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국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국과의 체제경쟁에 뛰어드는가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의 부활을 예고했다.
미·중 경쟁시대 나토의 부활이 갖는 전략적 함의와 미국의 의도를 살펴본다.



지난 6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31차 나토 정상회담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ATO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미국의 복귀’, ‘민주주의 복원’, 그리고 미국의 전략자산인 ‘동맹 활성화’를 위해 숨 가쁜 외교 행보를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12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한 쿼드(Quad) 정상회의를 필두로 4월과 5월 아시아 동맹의 핵심축인 일본·한국과 정상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6월 11일부터 시작된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런던 G7 정상회의로 시작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정상회담,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16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으로 마무리되었다.

  취임 이후 3개월에 걸쳐 압축적으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양자·다자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단골 메뉴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복귀, 민주주의와 동맹 복원의 목적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권위주의 세력인 중국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데 두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새삼 주목을 끄는 회담이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나토 정상회담이다.


체제경쟁 대응 언급한 제31차 나토 정상회담
  2021년 6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31차 나토 정상회담이 열렸다. 나토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동맹 복원을 강조하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했고,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 대서양동맹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미 지난 3월에 공표한 『국가안보전략지침(NSSG)』에서 나토를 미국의 핵심적 전략자산으로 언급한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나토를 재건하여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와 입장은 ‘브뤼셀 정상 코뮈니케(Brussels Summit Communique)’에 고스란히 담겼다. 비록 정상 코뮈니케는 ‘유럽-대서양 지역’을 넘어 중동과 아시아,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 등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발생하거나 일어날, 현재 및 다가올 미래의 다양한 안보 문제들을 망라했지만, 제31차 나토 정상회담의 백미는 중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세력과의 체제경쟁(systemic competition)에 따른 도전과 이에 대한 나토의 대응책 모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는 처음으로 권위주의 세력으로부터의 다면적 위협과 체제경쟁에 직면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러시아의 공세적 행동은 유럽-대서양 안보의 위협이 되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 점증과 국제정책은 대서양동맹에게 도전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나토 정상들은 동맹의 안보 이익을 방어한다는 관점에서 중국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를 나토의 위협이라고 인식한 것과는 달리 중국을 나토의 위협이라고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향후 군사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중국의 의도에 새로운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나토 관계자들은 중국의 군사 활동 반경이 확장되고 있는 것을 우려해 왔다. 예를 들면, 중국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빈번하게 북극권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훈련 차원에서 지중해로 함대를 보내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해군력 신장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 능력과 첨단운반체계를 확장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토는 이러한 중국의 확장된 군사적 활동이 다양한 위협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군사적 증강을 인식한 나토는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2022년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전략개념을 공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28일 첫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나토처럼 인도·태평양에서도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연합

  나토의 전략개념은 동맹의 정체성과 생명력을 유지하고 이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949년 동맹 탄생 이후부터 나토가 시대적 안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오늘날까지 유지·발전해 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발판은 북대서양조약에서 제시한 동맹의 가치와 절차에 부합하는 전략개념의 기능 때문이다. 나토의 법적 토대가 되는 북대서양조약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수정이나 변화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나토의 전략 개념은 주기적으로 갱신되면서 안보 환경의 시대적 변화에 부단히 조응하였다. 현재 나토의 전략개념은 2010년 리스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북대서양조약 회원국의 방위와 안보를 위한 전략개념’이다. 2010년 전략개념의 핵심 임무는 집단방위, 위기관리, 그리고 협력안보다. 2010년 전략개념은 전통적인 집단방위 임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략의 초점은 나토 방위영역을 넘어선 역외(out of area)에서 전개되는 인도주의적 개입과 테러리즘, 사이버 안보 등의 비대칭적이면서도 초국가적인 안보 위협에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나토의 군사대비 태세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2022년에 공표될 새로운 전략개념은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와 같은 초국가적 안보 위협과 더 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나토에 부과하는 체제경쟁에 대비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31차 나토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동맹의 안보 이익 방어를 위해 중국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
사진은 2019 년 12 월 28 일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개국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진행한 해군 합동훈련 ⓒ연합

미국이 나토를 중국과의 경쟁에 끌어들이는 이유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중심의 나토가 중국과의 체제경쟁을 언급한 속내는 무엇일까?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어떤 의도나 목적으로 중국과의 체제경쟁에 나토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나토를 활용하여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대 손상된 대서양관계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 세력 대 권위주의 세력이라는 세계관을 내비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 미·중 전략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세력의 핵심지라 할 수 있는 대서양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 즉, 유럽 국가들의 입장과 상관없이 미·중 전략경쟁의 성패는 대서양관계의 복원이 전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미국-독일 정상회담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대서양관계의 결속력이 회복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NATO) 본부 ⓒNATO

  미국이 노리는 두 번째 의도는 나토 역사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 왔던 역외 쟁점을 이번 기회에 공식화하는 전략적 사고가 깔려 있다. 나토의 역외활동 문제는 북대서양조약 제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나토의 방위영역을 벗어나서 전개되고 있는 군사 활동과 관련된 문제이다. 1990년대 이후 나토가 전개한 이라크 민주화 작전이나 리비아의 인도주의적 개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방위영역을 넘어서는 군사 활동은 동맹 내에서 논쟁이 심한 ‘뜨거운 감자’였다. 따라서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나토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외활동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 제5조*를 언급하면서 미국을 지원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나토는 동 반자관계(partnership)라는 정치적 이름으로 유럽 지역을 넘어 지구적 차원으로 활동 공간을 확장하면서 민감한 역외활동 문제에 대처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가 중국과의 체제경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이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개념을 2022년에 공표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다분히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이다. 비록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의 역외활동 문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동반자관계의 심화라는 표현으로 매듭지어졌지만, 이 문제는 이미 공론화되었고 대서양동맹 내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중 체제경쟁에 대비한 동맹 전략 필요
  이런 점을 고려했을 경우,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안보·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자산인 동맹이 활성화되고 있는 함의를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체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구상(GPR)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추진은 동맹 활성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미국은 중국과의 체제경쟁에 나토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활용하고 한미동맹의 적극 참여를 압박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입장과 관점에서 동맹 활성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