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평화통일의 창

북한 최고 브랜드파워 상품은?
이제 북한도 브랜드 시대



  현대는 가히 브랜드 시대이다. 브랜드는 글자나 숫자를 간략하게 이미지화한 로고나 색상 또는 구호를 포함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코카콜라, 구글,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매출과도 직결되기에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치열하다.

다종화, 다양화된 북한의 브랜드
  북한도 이제는 디자인 시대, 브랜드의 시대이다. 북한이라고 하면 상품 브랜드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간 북한의 국가 공급체계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이 높지 않았다. 브랜드는 주로 지역과 생산품목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평양시 대동강구역에 있는 맥주공장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대동강맥주’라고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경제가 시장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국가 상업 봉사 체계를 정비하면서 인민 소비용품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은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앞세우며 ‘날로 높아지는 인민들의 물질문화에 대한 요구’를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제품의 출시도 독려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인민소비품을 중심으로 제품의 다양화, 다종화 정책과 맞물려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졌다. 제품의 차별화를 위한 브랜드 전략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브랜드가 중요해진 것은 경쟁시스템의 도입 때문이다. 계획경제하에서는 국가 계획에 따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시대다. 동일업종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맥주를 예로 들어 보자. 북한의 맥주라고 하면 대동강맥주만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동강맥주보다 오래전에 나온 ‘룡성맥주’를 비롯해 ‘봉학맥주’, ‘금강맥주’, ‘경흥맥주’ 등이 있다. 이들 맥주는 공장별로 경쟁한다. 김정은 체제에서 달라진 풍경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을 노리고 진출한다. 북한 화장품 브랜드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봄향기’이다. 북한 화장품이라고 하면 ‘봄향기’를 생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파워였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은하수’이다. 외국에서 기계설비를 도입해 전자동으로 생산하는 금강산합작회사의 ‘금강산’, 묘향천호합작회사의 ‘미래’, 녀성건강교류사의 ‘아침이슬’ 등도 있다. 후발 제품들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자 기능성을 강조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어필하고 있다.

* 사진 필자 제공

소나무부터 민들레까지, 북한의 대표 브랜드
  북한의 브랜드에는 국주(國酒)인 ‘평양소주’처럼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부터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제품 브랜드인 ‘푸른하늘’, ‘소나무’, 휴대폰 브랜드인 ‘평양’, ‘진달래’, 강령녹차 브랜드인 ‘은정차’, 평양가방공장의 학생용 가방 ‘소나무’, 학용품 브랜드인 ‘민들레’, 원산구두공장의 ‘매봉산’, 평양기초식품공장의 기초식품 ‘봄맞이’,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의 ‘꽃망울’ 등이 있다. 북한의 브랜드에는 지명이나 식물, 자연과 관련한 것이 많은데, 상품에서 민족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중 급부상한 브랜드는 ‘소나무 책가방’, ‘매봉산 구두’, ‘민들레 학습장’이 있다. ‘소나무 책가방’은 북한의 국수(國樹)인 소나무처럼 꿋꿋한 기상으로 잘 자라라는 의미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명명하고 도안까지 지도했다. ‘매봉산 구두’는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강원도 원산구두공장에서 생산한다. ‘민들레 학습장’은 ‘해바라기 학용품’과 함께 태양절이나 광명성절에 학생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북한은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수출에도 적극 나섰다. ‘봄향기’ 화장품은 20여 개국에 수출되는 효자상품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상표등록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관할하는 국제특허협력조약에 출연하는 상표 등록도 많아졌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등록한 상표로는 조선신흥무역회사의 ‘첫눈’, 강원도 원산에 있는 송도원식품회사의 ‘송도원’, 대동강맥주공장의 ‘대동강’, 봉학맥주회사의 ‘봉학’, 삼일포특산물가공공장의 ‘삼일포’, 삼지연감자가루생산공장의 ‘삼지연’ 등이 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