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지난 4월 16일 전남 담양 종합체육관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

연간기획

미래가 온다 ⑧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방정부 역할 높이고
지방의 공공의료 강화해야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각 지자체는 지역의 상황을 반영한 방역체계를 구축했다. 세계적으로도 극찬받는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끈 중심에는 지자체가 있다. 코로나 시대 지자체의 역할과 공공의료 방향을 짚어본다.

* 본 기획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협력하여 코로나19가 가져온 한국사회의 과제를 미래비전 차원에서 짚어봅니다.

K-방역의 중심에 지방정부가 있다
  2020년 3월 13일 독일 「슈피겔(DER SPIEGEL)」지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빠르고 종합적인 테스트와 최첨단 의료 기술, 국민들의 자발성 등을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당시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전하면서 “대구는 우한과 달리 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국민은 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시험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투명성, 공동체 의식, 우수한 의료 기술로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 말은 여전히 우리나라 방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K-방역의 핵심은 광범위한 검사와 빠른 진단 결과, 동선 추적, 철저한 격리조치에 있다. 이른바 ‘3T’, ‘Test, Trace, Treat’로 집단 감염의 속도보다 빠른 조치로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것이 목표다.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RT-PCR) 검사법을 사용한 진단 검사(Test),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한 동선추적(Trace), 경증환자와 중증도 이상의 환자를 분리하는 이원화방식의 신속한 격리 치료(Treat) 등의 3T 대응을 했다. 3T 대응은 지방정부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조치, 광범위한 행정력의 동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는 코로나19 대응 초기에 중앙정부가 전국적·획일적으로 방역대응 단계를 설정했던 것을, 이후 각 시·도별로 조정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방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결과이다.


다양한 방역 아이디어는 지방정부에서 나왔다
  지방정부가 진단검사 권한을 갖게 되자,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체 채취방법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역의 감염상황에 신속히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감염병 관리도 진행됐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 설치 및 운영
  세계적 모범사례인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및 운영은 대구시에서 최초로 추진됐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감염병 검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2020 년 2월부터 선별진료소의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칠곡 소재 경북대병원에서 처음 운영하였다. 이 방식은 의료진과 환자 간 접촉을 최소화해 전파 위험을 낮추고 검사 속도는 높일 수 있다. 대기시간 동안 일어나는 교차 감염 위험도 감소시킨다. 이런 이유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되어 전국적으로 확대 운영되었다.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도입되어 활용되었다.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및 생활치료센터 운영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하자 민간병원인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여 기존 216병상에서 최대 400병상까지 늘려 운영했다. 대구시는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구분하여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하여 관리하고,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집중 치료에 전념하는 등 효율적 병상관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던 시점에서 무증상 및 경증환자로 인한 급속한 추가 확산이 우려되자, 지역 의료계는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했다. 생활치료센터의 안정적 운영으로 중증과 경증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서 의료진의 업무 과중과 병상 부족을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지방 공무원들이 대거 생활 치료센터 관리에 투입됨으로써 의료인력과 행정인력의 협업과 역할의 분담도 이뤄졌다. 이후 생활치료센터를 통한 감염 환자 관리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었고, 현재 전국에 약 1,600여 곳 이상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자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생활치료센터의 가동률 은 70% 이상 수준에 이르렀다.1)

1)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자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생활치료센터의 가동률은 70% 이상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 9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음압병실 모니터를 통해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

행정명령을 통한 선제적 관리
  각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발령하여 집단 모임을 감행한 종교시설을 조사하고, 감염 우려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적극 대응한 것도 감염병을 막는데 주효했다. 특정 종교집회와 요양원, 콜센터 등 밀집공간의 확진세가 두드러지자 인천 등에서는 산후조리원까지 확대하여 선제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 확산이 심각한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보다 앞서서 대중교통 및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조치를 하고, 특정 장소 출입 시 QR코드 출입관리 시스템을 시범운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학원, 노래방, 유흥시설 등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실시하여 선제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자체는 방역 최일선에서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저지선’을 구축해 왔다.

지금까지와 같이 지방정부가 방역현장을 관리하면서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질적·양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난 6월 4일 강릉시는 경포해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가 부착된 드론을 선보였다. ⓒ연합/span>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의 해법도 지방에 있다
  지금까지의 방역대책은 수많은 의료진의 희생과 막대한 행정비용을 필요로 했다. 지역에서 확산되는 감염병을 관리하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방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별(권역별)로 응급 시 대처할 수 있는 거점 병원 또는 센터를 운영하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마련되었으나, 공공의료기관과 병상 자체의 숫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2)

2) 최근 정부는 7월 말까지 수도권 생활치료센터에 5,534병상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2021.7.12.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의료 대응 계획’ 발표), 이는 수도권의 감염확산세에 대응한 조치일 뿐, 근본적인 지역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방안은 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병원을 매입하거나 기존 공공병원의 병상 증설하는 등의 복합적 방법을 통해 공공병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의료인 관리와 양성이 필수적이다. 지역별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을 확대해야 한다. 거점 대학에 지역 인재의 진학을 독려하고, 졸업 후 지역 기반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병상 확대와 인력은 결국 공공의료 기관의 확충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방은 의료원의 만성적인 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 확대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방이 자율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방 재정이 확충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의 공공의료기관 신설 등의 과정에 예비타당성 검토 등과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의 강화는 단순히 재정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밀접히 연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른바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아직은 결코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은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정 부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대응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지방정부가 방역현장을 관리하면서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질적·양적으로 늘려야 한다. 아직은 코로나19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3)

3) 2021년 7월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Case fatality rate)은 1.10% 정도이다. 지난해 7월 미국과 영국이 치명률 10%를 훌쩍 넘겼으나, 금년 7월 기준으로는 3% 미만에 이르는 상황이다. 백신으로 인한 효과가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해법은 지방정부의 역할을 높이고 지방 공공의료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수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