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반도
한반도 대기오염과 남북협력
국경을 넘는 미세먼지
남북 공동 대응으로
상생의 한반도 만들어야
미세먼지가 국경을 넘어 불어오고 있다.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협력 방안을 알아본다.
미세먼지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큰 사회적 화두였다. 2019년 초 전례 없는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장기간 지속했던 영향이 컸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미세먼지 특별법’ 등 관련 법제도를 강화하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투자에 집중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미세먼지가 예전처럼 민감한 사회적 화두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국경 넘나드는 미세먼지, 주변국과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9년 23μg/㎥ 대비 2021년 18μg/㎥로 크게 개선돼 1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20-2024)의 최종 목표인 16μg/㎥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경제활동 감소 등 미세먼지 정책 외적 요인의 영향으로 이러한 큰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19로 국내에서는 고강도 거리두기가, 전 세계적으로는 봉쇄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이 급감했다. 화석 연료가 대기오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확인하는 계기였다.
한국 대기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은 2013년 ‘대기 10조’와 2018년 ‘람천보위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중국의 고강도 대기정책 또한 한국의 미세먼지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한국은 정책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과 국경을 직접 마주한 북한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남북관계에서 환경문제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아닐뿐더러 대기질 관측이나 구체적인 배출 목록 등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국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은 대기질 전체의 약 15%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북한의 연료 소비량은 한국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북한의 열악한 기계설비, 석탄 등 저급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 땔감 등 생물성 연소에 의존하는 특성 때문에 북한은 연료 사용량 당 대기오염 발생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접경국인 중국으로부터의 월경성 대기오염 영향과 실내 공기질 악화 등으로 북한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Cheng et al(2019)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2013년 대비 2017년 35% 이상 개선되었으며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 여민주·김용표(2019). 북한 대기질 현황 및 개선방안, 「한국대기환경학회지」, 35(3). pp.318-335
3) World Health Organization(WHO)(2017). World health statistics 2017: monitoring health for the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Geneva, Switzerland.
남북협력으로 풀어나가는 한반도 대기오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이 한창이다. 북한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기질 악화 등의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가뭄 등 극단적 기상이변으로 인한 산불은 현재 해외에서 가장 중요한 대기질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초 우리나라 동해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한국 대기질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후재난과 대기질 악화는 앞으로도 한반도 환경 분야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저급연료에 의존하는 북한 상황이 겹쳐 한반도 대기환경 보존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수도권 등 국내 대기질 개선은 잠재적으로 어려워지게 됐다.
북미 간 핵협상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렇게 국제관계 및 안보상황이 경색되었을 때는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이 자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인지하고 국제기구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전환 수단을 지원받길 희망했던 사례가 있다. 북한 생활 부문의 생물성 연소 수요의 일부를 국내의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면 남북한의 기후대응과 한반도의 대기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땅한 근거를 찾기 어려워 대기환경 분야에서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한국의 정지궤도 환경위성(GEMS)에서 관측 중인 한반도의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에어로졸 등의 자료를 통해 북한의 대기오염 발생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GEMS는 동아시아 전 지역의 주요 대기오염 물질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 대기환경 분야에서 국제적 협력 수요와 관심이 크다.
이러한 어젠다는 비단 환경부뿐 아니라 통일부와 외교부 차원에서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의제 중 하나로 관심을 갖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주민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고 열악한 실내 공기오염에 의한 피해를 줄이며 한반도 지역의 대기질 개선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분야의 환경 협력 어젠다는 매우 다양하다. 이제는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에서도 상생의 근거와 논리를 활용할 시점이다.
심 창 섭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기환경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