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을
서울-평양 올림픽 실현 기회로

최근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 속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북한 평양 원정경기가 개최됐다. 남한은 FIFA 랭킹 37위, 북한은 118위로 객관적 전력 차이를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승부로, 남북은 현재까지 17전 7승 9무 1패의 전적을 기록하게 됐다. 남북한 축구경기에서 유일한 1패는 1990년 10월 11일 평양 통일축구에서 1:2로 패한 것이었다. 이후 남한은 이번 경기까지 3승 8무의 무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 10월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치러진 평양 원정 경기는 취재진과 응원단, 중계방송이 없는 무관중경기로써 스포츠의 공정성과 정치적 상관성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과 논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스포츠교류는 당시의 정치적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29년만의 평양 원정 경기에서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이 제공되기를 기대했으나 선수와 임원 등 단 55명의 방북만 이뤄짐으로써 분단의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절감하게 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10월 20일 평양에서 개막한 ‘아시아주니어역도 선수권대회’에는 남한 선수단 70여 명과 취재진 2명의 방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는 북한 역도가 갖는 경쟁력의 비교우위를 떠나 새삼 남북한의 현실적 상황을 공감하는 사례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훈풍 불러온 평창 동계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의 한반도는 전쟁 가능성의 논란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창출하며,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림픽 참가 선언을 했고 이에 따라 북한 선수단의 참가, 남북한 단일팀 구성, 남북한 선수단 개회식 공동입장,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북한 응원단 및 예술단 공연 등이 속속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형성된 평화올림픽 분위기는 남북관계 개선과 뒤이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반도 역사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전 세계에 ‘평화 메신저(Peace Messenger)’로, 또한 ‘평화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4.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 9· 19 평양공동선언문 中


지난해 8월 26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카누 경기장에서 열린 카누용선 500미터 여자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북단일팀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내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 화합과 공동번영을 이끌어가는 대회가 되도록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올림픽 정신인 평화와 화합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32 하계올림픽과 개최지가 2021년 또는 2022년에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9년 6월 IOC 총회에서 기존 평가위원회를 대신하여 미래유치위원회가 신설되고 올림픽 개최지 결정 방식이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올림픽 헌장에는 개최 7년 전 총회에서 차기 유치도시를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올림픽 헌장이 수정됨에 따라 시간과 관계없이 유치 포기 사태를 방지하고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개최 시기 결정을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2020년 1월 IOC 총회에서 2024 동계유스올림픽과 2030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지 선정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2032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32 하계올림픽 입후보 예상 국가(도시)들 또한 역사적 및 시대적인 당위성을 피력하며,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이집트와 독일 등이 유력한 경쟁 대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19 올림픽데이런에서 참가자들이 출발 전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기원’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을 전략적 기회로 만들어야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2020 도쿄 올림픽을 활용한 전략적 기회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즉,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평양선언 후속 조치로 논의된 남북한 단일팀 구성 및 참가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남북은 평양선언 이후 2018년 11월 2일과 12월 4일 두 차례 남북체육분과회담과 문서교환, 2019년 2월 14일~15일 스위스 로잔에서 이루어진 IOC와 남북한 3자 간 회의를 통해 여자 농구, 여자 필드하키, 유도 혼성단체, 조정 등 4개 종목에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논의를 이루어 냈다(탁구와 카누 등에서도 추가 논의 가능). 아울러 역대 남북한이 단일팀 구성 경험이 있는 6개 하계종목(탁구, 축구, 카누, 조정, 여자농구, 유도)에서도 공동훈련 및 정보 교환, 용품 및 용구 등 기자재 교류 등의 상호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또 단일팀 구성 참가 이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한 파급 효과를 노리는 것도 필요하다. 공동입장과 공동응원을 비롯해 ‘2032 남북공동올림픽유치 위원회(또는 실무준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거나, 남북한 NOC를 중심으로 ‘One Korea House’(가칭)를 운영해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씨름, 태권도 같은 남북 합동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유치 활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강원도 유치가 무산됨에 따라 현재 개최지가 없는 2021 동계아시안게임에 대한 전략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산 계승과 사후 활용이라는 명분 충족을 위해서라도 ‘2021 서울-강릉 동계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고려해봄직하다. 또는 국가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도록 ‘2021 서울베이징(또는 삿포로)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해 동아시아 릴레이 스포츠이벤트를 활용한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 및 개최지 결정의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으로 남한의 우월한 동계스포츠 경기력에 기초하여 우호적이고 호혜적인 남북한 동계스포츠 교류협력을 통해 스포츠의 진정한 교류협력 상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선제적인 남북 공동 노력 필요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우리부터 선제적으로 ‘2032서울-평양 공동올림픽추진실무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 논의 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이를 확대·발전시킨 ‘2032 서울평양공동올림픽남북한유치위원회’(가칭) 구성·운영이라는 단계적 접근에 대한 정책적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밝힌 2024 동계유스올림픽 유치와 2020년 11월 세계 206개국이 참석하는 국가올림픽연합(ANOC) 서울 총회 등을 활용해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 또한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남북한 공동 유치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이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이것이 궁극적으로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지난 2월 15일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토마스 바흐국제 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가운데)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오른쪽)이 3자 회동을 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 ⓒ연합

분단 이후 남북한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교류협력을 이어온 사례가 있다. 그 가운데 체육 및 스포츠 분야에서는 ‘체육 교류협력을 통한 화해협력과 민족 동질성 회복, 나아가서 한반도 평화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간헐적이지만 의미 있는 교류협력을 해 왔다. 향후에도 스포츠가 남북교류협력의 첨병으로서 경쟁력 있는 역할수행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체육 분야의 남북한 교류협력은 민족의 통일과 통합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공존 및 정착의 전 과정에서 물꼬를 트는 마중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는 남북한 체육교류협력 분야에서 주어진 우리시대의 사명이자 당면한 의무이다. 이를 위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추진원칙을 갖고 민족동질성 회복을 전제로 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향후 보다 확장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비전을 만들기 위해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 Through Exchange & Cooperation)’라는 대원칙을 천명하고 준수해야 한다.

2032 하계올림픽 유치 예상 국가
구분 형식적 유치 당위성 비고
인도 -2026 하계 청소년 올림픽과 2030 아시안 게임,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계획 공식 발표 정부 적극 추진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독일에서 가장 큰 주로, 13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 계획
-6개 스타디움과 24개 경기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어, 기존 시설만으로도 80%의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강점
-1990년 10월 3일 동서독 통일 이후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52년 만에 올림픽 개최)
IOC 2020 어젠다부합
이집트 -136년 만에 아프리카 최초로 하계올림픽 개최 추진 아프리카 최초
러시아 -1991년 러시아 연방 출범 이후 하계올림픽은 개최한 적이 없음
(2014년소치 동계올림픽)
정부의 적극 개입 예상
중국 -2008년 하계 올림픽과 2022년 동계올림픽을 베이징에서 유치 경험 -

김흥태 김흥태
대진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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