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72022.05.

평화통일 톺아보기│우리고장 평화플랜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

지역민이 만드는 평화플랜

새해부터 연달아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온 북한은 결국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남북관계 단절이 더 길어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민주평통이 추진하는 ‘우리고장 평화플랜’은 일상에서 잘 체감하지 못하는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가 아닌, 국민이 주체가 되어 삶의 영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평화통일사업으로 기획됐다.

내 삶을 바꾸는 일상의 평화통일
민주평통은 국내와 세계 131개국에서 활동하는 2만 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내 228개 시·군·구와 해외 45개 지역에 협의회를 둔 광범위한 풀뿌리 국민참여 조직이다. 지역차원에서 국민 중심의 평화통일 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지역차원에서 시민 중심으로 평화통일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사업을 하는 ‘우리고장 평화플랜’(이하 평화플랜)을 시작했다. 평화플랜 사업은 2020년에 김포시, 공주시, 대전시, 김제시, 거제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다. 2021년에는 이를 본격화하여 청주시, 강화군, 연천군, 인제군, 부산 남구, 여수시에서 평화플랜 사업을 했다.

평화플랜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지역의 평화과제 발굴, 평화플랜 시민대화, 평화체감 실천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형 사업이다. 1단계는 추진주체를 선정하고 의제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사업을 하고자 하는 지역은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시민사회, 지자체, 언론,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평화플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평화플랜의 방향성을 공유하며 지역의 평화 의제를 발굴·정리한다. 2단계는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평화 의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이다.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평화플랜 시민대화를 개최해 준비위원회가 제안한 지역의 평화 의제를 함께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를 선정한다.

3단계는 준비위원회를 실행위원회로 전환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선정한 과제를 실천하는 단계다.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천활동을 통해 지역차원에서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한 평화플랜을 활동사례집으로 제작하고 다양한 홍보사업을 통해 활동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확보해 나간다.

인제 평화플랜 ‘인제 평화봉사단 발대식’(2021.12.14.)

청주 평화플랜 시민대화(2021.12.8.)

전쟁유산을 평화관광 자원으로, 우리고장 평화의 길
우리 고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평화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일상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익숙함에 지나치고 불편하지만 외면했던 과제들이 보였다.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유산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해결 과제도 있고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관광자원도 있었다. 지역민들이 평화통일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들도 모색됐다.

평화플랜을 통해 제시된 실천과제를 보면 시민들은 ‘평화의 길’ 조성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역에 방치되거나 조명받지 못했던 전쟁, 역사, 문화유산을 평화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면서 평화관광 코스로 개발했다. 2020년 가장 먼저 평화플랜 사업을 추진한 김포시민들은 한강하구에 주목했다. 철책으로 막힌 한강하구 생태를 평화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김포시협의회는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 ‘평화누리길’을 조성했다. 시민들과 함께 평화의 의미를 담은 그림을 그렸으며, 그 길을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김포의 가치를 알렸다.

공주시민들은 독립의 역사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업을 제안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통해 독립, 평화, 통일의 가치를 배우는 ‘백범 김구 명상 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공주시협의회는 마곡사 일대에 백범의 흉상과 어록을 설치했다. 명상 길을 걸으며 만나는 백범의 어록은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안내한다.

거제시민들은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에서 피란민을 태우고 온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도착한 장승포항에 주목했다. 거제시협의회는 마을 재생사업과 연계해 장승포항의 아파트 담벼락에 기적의 역사를 담은 벽화를 그려 평화의 길을 조성했다. 이 평화의 길은 지역민의 요구를 담아 삶의 터전을 개선한 평화실천 사업으로 평가됐다.

2021년 평화플랜 사업을 추진한 부산 남구는 지역 내 유엔기념공원, 유엔평화기념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등을 연결하는 ‘UN 평화로드’ 활성화를 단기적 실천 과제로 선정했다. 이후 부산 곳곳에서는 이러한 평화통일의 의미를 담은 걸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플랜 사업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한 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지난해 충남지역 청년자문위원들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걸어서 945km’사업을 추진했다. 충남지역 15개 시·군에서 지역별 평화통일 명소를 발굴하고 이곳을 릴레이 형식으로 함께 걸으면서 평화통일 의지를 다졌다.

