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신시대 강국 건설과 권력 집중
‘중국의 꿈’ 실현될까?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이한 중국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 과제를 진단한다.
  2012년 말 시진핑 총서기 취임 이후 약 10년의 시간 동안 중국의 정치와 대내외 정책기조에는 ‘대변화’가 있었다. 대내적으로는 당중앙으로의 권력집중과 시진핑의 독주, 그리고 장기집권 체계를 구축했다. 대외적으로는 낮은 자세의 정책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원칙을 버리고, 국제사회를 향해 발언권과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 원칙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의 통치정당성 논리도 바뀌었다. 과거 장쩌민, 후진타오 집권 시기에는 주로 경제적 성취를 통해 인민들에게 경제적·사회적 만족감을 제공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대외적 성취를 정당성 강화의 근거로 삼으려 한다. 국내정치와 대외관계의 연계성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향후 동아시아 정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중국의 대외정책뿐 아니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국내정치적 맥락과 변화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의 꿈 실현’과 ‘신시대’ 선언
  시진핑 총서기는 집권 직후 ‘중국의 꿈 실현’이라는 통치구호를 제시했다. 간단히 말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목표 시점으로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9년 건국 100주년이라는 ‘두 개의 백 년(兩個一百年)’을 제시했다. 이 기준 시점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신시대’를 선언하면서 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기본적 실현,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실현으로 약간 조정되었다. 중공이 규정하는 신시대란 무엇인가. 정확한 이해를 위해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직접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첫째) 근대 이후 많은 역경을 헤쳐 온 중화민족이 일어서기(站起來), 부유해지기(富起來) 단계에서 강해지기(强起來)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밝은 미래를 맞이하는 것을 의미하고; (둘째) 과학사회주의가 21세기 중국에서 강력한 활력을 발산하고, 세계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드는 것을 의미하며; (셋째)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도로, 이론, 제도, 문화가 부단한 발전을 이루고, 개발도상국 현대화의 길을 개척하고, 빠른 발전과 독립성 유지를 바라는 국가와 민족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지혜(中國智慧)와 중국의 방안(中國方案)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인식에 따르면, 지난 시기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3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는 마오쩌둥 주도의 공산혁명과 신중국 수립으로 ‘일어서기’ 즉, 자주독립의 실현이고, 두 번째 단계는 덩샤오핑 주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부유한 중국’의 실현이다. 그리고 세 번째 ‘강해지기’ 단계에서 글로벌 리더 국가(領先國家)로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중국은 반드시 중국특색 사회주의체제의 제도적 우월성을 입증하고 나아가 중국식 발전경험과 노선에 입각해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다양한 선전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네 개의 자신감(四個自信)’론이다. 중국특색 사회주의 체제의 도로, 이론, 제도, 문화 네 가지 측면에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공산당이 스스로 규정하는 이러한 시대인식과 자기규정이 중국이 처한 국내외적 환경과 자국 역량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타산에 기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대체로 외부의 시각에서는 시기상조이고 중공의 주관적 의지가 너무 앞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중화민족주의 정서의 고양과 함께 전 사회적으로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외부 세계 간의 인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많은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9일 시진핑 주석이 리커창 총리 등 핵심 간부들과 베이징에 개관한 중국공산당 역사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당 중앙으로의 권력집중과 장기집권
  시진핑 시대 신시대론에 따라 권력구조와 대내외 정책에도 큰 변화가 진행되었다. 권력구조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른바 ‘국가 거버넌스 개혁(國家治理改革)’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당중앙으로의 권력집중이다. 이 의제는 2013년 당 18기 3중전회*에서 채택된 <전면적 개혁심화에 관한 중대문제 결정(中共中央.于全面深化改革若干重大..的.定)>에서 공식화되었다. 이 결정에서 전면적 개혁심화의 총목표를 ‘중국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완성과 발전’,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거버넌스 능력의 현대화 추진’이라고 규정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 진행되는 정치개혁에 관한 모든 논의는 ‘국가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담론으로 수렴되었다.
* 3중전회 : 중국공산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전국대표대회가 공산당원 중 대표를 뽑아 중앙위원회를 구성해 소집하는 회의 중 3차 전체회의
  중국의 정치개혁 담론에서 거버넌스 개념을 사용하게 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로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2013년 이전에 주로 학계에서 사용하던 거버넌스 개념과 시진핑 집권 이후 정치개혁의 핵심 의제로 제시한 거버넌스의 개념은 차이가 크다. 2000년대 중국학계에서 유행하던 거버넌스 개념은 시장경제 전환 이후 날로 증대하는 이익분화 및 사회적 다원성을 중국공산당 일당 지배체제 속에서 어떻게 수렴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주된 관심을 두었다. 당시 중국공산당 산하 기구인 중앙편역국 소속의 학자로서 서구 정치학계의 거버넌스 개념을 중국에 최초로 소개한 위커핑(兪可平) 교수는 ‘중국정치에서 좋은 거버넌스(善治)의 실현은 곧 점증적 민주의 실현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3년 이후 중국정치체제 개혁에 대한 당의 공식 의제로 제시된 ‘국가 거버넌스 개혁’에서의 거버넌스 개념은 당의 통치능력 제고를 위해 당국가와 사회 및 시장 영역 간의 협조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신시대 중국공산당의 사명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효과적인 정치리더십을 확립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중공은 이러한 새로운 국가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과정이 곧 중국특색 사회주의 정치제도의 확립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화이자 핵심은 ‘당의 영도력 강화’와 ‘권력집중’에 있다. 최근 각종 문건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당정군민학(黨政軍民學),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 가운데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한다(黨是領導一切的)”라는 문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또 다른 변수는 대외관계 요인이다.
국내정치와 대외관계를 연계하면서
어느 한쪽이 실패할 경우 다른 쪽 요인을
활용하여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또한 국내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외적 갈등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18일 중국공산당이 탄생한 상하이 1차 당대회 개최지(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방문객들 ⓒ연합
국내정치 강화와 연계되는 대외관계
  권력집중의 정점에는 시진핑 총서기가 있다. 그의 권한과 영향력은 후진타오 등 전임 지도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고, 가히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또한 중국 엘리트정치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지난 20년간 작동해오던 10년 주기 세대교체의 규범이 파괴되고,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언제까지 집권할까? 권력집중과 장기집권의 명분이 신시대 강국 건설을 위한 필요 때문이라는 논리에 비춰볼 때, 그 시기는 아마도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기본적 실현’을 달성한 직후인 2037년 제23차 당대회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 그 길에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국공산당이 인민들에게 경제적·사회적 만족감을 제공하면서 현재와 같은 신뢰와 지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만약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민심이 돌아선다면 강권통치에 숨죽이고 있는 당내 반대세력이 고개를 들면서 엘리트정치가 균열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 그런 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현대정치사의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또 다른 변수는 대외관계 요인이다. 국내정치와 대외관계를 연계하면서 어느 한쪽이 실패할 경우 다른 쪽 요인을 활용하여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경제·사회정책의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대외관계 측면에서 유발되는 민족주의 강화 정서를 활용하여 정당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또한 국내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외적 갈등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유발할 수도 있다. 최근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고조 현상을 중국의 국내정치적 논리에서 보자면, 중공의 통치 정당성에 매우 유리한 이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의도를 분석할 때에도 중국 내부의 국내정치적 맥락과 배경에 각별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문기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