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742021.04

작품 ‘너와 함께 걷는 남향집 가는 길’ 앞에서 코이·신형미 작가

평화통일 현장

문화·예술로 전하는 통일의 염원

‘다시... 남향집’ 전시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1층 평화나눔갤러리에 특별한 전시회가 마련됐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정착 과정을 문화·예술로 표현한 ‘다시... 남향집’ 전시회가 바로 그것. 문화·예술을 통해 ‘미리 온 통일’을 먼저 경험한 코이·신형미 작가를 만났다.



작품 ‘유닛 하모니’(왼쪽)와 ‘오래 달리기 트랙’(오른쪽)

더 건강한 삶을 위해 함께 걷는 남향집 가는 길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에는 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을 찾는 이유도 이와 같다. 좀 더 나은 삶과 자유, 평화를 찾아 따뜻한 빛을 소망하며 남한을 찾는다. 전시회를 준비한 두 작가의 인연은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코이 작가가 어린 시절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미술치료사 신형미 작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8년째 탄탄히 내적 교류를 다진 두 사람은 통일부 통합문화 콘텐츠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11월 말까지 오직 두 사람의 힘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성공적인 전시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평통 사무처 평화나눔갤러리에서 다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이탈주민 작가와 남한 작가가 함께 기획하고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정착 과정을 다양한 시각에서 예술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사무처 건물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전시된 작품 ‘너와 함께 걷는 남향집 가는 길’을 먼저 만날 수 있다. 따뜻한 남향집으로 향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발걸음을 표현한 이 작품은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적힌 50켤레의 신발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통일이 되는 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었다.

  이와 함께 통일 염원이 모여 더 큰 하나가 된 한민족과 한반도를 꿈꾸는 ‘유닛 하모니’, 신형미 작가가 미술치료사로 일하며 만나온 북한이탈주민들을 모티브로 한 ‘오래 달리기 트랙’, 수열의 합 Σ(시그마)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민족을 표현한 ‘시그마가 품은 한반도 지도’ 등 작품마다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하나의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정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신형미 작가와는 달리 코이 작가는 목표한 바는 반드시 지키는 성격이라 작업 조율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두 사람의 성격 차이지 남과 북의 문제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남과 북이 서로 하나가 되는 통합, 통일의 염원을 담아 작업에 열중했고, 예술로 진정한 하나 됨을 나누며 마음으로 준비하는 통합과 통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작품 ‘시그마가 품은 한반도 지도’                                                        

작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남북통일의 화합
  두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통일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전시회를 준비했다. 그간 코이 작가는 패션디자인과 섬유미술을 전공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품에 굳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남한에 정착한 지 10년이 지난 2016년 즈음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을 알리고 통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이 작가도 남한 정착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편견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명 대신 ‘코이’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명 코이는 ‘코이의 법칙’에서 가져왔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듯, 북한이라는 작은 어항 에서 벗어나 남한이라는 큰 강에서 꿈과 능력을 더 키우고 발휘하고자 노력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이 말하는 평화통일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신형미 작가는 “당장은 평화롭지 않더라도 함께 섞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떨어져 있다 만난 가족들을 보면 재회 당시에는 기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지고 볶고 싸우기도 하듯, 좋을 때도 싫을 때도 늘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이 작가는 평화통일을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알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들도 모르면 오해할 수 있다. 평화통일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서로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남과 북의 통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미리 온 통일을 느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