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미연합훈련,
방향성에 집중할 때다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이러한 논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미연합훈련의 쟁점과 내용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접근법과 과제를 살펴본다.
  에이브럼스 전 연합사령관은 올해 초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하여 폭탄발언을 했다.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처럼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연합사령관이 연합훈련을 이렇게 규정하자 언론에서는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현 정부가 연합훈련을 이 지경이 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에 반박하지 못했다. 한반도 군사 문제에 관한한 최고 권위를 가진 연합사령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여가 지난 7월 5일,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이 이러한 내용을 반박하는 인터뷰를 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8월 연합훈련의 핵심은 지휘소 훈련(CPX)이며, 전술적 차원의 실기동 연합훈련은 1년 내내 중단 없이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수천에서 수만 명 규모의 병력을 동원하는 실기동 훈련은 지난 1996년 ‘팀 스피리트’ 연합훈련 중단 이래 실시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여전히 대규모 실기동 훈련 미실시를 축소로 단정 짓는 보도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컴퓨터 게임’으로 표현한 지휘소 훈련이 사실상 연합훈련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훈련 축소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도대체 지휘소 훈련이 무엇인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왜 이를 컴퓨터 게임이라고 표현한 것인가. 브룩스 사령관은 왜 연합훈련의 핵심을 지휘소 훈련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지휘소 훈련과 실기동 훈련은 얼마나 연계되어 진행되는 것인가. 하나씩 궁금증을 풀어보자.
연합훈련의 핵심은 지휘소 훈련
  연합훈련은 기본적으로 작전계획의 일부를 연습한다. 작전계획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를 대비해 세워놓은 계획이다. 연합훈련에서 연습하고자 하는 작전계획의 핵심은 미군이 본토에서 보내는 증원전력을 수용-대기-전 방이동-통합하는 연습(RSOI)이다. 즉 연합훈련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에 대규모 미군 전력을 받아서 전방에 투입시키기 전에 대기시키고, 준비가 되면 전선으로 이동시키며, 기존에 싸우고 있던 전력과 통합시켜 전투를 실시하는 상황을 연습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미군이 들어오는 것을 가정하는 걸까. 믿기지 않겠지만 증원군의 규모는 약 69만 명이다.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증원군 규모의 현실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얘기가 길어지니 일단 그렇다 치자. 이제 남는 질문은 어떻게 연습해야 할 것인가이다. 사실 69만 명의 증원군을 받아서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을 실제로 연습할 방법은 없다. 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당초 계획 대비 1/10 규모의 전력만 움직여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실감나게 연습하려다 전쟁 위기가 초래되면 안 되기 때문에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가상으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지휘소 훈련이다. 지휘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전쟁을 지휘하게 된다. 컴퓨터에서 가상의 전쟁 상황 데이터를 보고 지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컴퓨터 게임이라 칭하는 게 맞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이다.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과 8월 훈련의 본질은 전략적 관점에서 중요도가 높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지휘소 훈련’이며, 실기동 훈련은 보조적 훈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연합사에서 작전 참모를 지냈다. 그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브룩스 사령관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지휘소 훈련이 연합훈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기동 훈련은 전투기능을 연마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휘소 훈련과 꼭 같은 시기에 하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로 쪼개어 연중 분산시켜 실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은 그동안 전략적 판단에 따라 조정되어 진행되기도 했다.
사진은 2020년 2월 2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동하는 모습 ⓒ연합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실시 여부 판단
  연합훈련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를 했으니, 이제 보다 큰 쟁점을 살펴보자. 과연 연합훈련이 얼마나 축소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전구급 연합훈련은 전반기와 후반기 딱 두 번 실시한다. 전구급 훈련은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을 말한다. 전반기에 실시하던 연합훈련은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이다. 키-리졸브는 지휘소 훈련이고 독수리 훈련은 실기동 훈련이다. 후반기 훈련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인데 연합 군사훈련과 정부 부처의 전시 대비 연습을 같이 묶어서 했다.
  여기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명칭 두 개가 없어졌다. 물론 실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 키-리졸브 훈련은 ‘연합지휘소 훈련’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독수리 훈련은 전반기 연합훈련 시기에 여러 개의 소규모 훈련을 모아서 했던 것을 연중 분산하여 실시한다. 명칭만 없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독수리 훈련의 일부로 실시하던 쌍용훈련과 몇몇 훈련은 없어졌다. 원래 일부 연합훈련은 필요에 따라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쌍용훈련은 2012년 이전에는 없었던 훈련이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실시하면 된다.
  전구급 이외의 연합훈련은 어떤가. 없어진 훈련이 몇 개 있다. 그러나 새로이 만들어져 실시하는 훈련도 많다. 몇 개가 없어지고 몇 개가 새로 생겼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없어진 훈련보다 새로 생긴 훈련이 더 많다.
"연합훈련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 또는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도 그렇고,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서도 연합훈련
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
이제 한국군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공격은 독자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5월 13일 경북 칠곡에서 열린 2021 대구·경북 화랑훈련. 이 훈련은 민·관·군·경·소방 통합방위능력 향상을 위해 열렸다. ⓒ연합
소모적인 논쟁보다 제대로 된 방향에 집중
  연합훈련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 또는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도 그렇고,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서도 연합훈련 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이 없으면 독자적인 방어 자체가 어려운 시절에도 미국은 우리 사정을 보아가며 훈련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데 협조했다. 이제 한국군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공격은 독자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연합훈련이 없으면 우리 군은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단독으로 1년 내내 훈련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연합훈련이 조정되어도 군사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이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그것에만 의지하지 말고 우리나라는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단독 훈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에 ‘전쟁이 나도 거기서 나는 것이고, 사람이 죽어도 거기서 죽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보통의 미국인들이 가진 생각이 이러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미국이 최대 69만 명의 증원 전력을 보내리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연합훈련을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제대로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