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현장
한-오세아니아 평화포럼
“이해관계 함께하는 중견국으로
책임과 역할 고민할 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오세아니아 국가들과 우리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미·중 전략경쟁,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오세아니아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3월 26일 한-오세아니아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3개국의 회의장소를 화상으로 연결하여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포럼에는 이상진 주뉴질랜드대사, 멜리사 리(Melissa Lee) 뉴질랜드 국회의원, 캐롤라인 빌키(Caroline Bilkey) 호주 외교부 오클랜드 사무소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포럼을 주관한 우영무 뉴질랜드협의회장은 “남북 분단 이후 한국인들은 조국의 통일을 끊임없이 염원했다”며 “오늘 포럼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숙진 아시아·태평양부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하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중견국의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포럼을 통해 동맹국들 간의 전략적 제휴 증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영무 뉴질랜드협의회장 인사말
  이어 정세현 수석부의장의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정 수석부의장은 먼저 한국전쟁 참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에 대해 한편으로는 고마움을, 다른 한편으로는 전사자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후 “이들이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간부터 70년이 되도록 한반도는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90년대부터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평화 정착은 더욱 요원해졌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호주와 뉴질랜드가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평화의 마중물인 종전선언이 이뤄지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데 두 나라가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 기조강연
한-오세아니아,
폭넓은 협력으로 역내 평화 주도해야
  개회식 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오세아니아 협력방안’을 주제로 본격적인 포럼이 진행됐다. 사회는 배기찬 사무처장이 맡아 진행했으며,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센터 책임교수와 나타샤 해밀턴-하트(Natasha Hamilton-Hart) 오클랜드대학 경제학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최원기 교수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와 한-오세아니아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like-minded) 파트너로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또 향후 세 나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기반으로 전 세계의 안정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인·태지역 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방안으로 한국의 신남방정책, 호주의 인·태전략, 뉴질랜드의 신태평양정책 간 연계 및 상호협력 등을 제시했다.
  나타샤 해밀턴-하트 교수는 ‘변화하는 동아시아 역내 역학관계: 한반도 평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현재 동아시아에는 미·중경쟁 심화와 지역다자협력 추진 기조의 지속이라는 두 가지 트렌드가 있다”며, 미·중 간 경쟁의 심화 속에서도 다자협력을 활용해 역내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뉴질랜드의 상호보완적인 경제관계를 언급하며 양국의 협력 지점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
작은 평화로 만드는 큰 평화
  발제 후 토론에는 리처드 워스(Hon. Dr. Richard Worth) 전 뉴질랜드 내무부 장관,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윌리엄 패터슨(William Paterson) 전 주한 호주대사,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이 참여했다.
  워스 전 장관은 이솝우화 <바람과 태양과 나그네>를 예로 들며, 남북 사이에 진행됐던 사업을 다시 재개하고 남북이 효과적인 소통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중견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중견국의 국가협의체인 믹타(MIKTA)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호령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한뿐 아니라 같은 이슈를 공유한 국가들의 협력과 지원이 뒷받침될 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며, 중견국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책임과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패터슨 전 대사와 이해정 센터장은 경제적인 면에서 한국과 오세아니아의 협력을 이야기했다. 패터슨 전 대사는 “한국과 호주는 지금까지 정책적·지정학적 측면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협력했지만, 인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전망이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여 지역의 안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정 센터장은 한국과 호주, 한국과 뉴질랜드는 FTA 체결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체결하며 지속적으로 협력의 폭을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그린뉴딜, 의료, 바이오산업 등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한-오세아니아의 정치경제적 유대감을 기반으로 상생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세 나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중견국으로서 협력의 면을 넓혀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만이 아닌,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평화를 위해 삼국의 교류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