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842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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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에 대한 청년의 시선,
규정하지 말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존중해야

청년들은 어떤 시선으로 평화·통일을 바라볼까. 2030은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을까. 2030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왜곡은 없을까. 평창 동계올림픽 4주년을 기념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청년의 시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1월 25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청년의 시선으로 보는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2018평창기념재단이 공동주최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년운영위원회가 주관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석현 수석부의장이 기조강연을 했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과거에는 경제적 실익을 따지는 통일을 말하면 대학생들이 오히려 거부감을 보였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더 슬기로워졌다”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또한 “남북관계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평화로 가는 길이 어둡고 힘들지만 모멘텀을 잘 포착하고 활용하면서 평화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세션1.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에 대한 청년의 시선

2030세대 공정과 평등 가치 높을수록 단일팀 구성 찬성
2018년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전환을 만들어 냈다.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말 그대로 ‘평화 올림픽’이었다. 2017년 전쟁위기까지 치닫던 남북관계는 올림픽을 계기로 반전됐다. 2018년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고, 북미는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6·12 싱가포르선언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평화로의 대전환이었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파장이 일어났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반대여론이 부각됐다. 그런데 정말 청년들은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기만 했던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단일팀 구성을 반대했다는 것은 ‘절반의 기억’이다.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머지 절반의 기억은 찬성이었다.

김현경 MBC 통일방송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1세션은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로 시작됐다. 박주화 연구위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전 ‘2030세대는 단일팀 구성에 부정적’이었지만, 단일팀 경기 후 ‘2030세대는 단일팀 구성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올림픽 개막 전인 2018년 2월 1주차 조사를 보면, 2030세대뿐 아니라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가 단일팀 구성을 ‘잘못한 일’이라고 답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잘한 일’은 40%, ‘잘못한 일’은 50%로 반대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한 달여 뒤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20대의 경우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28%에서 51%로 늘었고,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62%에서 34%로 크게 줄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긍정여론이 반대여론을 압도하는 결과이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뀐 것이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긍정인식은 1년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통일연구원의 『2019 한국인의 평화인식』조사를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은 단일팀 구성에 대해 찬성 58.5%, 반대 41.4%로 나오고 있고, 20대의 경우도 찬성 55.3%, 반대 44.8%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 기억은 ‘청년세대는 단일팀 구성에 부정적’이라는 것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박주화 연구위원은 “외신은 이 사건을 역사적 의미 차원에서 많이 다뤘는데, 오히려 한국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고 이것이 우리 기억으로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림픽 이후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이슈가 많아진 측면도 있고, 2030세대가 무관심하다고 하니까 우리 사회가 그 증거만 찾아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화 연구위원은 청년세대가 공정과 평등의 가치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민족 정체성, 역사적 경험, 가치 등이 단일팀 구성의 찬반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정의와 공정을 중시할수록 향후 올림픽 단일팀에 대해 찬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족 정체성이 강할수록,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있을수록 단일팀에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단일팀 구성에 대한 인식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간접접촉’ 효과를 제시했다. 실제 만난 사람들은 선수단이지만, 미디어를 통한 간접접촉으로 단일팀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남북의 접촉이 인식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이 주는 ‘접촉효과’가 인식의 변화로 이어져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스포츠부장으로 일하며 현장을 취재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당시 단일팀에 대한 2030세대의 생각은 분노에 가까웠고, 불공정 논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회고했다. 덧붙여 젊은 세대가 처음에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역사적 경험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 수권대회의 단일팀 구성과 같은 ‘감동의 기억’이 청년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지윤 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총괄매니저는 “당시 선수단들도 북한 선수단이 합류하기까지 두려움과 긴장이 있었지만 막상 함께했을 때는 아이스하키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포츠는 규칙 준수와 공정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단일팀 구성 시 오랜 시간의 준비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규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은 청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지적했다.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에게 통일에 무관심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직접 접하고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청년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5차례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대회의 규모와 성적이흥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공정성 논란도 없었다. 평창의 경험이 역사적 기억이 되었고 철저한 논의와 준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남북 단일팀 구성이 가능할까. 전재섭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운영본부장은 2024년 강원에서 열리는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공동응원, 공동입장, 공동선수단 구성을 비롯하여 공동개최까지 염두하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평창의 경험을 살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대화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션2. 평화·통일에 대한 청년의 시선 세션

청년세대를 규정하지 말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존중하기
4년 전과 달리 오늘을 사는 청년들은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세션이 남북 단일팀 사례를 통해 청년을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로잡는 자리였다면, 2세션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2세션은 이승원 시사평론가의 사회로 다니엘 린데만 방송인, 이남수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 강나라 방송인, 임명묵 작가, 전성훈 팟캐스트 PD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함께했다.