이렇듯 평화의 길은 접경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딛고 평화를 일군 한반도 구석구석이 평화의 땅이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염원을 품고 내딛는 걸음이 닿는 그곳이 바로 평화의 길이다.

평화플랜 추진과정

내 삶을 바꾸는 실천, 지역민이 만드는 평화플랜
평화플랜에서는 시민들이 평화통일 활동의 주체로서는 것을 강조한다. 여수 평화플랜에서는 역사 속 평화와 관련해 임진왜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평화 역사기행 코스 개발, 여순사건 1019 평화공원 조성, 여수 평화교육 공간 재구성 등의 의제를 검토했다. 이 중 시민들은 1998년 침투한 북한 반잠수정 전시관과 무기 전시관을 평화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여수 평화교육 공간 재구성 사업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줬다. 여수시협의회는 단기적으로 ‘여수 청소년 평화기행’ 등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이 제안한 과제들을 실천해 나가고자한다.


이 밖에도 인제 평화플랜에서는 ‘인제군 평화봉사단’을 실천사업으로 선정해 각종 행사와 봉사활동을 진행했고, 연천 평화플랜에서는 ‘DMZ 평화쉼터’와 같은 연수시설 유치에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 강화 평화플랜에서는 전쟁세대의 기억을 기록하고 미래세대에게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강화도가 말하는 평화기억 노트’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청주 평화플랜에서는 교육 도시이자 직지가 있는 역사문화 도시의 특성을 살려 남북교육·문화교류를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데 시민들이 의견을 모았다.

2022년에도 우리고장 평화플랜 사업은 이어진다. 올해는 인천 연수구, 파주시, 춘천시, 포항시, 광주 남구, 울산 울주군 등 6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상반기에 지역별로 기획회의와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평화 의제를 발굴하고, 하반기에 평화플랜 시민대화와 평화체감 실천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지역에서 만든 활동의 성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도 평화플랜의 중요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민주평통은 『우리고장 평화플랜 활동사례집』을 제작하고 평화플랜 사업과 연계한 ‘우리고장 평화로드’ 영상도 만들고 있다. ‘우리고장 평화플랜’이 한반도 곳곳에서 추진되어 ‘한반도 평화플랜’으로 완성될 때까지 평화통일을 향한 시민들의 실천이 멈춤 없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울주 평화플랜 준비위원회(2022.4.6.)

인천 연수 평화플랜 준비위원회(2022.4.4.)

광주 남구 평화플랜 준비위원회(2022.4.15.)






영상으로 만나는
우리고장 평화로드

공주 평화로드
백제의 왕성 공산성과 시민혁명 정신이 살아 있는 우금치언덕, 백범의 흔적이 있는 마곡사까지. 역사와 평화를 담은 평화로드

강릉-고성 평화로드
강릉해변에 철책이 사라지고 바다부채길과 커피거리가 생겼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바다에서 커피 한잔하고 제진역에서 평화열차 타고 유럽까지 달려가 보자.

연천 평화로드
북으로 화해의 인사를 보내는 그리팅맨. 남북을 흐르는 임진강과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지질공원 재인폭포까지. 자연과 생태로 만나는 평화 이야기

인제 평화로드
시원한 인제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인제 사람들의 삶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DMZ생명평화동산에서 평화의 가치를 새롭게 만나보자.

김제 평화로드
아리랑의 고장 김제는 일제 시기 수탈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아픔을 딛고 독립과 평화, 통일의 삶을 살아가는 김제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산 평화로드
“마! 평화통일의 시작은 부산 아이가~”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평화공원부터 감성 넘치는 감천문화마을까지. 부산에서 만나는 평화



이 현 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