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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넘어 온 아프리카돼지열병
접경지역의 남북공동방역 체계 필요

세계화로 국가, 경제 및 산업 간의 상호 연결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행성 질병이 가축을 비롯한 동물의 무역을 위협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출입이 통제되면 당장 식량난이 초래되는 상황에서 AI, 아프리카돼지열병 및 구제역 등 국가 간 질병은 농민의 생계뿐만 아니라 식 량안보와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질병의 노출 경로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인 국제무역에서 부터 발생한다. 살아 있는 가축과 육제품의 공식 거래는 법률로 규제되고 있으나, 국경을 넘어선 불법 밀수를 통한 질병 전파는 완벽히 통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질병의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1997년 네덜란드에서 돼지콜레라로 불리는 돼지열병(CSF)이 유행하며 돼지 천만 두의 처리 비용으로 23억 달러가 소요됐다. 같은 해 발생한 구제역(FMD)은 대만의 양돈산업을 파괴시켰다. 영국은 2001년 구제역 발생으로 농식품 분야에서 44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고, 우리나라도 2011년 수조원의 피해가 있었다. 1978년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 섬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의 수가 급감했다.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재 한반도에 상륙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이상 확산되 지 않도록 남북한이 협력하면 이를 박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염성 강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무역과 식량수입으로도 전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성 돼지질병으로 감염된 돼지의 눈물, 침, 분변 등의 분비물로 전파되며 잠복기간은 약 4∼19일이다. 사람에는 영향이 없고 다른 동물에도 전염되지 않으며, 돼지와 야생 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에 감염된다. ASF 바이러스는 신발, 옷, 차량, 나이프, 장비, 오염사료 및 기타 오염물체를 통해 전염된다. 돼지열콜레라(CSF)와 같이 바이러스로 인한 다른 질병과 달리 ASF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Asfivirus 속(Asfarviridae 계열)의 DNA 바이러스로 20개 이상의 유전자형이 확인됐다. 100%의 사망률을 유발하는 독성이 높은 것과 낮은 변이체가 알려져 있으며 혈액, 대변 및 조직에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고, 상온에서는 분변에서 수 일 동안, 돈사에서는 적어도 한 달 동안, 4℃에 저장된 혈액에서는 최대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염지된 건조 햄에 140일, 냉동육에는 몇 년간 감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머리 근처의 림프절에 감염이 많고, 주로 단핵구 및 대식세포를 감염시킨다. 소독제로는 차아염소산 나트륨, 구연산, 일부 요오드 및 4차 암모늄화합물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공되지 않은 육류는 70℃ 이상에서 30분 동안 가열하면 ASFV를 불활성화 시킨다. 깨끗한 표면에서는 pH 3.9 이하 또는 11.5 이상에서 비활성화된다. 임상 징후 및 사망률은 바이러스의 독성 및 돼지의 종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ASF는 40.5~42℃의 고열, 우울증, 식욕 부진 및 피부 출혈(귀, 복부 및 다리의 피부 발적), 임신한 모돈의 낙태, 청색증,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키다 10일 이내에 100%까지 폐사한다. 아급성 및 만성 형태는 중등도 또는 저독성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며, 이는 훨씬 긴 기간 동안 발현한다. 사망률은 30∼70%로 비교적 낮지만 체중감소, 간헐적 열, 호흡기 증상, 만성 피부궤양 및 관절염이 발생한다.

모잠비크는 지역 돼지 80%가 초토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1921년 케냐의 길들여진 돼지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오늘날에는 마다가스카르 섬을 포함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ASF는 1957년에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것이다. 1960년대에 는 스페인에서 발생하여 이후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등으로 전파됐다. 서구에서는 1971년 쿠바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때 돼지 40만 마리가 희생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발생했으며, 브라질(1978-1981)과 아이티(1978-1984)에서도 많은 수의 돼지가 희생됐다.

ⓒ농림축산식품부(2019. 6. 3. 기준)

1970년대 후반에는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발생했으며, 브라질(1978-1981)과 아이티(1978-1984)에서도 많은 수의 돼지가 희생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동안 ASF가 없었거나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1994년 모잠비크에서 발생한 ASF는 이 지역 돼지의 80%를 초토화 시켰고, 1996년에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돼지 개체수의 25%가 폐사했으며, 1,300만~3,300만 달러의 직·간접적인 손실과 비용이 발생했다. 이후 토고, 베냉, 감비아, 나이지리아로 번진 ASF는 1999년 가나로 퍼진 후 근절되었다. 2007년에는 유라시아 코카서스 지역의 조지아공화국에 전파되었고, 그곳에서 러시아와 벨로루시, 인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국가로 확산되었다. 2015년에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및 폴란드에서 발생하였다.

