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72022.05.

서방의 거센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금지 요구시위를하 는 독일 환경단체 ⓒ연합

국제

대러시아 경제제재 파장과
세계 경제 전망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것이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지원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서방은 2014년 3월에 발생한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다수의 제재를 이미 시행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이후 시행된 제재는 2014년부터 시행해 온 제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이전 제재가 러시아 경제의 특정 부문을 타격하기 위한 낮은 단계의 제재였다면, 2022년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세계 경제와 단절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강력한 제재다.
러시아 경제, 강력한 제재로 심각한 타격 예상
2022년 2월 이후 시행된 대러시아 제재는 범위와 규모에 있어서 이전 제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첫째, 교역 분야에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서방은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에 대해 대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 EU, 영국, 캐나다, 호주, 한국, 일본 등이 이러한 수출 통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폐지함으로써 향후 자국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수출 통제는 러시아의 첨단 분야 제조업에 타격이 될 것이며, 최혜국 대우 폐지는 서방에 수입되는 러시아산 상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어 가격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금융 부문에 강력한 제재가 시행됐다. 서방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한 외환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고,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한 주요 은행에 대해 계좌 동결, 거래 중단 등의 제재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된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동결되어 러시아는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해외 자금차입이 중단됐다. 또한 주요 러시아 은행들을 대상으로 SWIFT 제재를 시행해 해당 은행들을 이용한 국제 교역대금 결제와 송금이 제한되고 있다.


셋째, 에너지 부문에도 제재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 비중의 50~6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로 평가된다.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에 대한 수입 금지조치를 시행하거나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 발표했다. 특히 유럽은 당장 올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2/3가량 줄여 2030년에는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라 발표했는데, 유럽의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러시아는 수출이 감소하고 외환수입도 감소해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서방의 2022년 대러시아 제재는 이전에 시행됐던 제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다. 제재 시행에 따라 러시아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환보유액이 동결되어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에너지 수출 감소에 따른 재정 타격과 함께 높은 비율의 물가 상승, 실업률 상승,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제재 시행 이후에는 맥도날드를 비롯한 400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를 예정하고 있어 러시아 산업계와 국민들은 제재의 영향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내 사업 중단 발표로 러시아 국민들은 경제제재의 영향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사진은 잠정 폐업을 앞둔 러시아의 맥도날드 매장 전경 ⓒ연합
세계 경제, 성장 둔화되고 물가 상승 높아져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사항이 전망된다. 첫째, 저성장과 고물가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이다. 이번 전쟁과 이후 시행된 대러시아 제재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차원의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율 고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19일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발표하며 2022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올해 1월 전망했던 4.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각각 -8.5%, -35%의 역성장을 기록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로 기존 전망에서 1.1%p 하락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또한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쟁과 제재는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어 올해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보다 1.8%p 높은 5.7%, 신흥국은 2.8%p 높은 8.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곡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보리 생산에서 각각 27%, 23% 비중을 기록하고 있고,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두 번째 원유 수출국이다. 곡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식료품을 비롯한 다른 상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세계 각국의 곡물이나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차질이 전망된다. 곡물 가격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 감소로 주요 수입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수입국들에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감축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경제도 피하지 못하는 대러시아 제재 영향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 제재는 한러 정부 간 협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며, 한국 경제 및 관련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4년 대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2022년에는 수출 제한, SWIFT 제재, 금융기관 제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러시아와 한국은 상호 제재를 취하는 형국이 됐다. 당분간 양국 정부 간 협력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쟁과 제재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역에 대한 영향이다. 물론 한국 상품무역에 있어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므로 한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한국 상품수출의 1.55%, 상품수입의 2.82% 비중에 불과하다.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주요 수입품인 에너지 등의 교역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한국의 수입 비중이 최근 수년간 상승한 것으로 보아 향후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입 비중이 높은 일부 러시아산 광물이나 희귀가스 수급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둘째,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영향이다. 세계 물류기업들의 러시아 내 서비스 중단으로 현지 공장에 부품 공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다.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금융이나 물류 등 서비스 부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와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대러시아 물류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조선업이나 건설업 부문의 협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50%까지 폭락했으나 현재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연합

한러 경제협력은 전반적으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지속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으로 경제협력이 재개되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으로 휴전이 선포되고 서방과 러시아 간에도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온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한 러시아와의 에너지 운송망 연결 사업,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계를 위한 철도망 연결 사업, 러시아 극동지역에서의 농업·제조업·서비스업 부문 투자 등은 당분간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논의되어 온 러시아와의 공급망 구축, 수소 협력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한국 상품의 판매망을 구축하고자 했던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전쟁이 중단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완화되어 경제협력이 복원되는 때가 올 것이다. 한러 정치 및 경제협력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 시기에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 정치인,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향후 재개될 러시아와의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 영 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