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스톡홀름, 평양을 거쳐 금강산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북한·통일과 관련해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10월 5일 스톡홀름 북·미 접촉, 15일 관중 없는 월드컵 평양 남북 예선전,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 보도가 그것이다. 스톡홀름 북·미 접촉 결과는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월 27일~28일) 결렬 이후 7개월여 만에 만났는데도 공동기자회견이나 추후 만날 약속도 없이 헤어진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영변을 비롯한 핵시설 폐기 대가로 종전선언, 연락 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양측이 긴 시간 상호 입장을 교환해 깊은 탐색을 하고, 추후 접촉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다행이다.

강력한 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 북한은 연내 대타협을 추구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삼지연군 시찰을 마치고 백두산 ‘군마행군길’에 오른 것도 새로운 행보를 암시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한 자력갱생은 이제 일상적인 구호가 되었다.

스톡홀름 접촉에서 비관도 낙관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의 하나로 평양에서 남북한 축구 경기에 거는 기대는 높았다. 남북 직항로를 통해 선수단과 응원단, 중계팀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계 협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대규모 현금 지불이 동반되는 중계협상이 실패하며 부푼 꿈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그 결과 남측에서 응원단과 방송팀이 방북할 수 없게 되었고, 그에 대해 북한측도 응원 없이 경기를 진행 했다. 경기는 대단히 거칠게 진행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북한측에 축구팬들의 볼 권리를 차단한 것에 항의하면서 국내 여론도 더욱 싸늘해졌다.

금강산을 시찰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은 북한의 결기와 두려움을 함께 보여 준다. 제재 국면에서 금강산 관광이 어렵고, 하노이 이후에도 핵협상 타결 가능성도 낮고, 그 가운데 남한의 ‘민족공조’ 의지도 낮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차라리 북한 주도의 국제관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경제와 인민의 생활 여건이 지난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과 연합하고 미국과 대타협을 추구하며 남한과 거리를 두는 3면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핵병진 노선 관철 이후 경제건설 총매진 노선으로 전환한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가시적인 성과 없이 고립과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북한은 ‘자력갱생’과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반복하며 인민교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남북협력 없이 북한의 생존, 남북 공존, 한반도 평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북문제를 정쟁으로 삼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관리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대비책은 언제나 두 가지이상이 외통수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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