또 이란의 멧돼지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바이러스의 발생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입된 냉동 또는 가공 돼지고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년 8월, 중국에서 첫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2019년 8월까지 보고된 153건 중 사육돼지가 150건, 야생 멧돼지 3건으로 돼지 사육두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7% 감소했으며, 어미돼지의 사육도 37.4%로 감소했다. 같은 시기 벨기에, 헝가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러시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및 루마니아에서도 ASF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ASF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또는 뉴질랜드 등이다.

사양돼지 및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 검출 및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남북한 접경지역 ⓒ필자 제공

ASF를 전파하는 매개체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제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가공하지 않은 돼지고기 제품(수입 및 불법)을 들여오거나, 이를 돼지에게 먹이로 주는 경우, 감염된 야생 멧돼지와 사육 돼지와의 접촉 등으로 전파된다. 이처럼 동물질병(Transboundary Animal Diseases, TAD)은 무역 및 식량 수입 등으로 인해 다른 국가로 쉽게 확산되므로, 통제·관리를 위한 국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 간 동물질병은 병원체 유입에 대한 신속한 감지, 조사 및 통제가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많은 국가들이 수의학 진단 능력 부족으로 확산 원인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특히 동물질병은 감염이 아직 발병하지 않은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 2014년 리투아니아에서 도축 준비를 마친 돼지 1,704마리를 폴란드에서 수입했는데, 이틀 전 ASF 발생이 보고됐다. 1997년에는 돼지열병에 감염된 새끼 돼지로 인해 네덜란드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질병이 확산되었고, 2017년 불가리아는 폴란드에서 사냥한 야생 멧돼지 선적을 압수한 뒤 ASF 발병이 보고됐다. 돼지고기 거래와 관련된 주요 위험은 구제역, CSF, ASF의 바이러스성 물질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는 육류제품의 장기간 감염으로 인해 특히 문제가 되는데, 바이러스 DNA의 검출로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는 있다. 그 외 ASFV로 감염된 물렁진드기, 감염된 돼지사체 및 돈육제품, 잔반, 바이러스로 오염된 신발 및 의류, 수송차량 등이 매개체로 작용한다.

“남한과 인접한 주요 출입 지역에서 남북공동방역에 대한 합의 및 실천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가축질병 상황을 공유하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공동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로 넘어온 돼지열병, 남북공동방역 필요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2019년 1월 몽골, 2월 베트남, 5월 북한에 이어 9월 남한에서 발생했다. 먼저 북한과 인접한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에서 발병했으며, 백두산 근처에 있는 중국 백산시 지역의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 5월 31일 북한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1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이후 ASF는 북한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보고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남한에서는 올해 9월 17일 파주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10월 11일까지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 연천군 내 발생 농장으로부터 3㎞ 이내 지역과 인천 강화군 전 지역 내 총 94개 농장에서 약 1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에서 야생 멧돼지가 남북한 접경 지역을 오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확인됐는데, 10월 3일 연천 비무장지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20일 동안 파주, 연천, 철원에서 감염 사체가 14마리나 발견됐다. 이 중 11마리는 민통선 안쪽 지역에서 발견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남북한 경계를 오가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열병(CSF), 구제역(FMD), AI와 같은 가축질병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려면 남북한 공동방역협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수의사 확보, 백신 공급 및 공급을 위한 자원의 투입, 의심되는 사례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감시시스템 유지, 발병 시 질병통제 전략을 구현할 훈련된 인력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수의방역 시스템에 있어서 약품 및 소독시설이 미비하여 질병통제가 잘 관리되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 및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

북한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축질병관리를 위해 국제적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남한과 인접한 주요 출입 지역에서 남북공동방역에 대한 합의 및 실천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가축질병 상황을 공유하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공동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주요 가축질병에 대한 공동방역을 위해 질병 모니터링과 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질병 진단키트 및 소독제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북한과 교류 협력을 통하여 중국, 러시아와 인접한 북한지역에도 가축방역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대처로 유행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

김수기 김수기
건국대학교 북한축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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