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환경 변화 속, 한반도 평화공감대 확산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를 위한 우리의 역할’과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감수성 증진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승환 사무처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고 있지만, 남북관계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들께 공동올림픽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전파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하고, 오늘의 논의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 했다.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실현, 세밀하고 일관된 접근 필요
토론회는 김광길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인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김동선 경기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김동선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동서 냉전 속 화합의 무대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전쟁 위기에서 평화무드로 전환하는 변곡점이 되었다”며 동서독의 스포츠 교류, 미·중의 핑퐁외교, 미국과 쿠바의 야구외교, 남아공의 흑백화합 등 역사적으로 스포츠가 평화의 매개변수로서 갈등과 분열을 봉합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어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실현을 위해 민주평통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감확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SNS 홍보단, 로고송 제작, 지역별 설명회, 국내외 자문위원들과 함께 벌이는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한 공감대 형성 운동 등을 제안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흥태 대진대학교 교수는 “얼마 전 북한과의 축구 경기 후 일부에서 남북교류협력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평통을 비롯해 정부와 각 단체, 전문가들이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도쿄, 베이징 등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릴레이를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림픽 유치에 앞서 미래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며 “북핵 문제 및 공동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해석보다 조용하고 치밀한 기조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승환 사무처장 김광길 변호사(사회)
박계리 교수(발제) 김동선 교수(발제)
서울시 박지용 남북협력추진단 담당관은 “1988년 서울올림픽은 상당한 적자였음에도 한반도의 운명을 바꿨고 그 결과는 비용으로 환산 불가능할 정도”라며, 현재 공동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다른 세대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203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민주평통이 개발해 달라고 제안했다. 또한 공동올림픽은 “서울시뿐 아니라 타 지자체와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한반도 올림픽”으로 개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찬숙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지원부장은 “공동올림픽의 유치와 개최는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의 역할이 함께 수반되어야 가능하다”며, 지역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의 홍보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자체와 민주평통이 협력하여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높이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기자는 “88 서울올림픽은 한국에 많은 것을 안겨줬지만, 북한 배제 탓에 북·미 적대 관계 지속”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단순히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넘어 한반도의 안정과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올림픽 유치도시 결정이 몇 년 남지 않은 만큼 민주평통이 국내외 협의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하는 논의의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은아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공동올림픽 개최는 남북협력과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올림픽이나 스포츠 교류가 있을 때 응원단으로 역할하며 선수와 응원단 간 교감을 만들어 낸 것이 여론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에서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고양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면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보 KISTI 객원연구위원은 공동올림픽 유치가 성사됐을 경우를 전제로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홍 연구위원은 남한과 북한의 태권도가 그 뿌리가 같지만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적하며 “남북의 공동이익을 위해서라도 남북한 태권도의 올림픽 공동출전, 인류문화유산 공동등재 등의 협력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평통 사회문화교류분과위원장인 조재형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올림픽 개최도시가 결정되는 시기에 맞춰 활동 방향과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문가들이 각 영역에서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아카데미, 교육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올림픽 개최시기인 2032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국민적 관심과 공감이 부족하지만, 개최 장소는 빠르면 2~3년 안에 결정되는 만큼 서울-평양의 협력체계 구축 및 우리 내부의 치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실현을 위해…
- 반도 미래 환경 고려하며 치밀하게 준비
- 국민 공감을 확산하는 활동 필요
- 도쿄 올림픽부터 평화 위한 활동 시작해야
- 서울뿐 아니라 한반도가 함께하는 올림픽으로 서울-평양 협력체계 구축 시급히 추진
문화예술이 평화로 향하는 탈출구 돼야
두 번째 주제인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감수성 증진방안’에 대해서는 박계리 통일연구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박계리 교수는 ‘분단으로 인한 갈등과 트라우마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정서적 반응이 평화감수성’이라고 정의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감수성 증진을 위해 평화문제에 있어 우리의 분단 트라우마를 체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아닌 사회와 국가도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은 세대로 전이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집단 망각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데 문화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단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치유방안도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스로 효능감을 느낄 때 트라우마가 치유됐다는 결과도 있는 만큼 문제를 드러내고 직면하게 하는 것 외에 도 다양한 치유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관객들이 문화예술의 생산 주체가 되는 상황에서 평화감수성을 문화예술인들만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순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은 “남북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평화감수성 증진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접근”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어 “겨레말큰사전의 경우 14년간 총 25차례 1200시간을 넘게 만나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소통 방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며 “남북 간 직접 교류가 평화감수성 증진과 분단 트라우마 극복에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백미순 행복문화예술포럼 대표는 음악, 무용, 연극, 상담 등을 통한 치료가 큰 도움이 됐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평화감수성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공공화하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매체를 통해 확산·재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한 주민들의 문화감수성 증진을 위해 북한의 삶과 문화예술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중요한 접촉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태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는 “문학에서 평화감수성 증진을 위해서는 결국 남북이 서로의 텍스트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하며, 텍스트의 상호교류가 막힌 상황에서는 평화감수성을 증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남한의 ‘레드 콤플렉스’가 평화감수성을 증진하는 데 역효과를 불러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은 “평화감수성을 논할 때 고통, 상처, 트라우마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데, 고통스럽지 않으면서 평화감수성을 증진할 수 있는 작품은 없는지 묻고 싶다”며 미술평론가 서경식 선생의 책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의 서문에 적혀 있는 ‘수차례 파국을 경험한들 결국 인간은 깨달을리 만무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현 통일뉴스 기자는 “문화예술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만큼 분단 트라우마가 한 번에 극복되거나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반도 평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평화감수성을 논의할 상황인지 의문”이라며 “평화는 남한만의 평화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평화인 만큼 남북이 함께 평화한반도를 위한 문화예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평화란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며 “남과 북이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서로의 타자성을 긍정할 때 대화의 여지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요즘 아이들에게는 문화예술이 놀이와 유행, 즐거움의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떻게 북한과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승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현재 남북관계가 꽉막혀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이 평화로 향하는 탈출구가 되어야 한다”며 “평화의 소녀상과 더불어 이산가족상을 세우는 등 민주평통이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감수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를 함께 한 이승환 사무처장은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평화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는 늘 고민”이라며 “현재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민간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는 통일문제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건의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매년 두 차례 개최된다. 한반도 정세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평화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된 발제와 토론 내용은 향후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