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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한·아세안 협력
아세안의 역할 높이며
공동 이익 만들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다자주의에 기초한 신남방정책을 밝혔다. 한국과 아세안이 ‘사람(people) 공동체’, ‘평화(peace) 공동체’, ‘상생번영(prosperity)’을 통해 미래 공동체로 나가자는 3P 구상도 발표했다.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인도와의 협력관계를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남방정책 추진 4년,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평화공동체에 대한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아세안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한-아세안 포럼’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자.
한-아세안 포럼 참석자들
한국과 아세안은 역내 평화·번영을 위한 중요 파트너
  지난 7월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정세현, 사무처장 배기찬)는 동남아남부협의회(회장 송광종), 아세안대표부(대사 임성남)와 함께 ‘한-아세안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아세안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포럼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인식과 변화하는 지역 정세를 살펴보고,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는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전문가 및 아세안 대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행사를 준비한 이숙진 평통 아시아·태평양 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포럼이 한-아세안 협력의 플랫폼으로 역할하면서 아시안 지역의 중요성을 새롭게 평가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성남 주 아세안 대사는 환영사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공식 대화상대국 수립 이후, 30여 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포럼이 상호 평화협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이숙진
평통 아·태 부의장
“한-아세안 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기대”
임성남
주 아세안 대사
“3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평화협력 강화하는 기회”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관계로 인해 남북만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는데, 북한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아세안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역할해 달라”고 당부했다. 디노 파티 잘랄(Dino Patti Djalal) 인도네시아 FPCI(인도네시아 외교정책 커뮤니티) 의장도 온라인으로 참여하여 축사를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아세안 국가들이 외교적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네덜란드 대사를 역임한 이 구스티 아궁 웨사카 푸자(I Gusti Agung Wesaka Puja) 아세안평화화해기구 소장은 ‘한·아세안 행동계획(2021~2025)’ 채택의 의미를 설명하고 “한국과 아세안은 평화·안정·번영을 위해 강력한 공동체를 구축해 왔고 한국은 아세안의 중요한 파트너로 역내 발전과 평화 협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평통 수석부의장
“북한과 협력관계 있는 아세안이 평화 진전을 위해 역할 해야”
Dino Patti Djalal
FPCI 의장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차원의 역할 할 것”
I Gusti Agung Wesaka Puja
아세안평화화해기구 소장
“한국과 아세안은 역내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강력한 공동체”
북·미 정상이 만난 지역 아세안,
북한과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 가능
  개회식에 이어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1세션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주제로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표와 토론에는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센터 책임교수, 김용현 동국대 교수, 나 리앙 투앙(Nah Liang Tuang)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국제대학원(RSIS)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최원기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하 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발표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대화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코로나19와 경제상황의 악화로 대화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한 미국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이 안보에 대한 공동인식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의 우군으로 역할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용현 교수는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선물 보따리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 최소화, 백신 협력,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대한 조치를 하고, 북한은 모라토리엄 유지와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한국과 아세안, 중국이 해야 하며 “아세안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나 리앙 투앙(Nah Liang Tuang) 연구위원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에서 보듯 아세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과 상대하는 것이 각 국가의 위상에 도움이 될 경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만, 대북제재나 강대국의 압박이 심해질 경우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도 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아세안의 이익이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아세안 평화협력 위해
한국도 아세안의 안보 문제에 긍정적 기여해야
  세션2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아세안 협력’을 주제로 디노 파티 잘랄(Dino Patti Djalal) 인도네시아 FPCI 의장이 진행했다. 발표와 토론에는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후 치우 핑(Hoo Chiew Ping) 말레이시아 국립대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문제에 진전을 보이면서 국제사회로 나왔을 때 아세안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는 북한의 경제성장과 개혁개방을 돕는 파트너로 역할하면서 경제적으로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을 다자협력으로 이끄는 데 아세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포지션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아세안의 안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야 하며, 정치안보공동체를 형성해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후 치우 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필요할 경우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단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에 의료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북한과 온라인 강의 등 지식교류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요소를 북한과의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기찬 사무처장이 전체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역내 안보 이슈에 대한 공동인식과 공동협력 필요
  마지막 전체토론은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한·아세안이 한반도 문제에서 어떻게 협력해야 하고, 어떤 기구나 조직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자”고 제안했다. 최원기 교수는 한반도와 아세안의 이슈를 분리된 문제로 보지 말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역내 안보 이슈에 대한 공동의식과 공동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리앙 투앙 연구위원은 다자주의 구상 하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PF(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 등이 의미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 치우 핑 선임연구위원은 “아세안이 북한과 교류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환경, 식량안보, 보건안보 분야 협력에서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아세안과 EU까지 염두에 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필요하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미·중 전략경쟁으로 다자협력의 필요성 과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한국과 아세안의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의 주요 축인 ‘평화공동체’ 실현 방안을 짚으며 아세안 국가의 중요성과 역할을 재확인했다. 상호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나라와 지역의 이해를 증진하며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이번 포럼이 한·아세안 협력을 촉진하는 민관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