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세계는 지금
카자흐스탄의 한국어 교수 | 김상욱 자문위원

고려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카자흐스탄

만년설의 도시 알마티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전 세계 124개국에서 3,600명의 자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코리안의 삶과 평화통일 이야기를 자문위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화상 인터뷰를 하는 김상욱 자문위원                                                               

하나의 뿌리, 고려인과 한인을 잇는 가교
  천산(Tian shan) 산맥의 만년설이 빚어낸 아름다운 도시 카자흐스탄 알마티. 알마티에는 현재 4만 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다. 김상욱 자문위원은 1995년, 알마티국립대학교 조선어학과에 우리나라 첫 정부 파견 교수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까지 27년째 알마티에 머물고 있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카자흐스탄지회장, 동포한글신문 한인일보 주필, 고려문화원 원장까지 다양한 호칭을 가진 그는 카자흐스탄 고려인들과 한인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1995년 알마티국립대학교 조선어과 교수로 파견되어 강의 중인 모습

Q 알마티는 어떤 도시인가?
  알마티는 아름다우면서도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한여름에도 천산의 만년설을 매일 아침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는 곳이죠. 사계절이 뚜렷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 사람이 살기에 매우 좋은 곳입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이 수도를 누르술탄으로 옮기기 전까지 수도였으며, 지금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4만 명의 고려인 동포들을 포함해서 현재 약 200만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Q 카자흐스탄과 한반도의 관계는?
  한반도와 카자흐스탄은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하늘을 섬기는 단군(텡그리) 신앙이라는 공통점뿐 아니라 경주의 신라 왕릉과 똑같은 구조를 가진 꾸르간(왕과 귀족의 무덤)들이 이곳에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신라의 금관과 비슷한 부장품들이 대거 발굴되어 예부터 활발한 교류를 해왔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1992년 수교한 이래 협력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현재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은 가까운 이웃이 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을,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하는 ‘한민족 축제’(2019.9.14.)

Q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한인과 고려인은?
  1937년 고려인들이 이 땅에 처음 이주해 온 이후 현재는 11만 명의 고려인이 알마티를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 동포들은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정계, 재계는 물론 학계, 언론계,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인의 경우 주재원, 유학생, 선교사 등 1천 명 정도가 기업과 식당, 여행사, 식품가게 등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들어와 에너지, 플랜트, 금융, 건설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Q 한인사회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고려문화원을 설립해 동포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한인 동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비단길 합창단, 무지개 합창단, 고려 노인단 등 각종 소모임 활동을 갖기도 하고, 교양강좌를 열어 어르신들과 현지어를 모르는 교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현지 고아원을 돕는 등 정기적으로 봉사도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한글신문인 한인일보를 창간해 모국의 다양한 정보와 기사를 교민들에게 전하기도 합니다. 또한 알마티국립대, 카자흐스탄국립대, 알마티 한글학교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알마티 중앙공원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한국문화의 날’ 행사(2019.8.17.)

Q 중앙아시아협의회는 고려인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중앙아시아협의회에는 한인보다 고려인 동포 자문위원이 조금 더 많습니다. 한인과 고려인 동포 사이에 언어 장벽이 있지만 하나의 뿌리를 가진 한 민족 한 핏줄이라는 명제 앞에 언어는 큰 장애가 안 됩니다. 특히 한인 교민들과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하는 ‘한민족 축제’를 통해서 진한 동포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문화의 날’이라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해 전통놀이 체험, K-pop 공연, 한국 퀴즈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며 화합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동포 어르신들에게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이 유치되면 올림픽 경기 관람을 시켜드리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언젠가 남북 청년들을 천산으로 초청해 ‘남북대학생 공동 등반대회’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 통일된 한반도를 그리는 그날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