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서화리에 위치한 한국DMZ생명평화동산

현장 르포

인제 평화플랜 시민대화

통일은 인제에서 !
평화는 인제부터 !



인제 평화플랜 및
평화로드 영상보기


  광복 이후 38선 이북지역이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남북의 경계를 구분하는 휴전선을 교차하며 38선이 위치한다. 한반도 서쪽의 38선은 북한에 있고, 동쪽의 38선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1945년 8·15 광복과 함께 38선을 경계로 미·소가 남북을 분할점령하면서 38선 이북지역 사람들은 소련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치를 받았다. 1953년 7월 27일. 3년여의 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38선 이북 사람들은 사회주의체제에서 교육을 받고 통치를 받은 ‘인민’이었다.

38선과 휴전선 사이의 사람들
  인제군은 남면과 기린면을 제외하고 대부분 38선 이북지역에 위치한다. 인제군 사람들은 38선과 휴전선 사이에서, 남북 대립의 경계에서,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며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전쟁이 터지자 가족 중 일부는 북쪽으로 일부는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 피난을 못 간 사람들은 남아서 삶을 이어갔다. 북한군이 오기도 하고 남한군이 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남겨졌고 누군가는 끌려갔다. 그렇게 가족과 영영 이별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38선 이북지역 사람들은 관리의 대상이었다. 연좌제가 적용됐고 취업에도 제한을 받았다. 군대를 가도 후방에 배치됐다.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되었다. 이제 38선 이남과 이북은 중요치 않다. 치유되지 않는 전쟁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인제 사람들 모두에게 ‘평화’는 간절함이자 치유되기 어려운 고통과 두려움에 대한 작은 위로이다.

  정전협정 체결 68년, 전쟁은 멈췄지만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다. 정전을 넘어 종전을 이루는 것은 현재진행형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 인제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일상에서, 삶의 영역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민들과 함께한 2021 인제 평화플랜 시민대화

인제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제! 평화!
  7월 2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인제의 평화 만들기를 논의하는 ‘2021 인제 평화플랜 시민대화’가 열렸다. 평통 인제군협의회가 지역의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오랫동안 준비한 자리이다. 인제의 평화·생태·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인제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인제 평화플랜’을 위해 6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를 준비한 전현진 인제군협의회장은 “38선이 그어지고 분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던 인제가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며 “오늘 ‘인제 평화플랜 시민대화’가 종전과 평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이어 박수홍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 인제전문센터 이사장과 정범진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부이사장이 인제의 평화적 가치를 설명하고 인제 평화의제들을 제안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테이블별로 인제 평화플랜 실천계획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평화동아리 활동을 하는 신남중학교 이하은 학생은 “인제의 역사현장을 탐방하면서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평화동아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인제의 최북단 마을인 서화면 서화리의 박광주 이장은 서화리 평화생태마을 조성 사업을 소개했다. 서화면의 일부는 북한의 금강군에 포함되어 있는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박 이장은 “서화리 일원을 생명과 평화에 이로운 터전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제 평화의 길 조성 사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찾는 인제로 거듭나자”고 제안했다.

시민들과 함께한 2021 인제 평화플랜 시민대화

  토론 후에는 평화플랜 실천계획을 공유하고 공감투표를 통해 인제의 평화 의제를 선정했다. 투표 결과 △인제군 청소년 평화봉사단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고, △인제 평화의 길 조성, △인제군 평화봉사단 조직·운영, △1945~1954년 인제군의 역사 등이 뒤를 이었다.

  ‘약속의 시간’에는 최윤 평통 강원부의장과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 전현진 인제군협의회장, 최상기 인제군수, 김용자 인제군의회 의장이 무대에 올라 시민들이 선정한 평화플랜의 실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시민대화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이러한 평화 만들기가 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전국으로, 전 세계로 전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리에 함께한 시민들은 ‘통일은 인제에서, 평화는 인제부터’를 함께 외치며 평화실천 활동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