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42021.04

진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어떻게 해야 하나?



한반도 유사시 군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매 행정부마다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쟁점과 과제를 진단한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조기 전환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미래연합사 운용능력 검증 2단계가 이루어졌어야 하나 올해 한미지휘소훈련이 다시 축소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필요한 검증 단계를 완료하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전작권 전환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미국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이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으며, 전환 일정이 차질을 빚는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과 관련하여 그 중요성만 강조될 뿐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현재처럼 맹목적으로 조건 충족에만 매달릴 경우 미국의 입장, 코로나19 등 상황 변수에 의해 전작권 전환은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11년 6월 8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당시 훈련은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 최초의 한미연합훈련이었다. Ⓒ연합

한미가 합의한 조건과 방식
  전작권 전환은 초기에는 ‘시기에 기초한 전환’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참여정부 때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확정한 것에서 출발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을 때에도 전환을 특정 시기로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1월 특정 시기가 아니라 조건 충족 시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문재인 정부도 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둘째,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구비, 셋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다. 구체적인 전환 시기는 이 세 가지조건들을 평가해서 양국 국방장관의 건의를 기초로 한미 정상이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 가지 조건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각 조건은 하위의 세부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조건인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를 위해 한미 국방 당국은 150여 개에 이르는 과제를 점검·관리하고 있다. 그 목록은 작전, 군수, 정보, 통신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데, 감시정찰 자산 보강, 북한 장사정포 대응 능력, 전시 탄약 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조건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동맹의 능력 구비로서 전략적 타격체계와 미사일 방어체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역시 분야별로 물리적 요구 능력 확보, 전략 및 작전개념 발전, 한미 훈련·연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세 번째 조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통한 안보환경 변화 모색과 관련이 있다. 세 번째 조건은 앞의 두 조건과 달리 구체적 과제화가 어려우나, 한미는 공동평가목록을 작성하고 이에 기초하여 공동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설정된 과제들을 평가하기 위해 한미는 2019년부터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MC, Special Permanent Military Committee)’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과제에서 90% 이상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가지 조건과는 별개로 한미는 3단계에 걸친 연합검증평가를 통해 미래연합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즉,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에서는 미래연합사의 최소한의 임무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에서는 충분한 임무수행 능력을 점검하고, 마지막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운용능력(FMC)’에서는 완전한 임무수행 능력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검증할 대상이 소위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 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이다. 이는 연합사가 그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필수과제 리스트를 뜻한다. 여기에는 전환조건의 세부 과제들과 마찬가지로 정보, 화력, 지휘통제, 지속지원 등 4개 분야에서 전구 작전 수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1단계인 IOC는 2019년 8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계기로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 있고, 현재 2단계인 FOC 검증에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임기 내에 3단계 검증까지 모두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환 조건과 검증 방식의 합리적 재정립 필요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환경, 한국군 전력증강 계획의 변화, 미국의 입장 등 여러 상황 변수에 따라 전작권 전환 일정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더욱이 그 조건이 합리성을 결여한 경우 더 큰 어려움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은 통합형 지휘체제를 상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연합사령부체제가 그대로 존속하면서 사령관만 한국군 장성이 맡는 변화를 의미한다.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 양국이 각각 자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병렬형 지휘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크게 바뀌는 것이 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 변화라면 한국군 4성 장군의 연합작전 지휘능력 평가가 전환조건의 핵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환조건은 탄약 확보, 감시자산 보강, 대화력전 능력 확충 등 한국군 전체의 물리적 능력 보강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검증(IOC, FOC, FMC)도 원래는 창설 부대에 대한 운용능력을 사전 평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므로, 40년 이상 운용되어 온 연합사에 대해 까다로운 검증기준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3단계 검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미래사령부를 창설한다는 개념 하에 만들어졌던 것인데, 현재 연합사체제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음에도 검증 방식은 예전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군이 국방개혁 2.0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 군사능력 확보는 변함없이 추진하되, 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검증 방식은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조건의 과제목록을 핵심적인 것 위주로 재정비하고 미래연합사 운용능력 검증도 한국군 연합사령관체제 출범에 꼭 필요한 필수과제로 축소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부 과제별 달성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총괄적으로 어느 수준이 되어야 조건 충족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한미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200개가 넘는 과제를 100% 달성해야 조건 충족으로 본다면 이는 과도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완료하기 위해 무리하게 방식을 변경하자는 것이 아니다.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근본 틀은 존중하되 조건의 합리성을 높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위해 핵심 군사능력을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라기보다 전환 전후를 막론하고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의 방향에 대해 한미가 공감한다면 전환 일정이 상황 변수에 의해 기약없이 표류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7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30년간 이어져 온 시기상조론 극복해야
  전작권 전환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노무현 정부때부터 지금까지 매 행정부별로 큰 변화를 보여 왔고 지금까지도 논쟁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라는 문제가 ‘주권’과 ‘안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핵심 가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사주권의 측면에서 보면 자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국군통수권자가 온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는 당위 때문이다.

  반면 안보적 관점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변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작권 전환을 한미가 합의하고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안보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어도 전작권 전환을 불안해하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전작권 전환이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동안 한국군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미 2006년 부시 행정부는 한국군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2009년 조기 전환을 주장한 바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7년 대선 공약으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내걸었고, 훗날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라 회고하기도 했다. 당시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하지 못하고 평시작전권만 가져오는 것으로 절충이 이루어졌는데, 그때의 논리가 ‘시기상조론’ 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주요 언론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2000년 이전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런데 그 ‘시기상조론’이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니, 결국 전작권 전환은 능력과 상황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판단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