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842022.02.

지난해 12월 말 북한이 2021년을 평가하고 2022년 정책 방향을 결정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 결과로 볼 때 북한의 2022년 정책 방향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시 결정한 향후 5년간 국가전략기조(자력갱생+첨단전략무기 개발)에 따른 ‘체제 내구력 및 대미 협상력 강화’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금번 전원회의에서는 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할 당 정치국 파워엘리트의 재신임과 보선도 이루어졌다.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당과 국가기구가 일체화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현재 북한의 최상급 파워엘리트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으 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하는 김여정 부부장 외에 당 정치국 위원들로 구성된다. 정치국 위원은 북한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사업 영역에 따라 북한의 당, 국가기구, 군대의 주요 직위를 겸직하며, ‘최고지도자와 노동당의 의지, 결정, 지시’를 입안하고 이행하는 핵심 부서와 기관의 책임자들이다. 이들은 누구이며 이들의 영향력이 2022년 북한의 대남·대외전략에 어떻게 작용할까?

정치국 위원 중 국정 전반을 일상적으로 총괄 지도하는 핵심 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당 총비서 및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국무위원회 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최룡해(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당 조직비서 및 중앙군사위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김덕훈(국무위원회 위원, 내각 총리), 박정천(군사·첨단전략무기 총괄 책임, 국무위원회 위원) 총 5인이다. 이들은 북한의 당, 정, 군 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최고위층 엘리트들로, 김정은과 함께 2022년 북한의 국가전략 수행을 일상적으로 결정·지도·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대남·대외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2년 핵심적 역할을 할 인물은 최고정책 결정자인 김정은 외에 ‘국방력 강화’ 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박정천이다. 그는 군 차수(2021.7.)로 북한군 내에서 포병국장(2016.12.)과 총참모장(2019.9.)을 역임했다. 현재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비서로서, 국가기구에서 당과 국가를 연계하며 군사정책 분야를 책임지는 최고위 엘리트이다. 그는 북한의 국가전략 수행을 총괄 지도·관리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보좌하며 군사와 첨단전략무기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군사 분야에서 2022년 북한의 대남·대외전략을 구체화하고 지도하는 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즉, ‘국제정세를 주도하는 전략국가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대남·대외전략에 기초하여, 북한의 몸값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전략적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당 정치국은 ‘북한 정권의 안정과 국가이익 최대화’를 추구하며 내치와 외치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당의 정책 입안과 결정에 참여하며 북한 당, 정, 군의 주요 부서·기관의 책임자로 활동한다. 이들은 최고지도자의 의도와 이해, 노동당의 필요, 자신과 자신이 대표하는 조직의 이해 등을 고려하며 김정은 정권의 통치전략 수립과 수행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2022년 북한의 내부 정책 방향과 통치전략 및 대남·대외전략을 공유하며 내치와 외치를 조율하기 위한 중요 사안의 결정과 집행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2022년 1월 현재, 정치국 위원은 리일환(당 비서, 선전선동부장 추정), 정상학(당 비서, 중앙검사위원장), 오수용(당 경제비서/부장,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 태형철(당 비서, 과학교육부장 추정), 김재룡(당 조직지도부장), 오일정(당 군정지도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김영철(당 통일전선부장, 국무위원회 위원), 권영진(총정치국장, 중앙군사위 위원), 정경택(국가보위상, 중앙군사위 위원), 리영길(국방상, 중앙군사위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리선권(외무상,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 위원), 박정근(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이다. 이들 정치국 위원 중 특히 2022년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파워엘리트는 오일정, 김영철, 권영진, 정경택, 리영길, 리선권이다.

