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82021.08

북한 포커스


110 만 톤 식량 부족한 北,
정책적 압박보다 유인책 필요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된 가운데, 최근 북한은 내부의 식량증산 노력을 강조하며 전원회의에서
식량 문제에 대한 ‘특별명령서’도 발령했다. 북한의 경제 및 식량 상황을 살펴본다.



  최근 여러 시사 매체에서 북한의 현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고통에 코로나19 쇼크의 영향이 가중되어 북한이 큰 위기 상황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경제관리체제가 변하여 충격의 흡수와 대응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경제위기로 치닫는 국면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를 그늘지게 하는 두 가지 부정적 요소인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가 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 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재배 면적 늘었지만 기상 악화로 생산량 감소
  지난 6월 열린 당중앙위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이 미달돼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재배 면적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북한 농업성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제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주요 식량작물 식재 면적은 예년보다 5%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수확한 쌀과 올봄에 수확한 맥류 및 봄감자의 재배 면적은 평년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으나 옥수수, 콩, 기타 잡곡의 재배 면적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러나 작년 북한 지역의 기상 악화로 인해 식량작물의 작황이 좋지 못했다. 다행히 올봄에 수확한 작물에 대한 기상 조건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외에 중요한 생산 여건으로 농업 투입재 공급이 있다. 2020년 화학비료 공급량은 예년에 비해 늘었다. 질소비료와 칼륨비료의 공급은 예년과 비슷했지만 인산질 비료와 규소비료의 공급이 주목할 만큼 증가했다. 유기질 비료와 농약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공급됐다. 농기계와 농업설비 가동에 필요한 연료는 전년에 비해 공급이 증가했지만 지난 5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개용수는 2020년 기록적인 강우에 따라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작년에는 식량 작물의 재배면적이 증가했으며 투입재의 공급도 증가했다. 그러나 불리했던 기상 조건에 따라 주요 식량의 생산 단수가 2019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며 총생산량도 감소했다.

  종합해 볼 때 2020/21년 식량 생산량은 그 전년도 생산량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평년(이전 5년 평균)과 비교해서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1 참조).


소요량에 미치지 못하는 식량 수급 상황
  올해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은 표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목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정곡환산율이나 곡물상 당치환산율을 이용하여 도출한 2020/21년 식량 총생산량은 약 489만 톤으로 추산된다. 물론 여기에는 2021년의 봄작물(밀, 보리, 봄감자) 생산량 추정치 46만 6,000톤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올해 식량 수급 상황을 분석해 전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가정을 도입해 적용 해야 한다. 특히 소요량 추산을 위해 FAO에서 설정한 가정들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을 추산하면
595만 톤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의 국내 식량 공급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소요량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식량의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총 110만 톤의 식량이
추가로 공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 가정하에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을 추산하면 595만 톤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의 국내 식량 공급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소요량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식량의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총 110만 톤의 식량이 추가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농업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계획되어있는 상업적 식량 수입량은 20만 5,000톤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물량이 모두 수입되어도 86만 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부족량은 북한 전체 주민의 2~3개월 치 식용 소요량에 해당한다. 예상되는 부족분이 원조나 다른 방법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은 또다시 심각한 식량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강력한 규제와 폐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량부족의 고통은 더욱 클 것이라 짐작된다.


강력한 증산정책, 강제보다 유인책을
  이상을 종합할 때 2021년 전반기 북한의 식량 수급 사정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북 제재 국면으로 보아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단기간 내에 대규모로 이루어질 개연성은 낮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시장의 식량가격 상승이 부분적으로 나타났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이 1990년대 식량위기의 재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 곳곳의 민가 지붕이 무너지고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됐다ⓒ. 연합

  농업생산의 침체와 식량부족 현상에 직면한 북한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농업부문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올해에는 농업부문에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증산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경종, 원예, 축산 등 세부 분야별로 과학화,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자력에 의한 증산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식량 수매에 관한 ‘2021년 전망적 목표’를 2019년 수준으로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식량 증산을 정책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제2차 산림 황폐화와 생태환경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새 땅 찾기’와 ‘저수 확지의 증산’까지 정책적으로 재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식량 증산을 위한 특단의 정책적 압박이 단기적인 식량 증산을 이끌어낼 수 있다. 2022년의 식량 부족 문제는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더욱 심화하고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식량의 안정적인 증산, 농업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농업생산 현장에서 동기를 유인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농정에서 하루속히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기 바란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