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포커스

북한의 관광정책과 관광특구 경제정책 핵심분야로 개방성 높아진 관광산업 경제정책 핵심분야로
개방성 높아진 관광산업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공식 확인됐다. 북한 국가관광총국 관광홍보국장은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에 방북한 외국인 관광객이 20만 명을 넘고 이 중 중국인이 9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16년 무렵 북한의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10만 명 정도라고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두 배나 많은 숫자다. 북한은 하루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총량)를 제한하거나 지역별로 일별 체류 외국인 관광객 인원수를 제한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북한 내 관광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북한의 관광정책

북한에서 ‘관광’은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어사전에나 나오는 수준이었다. 물론 관광의 역사 자체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에는 사회주의 국가 및 비동맹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체제선전을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1985년 조선국제청년관광사 설립, 1987년 세계관광기구(WTO) 가입, 1988년 금강산국제관광 회사 설립 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조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서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치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991년 나선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하여 국제적인 관광기지를 조성하고자 했고, 1991년 세계관광전람회 참가, 1995년 세계관광기구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가입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북한 관광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실적은 저조했다. 1990년대에 북한은 제1차 북핵 위기와 ‘고난의 행군’을 지나는 중이기도 했다.

북한 관광은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으로 전기(轉機)를 맞이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약 10년간 금강산 관광 193만 5,000명, 개성 관광 11만 2,000명, 평양 관광 2,300명 등 우리 국민 약 200만 명이 북한을 찾았다. 연평균 20만 명이 북한을 관광한 셈이니 앞서 북한이 밝힌 외래관광 시장 전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북 관광 중단 이후 북한 관광은 중국 관광객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 2009년에 중국과 북한이 양해각서를 맺고 2010년부터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1년에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취소했고 금강산관광지구법을 폐지하는 대신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새로 채택했다. 2012년부터는 중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지를 추가 개방하고 신규 관광코스를 개발했으며 도로·철도·항공 접근성을 높이고 통행증, 비자, 휴대전화 소지 등 관광객 편의를 확대했다.

북한의 관광정책은 2013년부터 더욱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관광업을 중요산업의 하나로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제1비서)은 “나라의 여러 곳에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을 활발히 벌리며 각 도들에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들을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킬 것을 주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치적으로 내세우는 마식령스키장도 2013년 2월에 착공해서 당해 12월 31일에 개장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가관광총국이 기념보고회를 열었고 조선국제여행사는 관광지구 외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북한은 우리 측에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으며(우리 측이 보류), 북·중·러 3국 간 두만강삼각주 국제관광도시 조성에 합의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 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경제특구와 관광개발에 관한 기술 및 지식 연수에 나서고 인력양성을 위한 관광 교육기관도 확충했다.

관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정책 중 핵심 분야로 다뤄지며 관광정책의 우선순위와 관광산업의 개방 정도도 높아졌다. 물론 북한 전역이 개방된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개별 관광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관광 홍보사업을 벌이고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국제로밍과 호텔 내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 편의까지 모색하고 있다. 남북 관광 재개 시 한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할지는 의문이지만, 방북 시 휴대전화를 고스란히 제출해야 했던 2008년과 비교해볼 때 변화가 없지는 않은 것이다.

관광코스 고려한 관광특구 개발

북한의 주요 관광지는 크게 서부(평양-개성), 동부(금강산), 북부(북·중 접경)로 나뉜다. 북한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평양 방문을 희망하기 때문에 서부는 관광코스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편이다. 관광특구는 주로 동부와 북부, 또는 평양에서 동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북한의 관광특구

대표적인 중앙급 관광특구는 동부의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2014년 지정)이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갈마해안관광지구이다. 원산-금강산지대는 원산시, 통천군, 고성군을 아우르는 440㎢로 금강산국제관광특구(온정리·고성항, 삼일포·해금강)를 비롯해 원산(도심, 갈마)·마식령스키장·울림폭포·석왕사·통천(시중호, 동정호, 총석정) 등으로 구성된다. 2020년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 중인 갈마해안관광지구는 명사십리해수욕장, 물놀이장, 자연공원과 숙박, 별장, 회의·전시, 체육경기, 상업·편의 기능을 갖춘 북한 최대 관광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11년 8월에 만경봉호를 투입해 나선-금강산 시범관광(4차례 400명)을 추진했고 2013년에는 옌지에서 출발하는 싱가포르 황성호가 투입(3차례)되었지만 모객 부진으로 철수했다. 2017년에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개발총회사는 블라디보스토크-나선-원산-금강산 노선 및 동남아-금강산-원산 노선에 카지노를 갖춘 1천만~2천만 달러(10년 운영) 규모의 크루즈선(1천 명 정원) 투자유치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에 진전을 이룬다면 갈마해안관광지구는 기존에 금강산을 찾았던 한국인과 원산을 찾았던 재일 조선인이 즐겨 찾는 휴양지이자 환동해 국제크루즈 기항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중앙급 관광특구는 동북부의 무봉국제관광특구(2015년 지정)로 삼지연지구가 핵심이다. 북한은 해안관광지구인 원산갈마와 더불어 산간문화도시의 표준으로 삼지연군을 내세우고 있다. 혁명활동박물관, 동계 스포츠단지, 블루베리와 감자 가공공장, 노후주택 재건 등이 포함되어 있고 유무선 전화시설과 인터넷 등의 공사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2017년 말부터 각종 공사에 돌입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도 이어졌다.

