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842022.02.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김창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현장의 소리와 국민의 요구를 담는
자문건의 체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창수 사무처장이 취임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남북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뉴노멀 평화통일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2만 명의 자문위원과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고 일상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자문건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창수 사무처장이 두 명의 청년자문위원과 만나 그 물음에 답했다. 인터뷰는 1월 18일 한가선 상임위원과 박영호 자문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창수 사무처장ㅣ 민관을 넘나들며 30년 넘게 평화통일 활동과 정책 추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대 정책실장(1998~2003),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행정관(2003~2006), 코리아연구원 원장(2015~2017),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초대 사무처장(2018~2019)을 지냈으며, 민주평통 사무처장 취임 전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2019~2021)으로 일했다.

Who is? 한가선 상임위원ㅣ 청년·교육분과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가선입니다. 저는 남한과 북한의 2030 청년들이 놀이나 음식 같은 문화 교류를 통해 만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Who is? 박영호 자문위원ㅣ 저는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2002년 12살의 나이에 한국에 왔습니다. 현재는 소독 및 청소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20기 민주평통에서 청년자문위원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가선ㅣ지난해 12월 10일 취임 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김창수ㅣ취임하고 일주일 만인 12월 17일에 제20기 전체회의가 개최됐습니다. 국내외 273개 지역협의회와 131개 국가에서 2만 명의 자문위원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최대 규모의 온-오프라인 화상회의로 열렸습니다. 전체회의를 비롯하여 연말연초에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정말 바빴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동안 민주평통이 숙련되게 해 온 일들을 어떻게 체계화하며 잘 알릴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민주평통 활동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될 수 있도록, 구슬 꿰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박영호ㅣ그동안 민관을 넘나들며 많은 일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창수ㅣ1988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는데, 30년 전 꿈꿔 왔던 과제들이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부분 반영됐어요. 그걸 보면서 지난 30년이 보람 있는 삶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은 2001년에 중국이 아닌 북한을 통해 백두산 천지에 오른 것입니다. 당시의 감회가 아직도 깊게 남아 있습니다. 제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인 2018년 12월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착공식을 했으면 철도를 연결하고 기차를 타고 중국이나 시베리아로 가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아쉬움을 떨쳐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자문건의 체계 만드는 것이 목표
“일상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정책건의로”
박영호ㅣ가장 주력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김창수ㅣ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평화적 통일’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은 이러한 헌법 정신에 따라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에 관한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는 기구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책건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할 것인지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것은 책상에서의 연구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2만 명 자문위원이 현장에서 얻은 지혜와 지식을 모아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런 체계를 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영호ㅣ정책건의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창수ㅣ정책건의라고 하면 전문가들이 학술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것도 정책건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줄이든 한 문장이든 형식과 분량에 상관없이 자문위원들이 활동하면서 느낀 바를 날것 그대로 건의하는 것도 정책건의입니다. 일상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건의가 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담아내는 사업건의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도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줄 수 있도록 대통령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시라고 제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책건의 활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가선ㅣ건의 내용이 실제로 반영된 사례가 있습니까?

김창수ㅣ제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기도 한데요. 제20기 민주평통 활동목표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입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1월 3일 신년사에서 “아직 미완의 상태인 평화를 지속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년 연말에 민주평통에서 그동안의 활동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건의를 했는데, 그 내용이 신년사에 완전하게 반영된 것입니다. 우리 제안이 대통령의 정책구상으로 이어진다는 자부심으로 자문건의 활동에 더욱 성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구분 짓지 않는 어울림이 바로 ‘평화’
교류협력으로 평화와 번영 다지며 통일로 나아가야
한가선ㅣ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창수ㅣ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씩씩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면 됩니다. 청년자문위원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어르신도 계시고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고 전문가도 있죠. 이분들 앞에서 기죽거나 어색해서 쭈뼛거리기보다 당당하게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한가선ㅣ청년들이 평화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점이 다른 것이거든요. 기성세대가 청년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함께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창수ㅣ기성세대는 통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렇지 않죠. 전쟁 나지 않고 평화롭게 남북이 공존하면 좋겠고, 남북 교류로 경제가 성장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통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실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 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통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모두 달라요. 사람마다 다르고 세대마다 다르지만 실질적인 것을 따져보면 비슷한 게 많습니다. 당위적인 통일보다 지금 내 삶 속에서 출발하면서 실제적인 것들을 찾으면 서로의 의견을 모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창수ㅣ두 분이 생각하는 평화와 통일은 어떤 모습인가요?

박영호ㅣ저를 만나는 분들은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출신에 상관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평화통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가선ㅣ우리가 관계를 맺으려면 같이 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친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듯, 남과 북도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친해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방식으로 건강하게 공존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평화통일입니다.

김창수ㅣ두 분 말씀하고 저의 생각이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화란 삼라만상의 어울림이라고 생각해요. 박영호 위원님이 말한 북에서 왔다고 구분 짓지 않는 것, 한가선 위원님이 말한 공존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어울림입니다. 어울리기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번영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번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
자문위원이 각자의 조건과 능력에 맞는 역할 할 때 가능
한가선ㅣ취임 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평통 활동,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평화통일 활동을 말씀하셨는데요.

김창수ㅣ내 삶과 동떨어져 통일을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국내외 수많은 자문위원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평화통일 활동을 찾고 실천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제20기 전체회의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려 활동하고 그에 따라서 자문건의를 해 주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각 지역에서 주민들과 자문위원들이 함께 지역맞춤형 활동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우리고장 평화플랜’이 좋은 예입니다. 2020년부터 추진해 왔는데, 올해는 접경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더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 있는 분들은 유럽에서 아시아를 통해 한반도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구상해 볼 수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중국 곳곳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소개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국민의 삶 속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건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건의로 정부가 손에 잡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합니다.


박영호ㅣ남북관계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뉴노멀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요?

김창수ㅣ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도 불완전한 평화입니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선후의 문제로 접근하면 어렵고, 병렬적으로 함께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문제와 기후 변화가 뉴노멀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남북도 이러한 지구촌 공통의 문제들을 다루면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적인 문제도 풀어가는 겁니다. 글로벌 의제와 남북관계를 접목시키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가선ㅣ제20기 활동목표인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김창수ㅣ모두가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봅니다. 해외에서, 국내에서 각자 본연의 활동을 하면 됩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고 국제적인 힘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해외 자문위원의 평화공공외교 활동이 중요해졌습니다. 국제적인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높이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제20기가 특별히 강조하는 청년과 여성들이 본인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고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역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일을 하고, 전문가는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각자의 조건과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사무처의 기본 임무는 2만 명 자문위원이 각자의 조건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문건의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자문위원 여러분의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