정치국 후보위원은 김성남(당 국제부장,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허철만(당 간부부장), 박태덕(당 규율조사부장, 중앙검사위 부위원장), 김형식(당 법무부장), 유진(당 군수공업부장), 박명순(당 경공업부장), 리철만(당 농업부장), 전현철(내각 부총리), 림광일(군 총참모장, 중앙군사위 위원), 양승호(내각 부총리), 우상철(중앙검찰소 소장, 당 중앙검사위 위원, 최고인민회의 법제위 위원), 김영환(평양시 당위원회 책임비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위원), 리태섭(사회안전상)¹이다. 특히 이들 정치국 후보위원 중 2022년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파워엘리트는 김성남, 유진, 림광일이다.
1) 금번 전원회의에서 기존 정치국 위원인 장정남(전 사회안전상)을 소환하며 신규 진입

북한의 대남·대외 전략은 크게 협상전략과 도발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2021년 김정은이 제시한 북한의 ‘강 대 강, 선 대 선’ 전략, ‘대화와 대결 동시준비’ 등도 이와 연관된 전통적인 외교전략에 따른 것이다. 먼저 북한의 대남·대외 전략에 따라 외교적 대화와 협상에 영향력을 미칠 정치국 성원(위원, 후보위원)은 김영철, 리선권, 김성남이다.

현재 당 통일전선부장으로 2018~2019년 북한의 대남·대미 대화와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1946년생)은 북한 군부 내에서 외교 협상통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2.) 결렬 후 정치적 입지가 다소 약해졌으나, 여전히 대남 사업을 책임지며 김여정과 함께 북한의 대남 메시지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는 북한의 외무상인 리선권(1963년생)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대남 협상통이다. 그는 국무위원회 위원 및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북한의 대남·대외 사업을 조율하고, 대외 전략의 총괄자 역할을 할 것이다. 당 국제부에서 성장하여 현재 당 국제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남(1955년생)은 중국통이다. 국제부에서 활약하며 중국과의 협상에 앞장선 인물로 향후 북중 협력에 키맨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중 국가안보 업무를 중심으로 군사적 도발과 대결에 영향력을 행사할 엘리트들은 오일정, 권영진, 정경택, 리영길, 유진, 림광일이다. 박정천의 직접적 영향력하에 있는 당 군수공업부장 유진을 제외한 이들 5인은 모두 당 중앙군사위원회위원으로 국가안보와 국방력 강화 사업의 입안 및 결정에 영향력이 크다. 당 군정지도부장인 오일정(1954년생)은 당 조직지도부와 ‘후방전투력 강화 사업(민방위, 노동적위대)’에서 성장한 엘리트로 군사조직적 필요에 민감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총정치국장인 권영진은 북한군 내의 당 정치사업을 추진하며 군 간부 선발과 군사작전 명령서에 대한 당적 통제를 책임지는 데 영향력이 있다.

국가보위상 정경택은 1970년대 한국의 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부장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군대처럼 조직된 국가보위부는 북한의 국가와 정권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생산할 뿐 아니라 대내외에 광범위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대남·대외 정세인식, 관련 사업 및 정치군사적 도발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친다. 다음으로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 리영길(1955년생)이다. 군사 분야에서 성장하여 한국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사회안전부까지 책임졌던 그는 국가기구 차원에서 대남·대외 군사사업을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무력 전반을 지휘하며, 군사작전과 교육훈련 등에 대한 감독까지 책임지는 군 총참모장 림광일이다. 그는 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2015.10.), 정찰총국장(2019.12.)을 역임하는 등 군 현장에서 성장한 엘리트이다. 따라서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거나 직접 실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2018년 이후 북한의 대남·대외 사업을 주도하며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다. 유년기부터 성장기 스위스 유학시절을 포함해 김정은과 함께 생활한 그는 김정은 집권 후 ‘1호 행사(최고지도자 참석행사)’를 책임지며 김정은을 밀착 보좌했다. 특히 2018~2019년에는 남·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김정은과 함께했으며, 2019년 초 하노이회담 실패 후 2021년까지는 대남·대외적으로 원색적 비난과 불만 메시지를 전달하며 김정은의 생각과 의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공식적으로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위로 활동하는 김여정은 금번 전원회의에서 당 정치국 성원으로 신임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정책을 총괄 관리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되어 북한의 대남·대외 사업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의 포지션과 행보로 보아 2022년에도 협상과 대결 두 측면 모두에서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