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구호 중에는 ‘위성은 우주로 축구는 세계로!’도 있다. ‘위성을 통해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듯 축구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자’는 결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구호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과학기술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축구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자’는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위성은 우주로 축구는 세계로
축구는 김정일 시대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중요한 목표이며, 김정은 시대 체육정책의 핵심 종목이다. 2011년에는 매년 당해연도의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축구 강국’이라는 네 글자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축구강국 건설은 노동당의 주요 목표라고 했다.
축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축구를 통한 대외선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축구는 우리나라에 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체육종목’, ‘축구기술이 높으면 나라와 민족의 영예를 온 세계에 빛내일 수 있다’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은 축구강국 건설의 금과옥조다. 2011년 1월 16일자 『로동신문』에서는 아예 「축구강국을 향하여」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노동당에서 발간하는 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기사나 논조는 곧 노동당의 공식 입장이다. 사설에는 “선군조국을 축구의 나라, 축구강국으로 빛내이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의지이다. 모두다 당의 부름에 애국의 한마음 다 바쳐 이 하늘 아래, 이 땅 우에 온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축구강국 건설의 장엄한 불길을 세차게 일으켜나가자”고 독려했다. 축구강국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최고지도자가 언급한 말은 곧 그대로 정책이 된다. 최고지도자의 말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일사천리로 집행된다. 인민들의 귀에 들어오는 구호를 만들고, 선명한 컬러 포스터들이 곳곳에 나붙는다. 전국 주요 지역이나 축구 관련 시설에는 장군님의 말씀이 ‘말씀판’으로 나붙는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축구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축구를 잘 하려면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과학영화가 만들어지고 사례들이 소개된다. 장군님 말씀을 받들어 새 새대 축구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헌신한 숨은 영웅들이 발굴되고, 이들의 이야기가 책과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2013년에 만들어진 예술영화 <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 > 처럼.
위성은 우주로, 축구는 세계로!’ 구호
축구강국을 향한 교육체계 평양국제축구학교
축구 발전을 위해 북한이 강조하는 구체적인 정책의 하나가 평양국제축구학교다.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김정일 위원장의 축구강국 건설 정책을 이어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추진됐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개설된 평양국제축구학교는 2013년 5.1경기장이 있는 능라도에 문을 열었다. 부지면적은 1만 2,200㎡이며, 4개의 축구 전용경기장(3개의 천연잔디구장, 1개의 인조잔디구장)을 비롯하여 현대적인 교육시설과 식당, 목욕탕, 세탁소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교사들은 스포츠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선수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략 17명 정도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국제축구학교는 워낙 인기가 좋아 북한 여러 지역의 축구 인재들이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쳐야 입학할 수 있다. 현재 상당한 실력과 재능을 갖춘 190여 명의 학생들이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축구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된 북한의 예술영화 <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
훈련 내용과 프로그램은 독일의 축구학교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에서는 드물 게 국가 인터넷을 통해 공급되는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등 축구 관련 최신 기술을 배운다. 축구전문학교지만 일반 교과목 수업도 진행한다.
축구 인재의 해외 진출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국어 교육은 물론이고 2000년대 이후 축구 선진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축구 유학생을 파견하기도 했다. 해외 진출도 제법 이루어지고 있는데, 북한의 유명 축구선수 한광성은 호날두와 함께 이탈리아 유벤투스에 활동 하고 있다.
평양국제축구학교는 2019년 9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수여하는 ‘영예의 붉은기’를 받았다. ‘영예의 붉은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수여하는데, 여러 학교 중에 서 ‘모범적인 학교’에 수여하는 명예의 깃발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