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여성, 전쟁의 피해자에서
평화 만들기의 주체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순간부터 가장 우려했던 전시 강간을 비롯한 여성과 아동의 난민화가 현실이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의 80% 이상이 여성과 어린아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 강간 피해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 현실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 비극적이다.
역사적으로 전쟁 상황에서 여성과 아동은 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어 왔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여러 분쟁에서 난민의 80% 이상은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1990년대 초반 유고슬라비아 내전 과정에서는 약 5만 명의 여성이,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과정에서는 약 50만 명의 여성이 강간 피해를 겪었다. 대한민국도 일본군 ‘위안부’라는 전시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이러한 전쟁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은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으로 인한 폭력을 예방 및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전쟁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군사와 국가 중심의 안보 개념을 인간 안보의 개념으로 전환하고 전쟁과 폭력을 야기하는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일상적 차원에서 반폭력을 위한 실천들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여성은 평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과 노력을 지속해 왔다. 분쟁 지역 평화협정에 참여해 평화 담론을 구성하여 폭력과 전쟁을 야기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했으며, 국가의 경계를 넘어 평화를 바라는 여성들 간의 연대와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여성이 평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전쟁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은 전쟁과 속성을 같이 하는 폭력과 차별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주체로서 전쟁 예방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불평등한 권력 구조의 변화 없이는 평화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이는 전쟁을 중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사회적 주체들의 연대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순간 여성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이로 인한 여러 차원의 폭력을 문제화해 왔다.
평화는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쟁과 폭력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우리의 경험과 일상에서 찾을 때 비로소 평화는 구체화된다.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연대와 발걸음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그 발걸음이 전쟁과 폭력의 피해를 입은 이들의 회복에 가닿기를 기대한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조 영 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