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커스
국경봉쇄로 악화된
경제와 주민 생활,
인도주의 위기에 관심 기울여야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지 1년, 그동안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북한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주민의 삶을 살펴본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할 것 없이 전 세계 도처에서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쯤 완전히 종결될까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상황이 방역과 경제 양 측면에서 나은 상황이라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많은 나라들이 지난해 방역과 경제 문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을 위해 방역을 소홀히 했던 나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북한의 대응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유난히 두드러진다. 북한은 코로나19가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1월 매우 빠른 속도로 국경을 봉쇄했고, 2020년 내내 거의 무역을 중단하다시피 하는 정책을 취했다. 사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북한의 국경봉쇄가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북한 경제의 대중의존도가 높았고, 대북제재 강화 이후에도 2019년까지 수입의 2/3 수준은 유지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국경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과 주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 평양역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체온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코로나19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북한 내 상황도 꽤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경을 봉쇄한 직후인 2월 초에는 북한 시장의 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쌀이나 휘발유와 같이 환금성이 높은 품목의 급등세가 두드러진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 내 비축수요가 증가한 결과일 수 있다. 이는 비단 북한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며, 다소 불완전한 측면이 있는 북한 시장에서 단기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로 보인다. 쌀과 휘발유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2월 초 가격이 급등한 직후 북한당국이 시장거래에 ‘한도가격’을 적극적으로 부과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정책개입이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도 있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주민 생활이 크게 악화되었다는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국경봉쇄가 일 년 이상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 내에서도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 경제에 다음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수입중간재의 투입이 축소되면서 각 산업의 가동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북제재가 큰 폭으로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 북한 주민
들의 생활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던 것은 2017~2019년 기간 동안 자본재를 제외한 대부분 재화의 수입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0년 수입중간재 투입이 중단된 것은 각 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국경봉쇄는 계획 실패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올해 8차 당대회에서는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문제를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국경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국경봉쇄는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나 이미 대북제재로 수출이 크게 축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2020년에 새로운 충격이 발생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2020년에는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밀수출까지 상당 부분 축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은 비교적 소규모일 것으로 추정되나 관련 종사자들, 특히 밀수출이 활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중 국경지역의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경봉쇄는 일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북한은 2018~2019년 대북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과의 관광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삼지연이나 원산·갈마의 관광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이러한 계획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당과 내각의 경제사업을 축소하는 등 긴축적인 방향의 정책을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올해 제8차 당대회에서는 당재정사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언급한 바 있고, 최고인민회의에서 밝힌 예산규모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11월 30일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 함경도와 라선시에 새집이 건설됐다. ⓒ연합/조선중앙통신
국경봉쇄와 자연재해로 생활여건 악화
  국경봉쇄가 전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이와 같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떨까? 북한체제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상황이나 방역활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매우 강력한 수준의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거나 일부 지역을 봉쇄하는 정책은 경제활동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물자 부족과 가격 폭등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중무역이 활발했던 국경지역은 방역 강화와 무역 중단으로 이중의 경제적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주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식량수급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쌀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하반기에는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이와 같이 곡물의 시장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한도가격 부과와 같은 정책적 개입도 원인일 수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2020년 식량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2019년의 곡물생산량이 비교적 양호했기에 가능했다. 반면 2020년에는 수해와 태풍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고, 비료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전년 대비 5% 정도 감소했는데, 이는 올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해 식료품 전반의 시장가격을 살펴보면, 쌀·옥수수와 같은 주곡의 시장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밀가루와 같은 수입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의 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경봉쇄와 자연재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9월 17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서들이 수해 피해를 입은 함경남북
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지원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北, 인도적 협력 수용하며 무역 재개해야
  지난 일 년, 많은 국가들이 방역과 경제라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해 왔다.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도 더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해 왔고 이러한 정책은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북한의 전반적인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북한의 독특한 경제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산업에 투입되는 수입중간재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체 식량공급 가운데 국내생산의 비중이 대부분이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은 대북제재나 국경봉쇄와 무관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 간 연관관계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되어 계획 달성이 어려워지고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여건도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 간 연관관계는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되어, 계획 달성을 어렵게 하는 등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여건도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무역을 서서히 재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무역을 서서히 재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의 회복은 무역확대와 시장 허용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자립경제’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은 제재 장기화 상황에서 대안이 없기 때문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각국의 개별적 대응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들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도 맞지 않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대북 인도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건의료, 방역 물자와 관련해서 대북제재 위원회의 면제 절차를 사안별 면제가 아니라 상시적 면제로 전환하는 것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