을 시행하려 하면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일인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이 있고 그런 법률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선거를 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의 논란을 보면 다양한 논의를 통해 미처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까지 거론된 것은 건설적 측면이다. 또 그런 논의가 국내를 넘어 외국까지 무제한적으로 확대된 것은 소모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다시 남북관계발전법으로 돌아가 보자. 이 법이 정한 기본원칙은 “남북관계의 발전은 자주·평화·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 공동번영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하는데, 이 조문에 들어있는 자주, 평화, 민주는 원칙으로 수용하는 것은 쉽지만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런 기본원칙을 추구하는 정책은 정권에 따라 그리고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지난 연말의 법 개정은 현 정부가 선택한 하나의 방향이다. 법 개정을 반대하는 논거도 많지만 지지하는 논거도 많다. 자세히 보면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있다. 그런 주장들을 하나씩 끌어내어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여 제시한 의견 또한 나의 관점에서 본 하나의 견해를 덧붙일 뿐이다.

  법률가인 필자는 법 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않는다. 법은 개정되었고 조만간 시행될 것이다. 이젠 법 집행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고민할 일이다. 또 하나, 향후 다른 쟁점으로 다시 논란이 벌어질 때는 어떤 틀 속에서 논의를 진행하여 열정은 모으고 갈등은 줄일지를 생각하자. 통일의 길은 멀고 고민할 문제는 많다. 우리의 힘을 제대로 모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은민 변호사, 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