무봉국제관광특구는 북한 경제개발구법과 대외투자법을 근거로 북한 무봉특구위원회와 중국 화룡시 인민정부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다. 총 면적은 84㎢이지만 삼지연군 무봉노동자구 일부인 20㎢를 먼저 개발한다. 합작 계약은 홍콩성윤투자유한공사를 통해 체결되었다. 특구의 개발권, 경영권, 사용권 기한은 50년이며 홍콩성윤투자공사가 이를 행사한다(무상 토지 제공, 10년 간 세금 면제). 백두산 동파구역, 이명수폭포, 덕수천 등 10여 개로 구성된 1박 2일 또는 2박 3일 여행코스가 개통됐다.

그밖의 관광특구로는 지방급 경제개발구인 온성섬·청수·신평관광개발구가 있다. 온성섬관광개발구(2013년 지정)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도문과 마주하는 섬 전체(1.69㎢)이다. 북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에 붙어 있어서 북한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골프장, 수영장, 경마장, 음식점 등을 갖춘 휴양지구를 조성하고 섬 주변 수역에 보트 등 유람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도문시와 개발 계약서를 체결했다.

청수관광개발구(2014년 지정)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하는 평안북도 삭주군 방산리 일부와 청성노동자구(20㎢)이다. 문화오락구역과 민속촌을 만들고 특산물가공, 축산, 과수, 양어기지를 개발해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14년에 평안북도 인민위원회가 중국 랴오닝성 및 단둥시의 협조 아래 관광개통식을 가졌다.

신평관광개발구(2013년 지정)는 평양에서 원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중간지점에 위치한 황해북도 신평군 평화리 일부(8.1㎢)이다. 구룡폭포, 주상절리, 옥류동계곡 등 명승지의 유람, 탐승, 휴양 등을 테마로 한다. 북한이 지정한 경제개발구 대부분이 연안이나 접경 지역에 지정된 반면 드물게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평양-원산고속도로 이동시 사실상 4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휴게소의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확보할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가 주목된다. 양덕 온천관광지구는 갈마지구 및 삼지연지구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주요 건설공사이다. 스키장과 온천휴양이 결합된 다기능체육문화휴양지와 요양치료기지를 목표로 한다. 신평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것은 원산으로 가는 경유지에 또 하나의 복합리조트를 건설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로운 남북관광 패러다임 필요

북한이 이처럼 관광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직접적으로 외화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인 치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관광개발이 북한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영향을 보면 크게 경제적 파급효과와 사회적 여건 조성이다.

첫째, 외화수입 증가는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는 수수료를 현금으로 준비해서 방북 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바로 이 수입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외래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연합

둘째, 하드웨어 개발을 통한 접근성 개선이다. 관광객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관광지를 더 늘리고 관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북한은 이전에 개방하지 않던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셋째,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여건 변화이다. 관광지 개발과 관광활동 편의 제공을 위한 제도개선, 그 과정에서 국제규범에 대한 노출과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관광 자체가 곧 인적교류이며 관광개발을 위한 인력양성, 외래관광객을 통한 외국어 및 외국인 접촉 기회가 동반된다. 북한의 외래관광 체계상 제한적이지만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비해 사회적 파급효과는 불분명하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관광개발을 위한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 관점에서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북한 스스로 깨닫고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 오류로 인한 불편을 체감하고 해결할 기회와 여건을 조성하는 것, 북한이 관광개발 과정에서 그기회와 여건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면, 남북관광 재개가 가장 먼저 논의될 것이다. 그때 우리 국민은 마음 놓고 다시 북한을 찾을 수 있을까? 남북관광이 추진되었던 과거 10여 년 동안 북한을 방문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들은 이미 모두 북한에 다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중장년층에 접어든 잠재고객 200만 명이 새롭게 등장했다. 해외로 유출되는 스쿠버다이빙, 서핑, 클라이밍 마니아들이 북한의 주요 포인트 코스를 즐기고, 전 국민의 취미활동이 된 등산과 산림치유를 북한에서 할 수 있다면, 한반도 전역을 캠핑카로 일주하거나 자라나는 세대의 상호 이해 증진과 문화교류를 위한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떠날 수 있다면 어떨까? 새로운 남북관광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 통일시대는 바로 그런 시대일 것이다.

윤인주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남북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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