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공외교
연방하원의원들의
한반도 평화 지지 이끄는 브라질협의회
“한인의 높아진 위상이
브라질에서 평화를 만드는 힘입니다”
한반도의 정 반대편, 남아메리카대륙 브라질에서 연방하원의원들이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에 이어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 구성까지 추진 중이다. 브라질협의회 자문위원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12시간의 시차가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브라질협의회 자문위원 5인을 3월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인 브라질에는 52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브라질 전국의 주요 도시에 거주하며 의류, 유통, 관광업뿐 아니라 학계, 법조계, 금융계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브라질협의회는 한인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협의회는 먼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의료보건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상파울루 병원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기부했다. 또한 한인사회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방역활동을 진행했는데, 이는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한인촌은 우리가 지킨다’ 릴레이 방역 캠페인은 브라질 최대 방송사 정오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요준 회장은 “현지인들도 한인들이 방역통을 메고 봉사하는 모습에 놀라며, 한인촌에 사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며, “현지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브라질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벽이 허물어져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의원들의 종전선언 지지 서명식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브라질 하원의원들
  
이와 함께 주목 받는 활동은 브라질 연방의회를 대상으로 펼친 평화공공외교 활동이다. 브라질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브라질 연방의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활동을 추진하여, 11월 24일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 출범식과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 서명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루이스 미란다, 밀튼 비에라, 로베르토 알베스, 데이비드 소아레스 등 5명의 의원이 참석하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브라질-한국 친선국회의원그룹 의장인 루이스 미란다 의원은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의 불안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평화가 정착된다면 한국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준 통일기획분과위원장은 “처음에는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서 한반도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하원의원을 몇 차례 만났는데, 생각보다 의원들이 한국의 상황을 많이 알고 있었고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자문위원과 연방의원들은 온라인으로 만나 종전선언 지지 서명 운동을 지속하고, 한반도 평화 지지 강연회도 개최하면서 위원회 발족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브라질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브라질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박종황 부회장은 “브라질협의회 회장님을 필두로 한 자문위원들의 인적 네트워크, 연방의원들과의 공감대 형성, 한국의 발전상과 문화 및 국민의식 등이 의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표 자문위원은 “브라질 국민들은 평화와 사랑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가 만난 브라질 의원들은 브라질이 평화 과정에 리더십을 갖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사회와 의회의 지속적인 소통, 그리고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들의 높아진 위상과 역할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연방의원 3분의 1인 171명의 서명을 받으면 연방의회 내에 위원회를 발족시킬 수 있다. 오는 4월 27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FPP C)’ 공식 출범을 위해 협의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171명 의원들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3월 30일 연방의원들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과 활동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오는 4월 10일 한류 페스티벌과 연방의원 초청 한반도 평화선언 지지 온라인 강연회를 열어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우연호 간사는 “브라질 연방의회 내에 구성된 유엔위원회의 의장인 루세나 의원과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한국 문화나 정서를 낯설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주변에 있는 분들부터 한 분 한 분 만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설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가 구성되면 친한파 연방의원단이 형성돼 브라질과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교류하고 양국의 국익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협의회는 위원회 구성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연말 사랑나눔 행사
브라질에서 만난 북한, 교류의 물꼬 틀 수 있길
  브라질은 북한과 수교를 맺고 농업 관련 기술자를 서로 파견하는 등 농업분야에서 교류하고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브라질 상원의원이 한반도를 방문해 북한 고위 관료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북 모두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만큼 브라질에서는 북한 사람을 만날 기회도 있다. 브라질에 정착한 지 8년째인 이정표 위원은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북한 사람과 대화했던 일화를 전하며 “한국에 살 때는 북한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만남을 계기로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는 쉽지 않았다. 김요준 회장은 “4년 전 무주군 태권도 어린이시범단과 함께 방문한 브라질의 학교에서 북한 어린이를 만났는데, 아이가 아버지와 통화한 후 우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남과 북이 가로막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브라질협의회는 평소 북한대사와 친분이 있는 소아레스 의원을 통해 북한대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북 한인사회가 교류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김요준 회장은 “대사와의 면담 때 브라질협의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대사가 참석하거나 북한의 무용단, 음악단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등 몇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며 “브라질협의회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활동이나 남북 한인사회가 연방의원들과 협력해 할 수 있는 사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 출범식
한인촌 내 방역 봉사활동을 펼친 브라질협의회 자문위원들
브라질 한인사회, 이제는 정치적 역량도 키워야
  1963년 시작된 브라질 한인 이민의 역사는 시간이 흘러 1세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1.5세와 2세가 다양한 전문분야에 진출해 브라질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으며 결실을 맺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브라질에 거주하는 5만 여 한인들의 경제적 안정,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용준 위원장은 “앞으로는 한인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 구성으로 그 기반을 만들고, 이것이 구체적인 정치적 활동으로 연결되면 한인 2세·3세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협의회의 노력은 브라질에서 한인 2세·3세가 주류사회와 원활히 관계를 맺도록 한인의 권익과 위상을 높이고, 현지인 및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평화공공외교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자문위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정으로 준비하며 실천으로 행동하는 브라질협의회 19기가 되겠습니다”
  오는 4월 한반도 평화 지지 위원회 구성을 위한 노력 등 이들의 평화공공외교 활동이 열정과 실천으로 막힘없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