토론회에 앞서 민주평통 청년운영위원회는 2030 청년자문위원을 대상으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는 총 334명이 참여했다. 청년들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묻는 질문에 ‘평화롭다’ 31.1%, ‘평화롭지 않다’ 62.3%로 응답했다. 왜 청년들은 현재의 상황을 평화롭지 않다고 보는 것일까.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군사적 긴장 상황이 청년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널들도 평화롭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남수 학생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와 달리 “평화의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고, 전성훈 PD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언제나 일촉즉발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이자 탈북민인 강나라 씨는 “남북 사람들이 함께 살지 못해서 평화롭지 못하다”고 했다. 독일인인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매번 전화해서 한국이 위험하니 빨리 돌아오라고 한다”면서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자체가 평화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형묵 작가는 생각이 좀 달랐다. “남북 군사적 충돌 상황이 있어도 그동안 일상을 영위해 왔다”며 실제 전쟁 중에 있는 나라들에 비하면 평화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위협 없는 평화로운 공존을 원한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2030세대의 생각은 무엇일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쟁위협 해소가 35%로 가장 높았고, 경제강국 도약 28.1%, 같은 민족 17.4%, 국제적 위상 강화 10.5%로 뒤를 이었다. 최근 남북관계 상황이 나빠지면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적인 이야기가 아닌 저마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이남수 학생의 할아버지는 황해도에서 온 실향민으로 고향과 멀지 않은 인천에 터를 잡으셨다. 인천의 요양원에도 실향민이 많다. 분단이 가져온 수많은 사연이 요양원 안에서 오고간다. 이남수 학생은 그곳에서 봉사하면서 이제는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강나라 씨는 북에서도 남에서도 ‘우리의 소원’ 노래를 부르는데, 가족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족 때문에 통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성훈 PD는 외조부모 두 분 모두 평양이 고향인데 외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헤어진 오빠를 그리워했다며 통일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청년세대들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패널들이 북한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학을 전공하고, 북한에서 살다 오고, 북한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북한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 책으로, 미디어로 만나는 북한은 여전히 청년들에게 멀리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통일 방식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평화공존 시기 후 통일’ 69.5%, ‘이웃 국가로 공존’ 22.5%, ‘당장 통일’ 4.8%로 나타났다. 평화로운 공존, 이웃 국가로 공존을 선호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들었다.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언어 교류부터 시작하자. 민간과 지자체가 나서서 손에 잡히는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교환학생도 운영하자. 세계적인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를 보자. 서로 어떻게 사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이산가족이 자주 만나야 한다. 자유롭게 왕래하는 환경을 만들자” 등 청년의 시선이 담긴 수많은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왔다. 유튜브와 줌 등 온라인으로 참여한 청년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청년의 생각을 더했다.

이번 토론회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선을 제대로 담아내는 일은 기성세대의 잣대로 그들을 규정하고 획일화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경험하고 접촉하는 공간을 만들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청년의 시선이 담긴 평화와 통일 논의의 시작이 아닐까.

통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밥: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 먹는 게 나의 소원이고 통일이다. _ 강나라
용광로: 우리의 통일 논의는 어우러지기보다 획일적인 느낌이 강하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_ 전성훈
옛날: 초등학생 때는 남북관계가 좋아서 학교에 통일행사가 많았다. _ 임명묵
화분: 물만 주면 안 되고 빛과 거름도 필요하다. 통일도 모두가 조화로워야 가능하다. _ 이남수
방탈출: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분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밝은 미래로 갈수 있다. _ 다니엘 린데만


청년 토론회 영상은 민주평통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청년 토론회 영상은 민주평통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