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72021.07

국제


국제사회 핵심의제로 떠오른
2050 탄소중립,
한반도판 탄소중립 전략 필요



지구의 날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P4G, G7 정상회의까지. 기후변화는 국제사회의 핵심의제가 됐다.
이와 관련한 국제적 논의를 살펴보고 한국의 역할을 제안한다.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기후변화 파리협약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신 기후체제(New Climate Regime)가 정식 출범했다. 이에 즈음하여 2020년 12월 기후목표 정상회의부터 2021년 6월 G7 정상회의까지 최근 7개월 사이에 정상회의가 다섯 번이나 개최됐다. 정상회의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포함한 기후변화 의제가 국제사회의 핵심의제로 급부상했다. 올해 10월과 11월에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2050 탄소중립 이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2050 탄소중립을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의제와 내용을 국제질서 차원에서 진단하고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


강력한 신 기후체제 등장과 국제사회의 주도권 경쟁
  2050 탄소중립은 장기간(최소 30년간)에 걸쳐 인류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국제사회의 핵심과제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31개국에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고려 중이다. 향후 신 기후체제 출범과 맞물려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협력이 코로나19 회복을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ing Back Better)’을 기치로 내건 녹색회복 전략과 연계되어 강조되면서 기후환경 분야 ODA(공적개발원조)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시기와 목표를 더욱 앞당기는 강력한 신 기후체제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에 따라 2050 탄소중립 이행의 중간목표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추가로 상향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징후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이 빠짐없이 논의된 세계기후정상회의, 한미 정상회담,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등 우리나라가 참여한 주요 정상회의가 이를 증명한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여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025년 이전에 상향목표를 제출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구체화하여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제출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G7 정상회의의 기후변화·환경 의장성명에서도 밝혔듯이 G7 국가들은 “야심차고 포괄적인 합의” [뉴시스(2021.6.13.), “G7 기후환경·환경 의장성명 전문”(검색일: 2021.6.28.)]를 통해 강력한 신 기후체제 구축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신 기후체제 구축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과 글로벌 주도권 경쟁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해 개최된 일련의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은 기후변화 파리협약 재가입을 선언하고, 세계기후정상회의 개최와 주요 정상회의 참여 등 기후변화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면서 리더십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4월에는 존 케리 미국 대통령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이 기후위기 대응에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사회의 협력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요 당사국 간 갈등과 주도권 경쟁이 국제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례로 EU가 2023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신 기후체제 주요 이슈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으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갈등도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2050 탄소중립 실천선언식’에서 참석자들이 실천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지향하면서 글로벌 무역과 투자 분야 등 세계 경제질서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및 거래 중단, 국경 간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석탄발전 공적 금융투자 중단 선언 등 탄소기반 세계 경제질서가 퇴출되고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로 대전환 시대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현안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네덜란드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필두로 미국, 독일, 중국 등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들이 2030년에서 204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정책을 속속 발표했다. 반면 세계 각국은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상향하는 등 지원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를 제안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수입 상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여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국가 간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EU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및 비료 등 수입 상품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KITA.NET(2021.6.4.), “EU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2023년부터 철강 등 일부 품목에 단계적 적용”(검색일: 2021.6.28.)] 미국도 현재의 EU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따르면 임기 내에 탄소국경조정요금제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무역 및 투자와 에너지를 연계한 국제 통상질서의 변화도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세계 경제질서 대전환 시대의 대표적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한미 정상회담과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연속해서 표명했다. 만약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상품의 제조를 위한 전력의 생산에서 간접 배출된 탄소에까지 적용된다면, 전력 생산에서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진 외(2021), “해외 탄소국경조정 동향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p.9(요약).] 한편 구글, 애플 등 전 세계 280여 개 유수 기업과 금융사들은 기업 활동에 사용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RE100’에 참여하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무역과 투자 영역에서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 통상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바야흐로 탄소배출량이 상품가격의 주요 구성요소가 되고, 무역과 투자의 주요 지표가 되어 새로운 국제 경쟁력이 되는 이른바 ‘탄소통상시대’[이유진(2021.3.23.), “탄소중립과 통상·외교 정책 전망”, 정책기획위원회 탄소중립 연속간담회 토론문.]가 우리 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의존도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세계 경제질서의 대전환은 우리 경제의 생존과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질서의 대전환은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출되고,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사회경제시스템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기회이다.

‘K-탄소중립’ 전략으로 글로벌 리더십 발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강력한 신 기후체제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각국은 협력과 갈등, 그리고 경쟁하면서 국제질서 대전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여 ‘K-방역’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K-탄소중립’ 전략을 창안하고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탄소중립 국제질서에 대응하여 2050 탄소중립 이행과 관련한 외교 전략, 탄소누출 방지 통상전략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중장기 탄소중립 대외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 석탄발전 공적 금융투자 중단 및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등 탄소중립을 둘러싸고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핵심 현안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여 국제적 논의에 대응해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응하여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다 과감하게 상향함으로써 소위 ‘기후악당국가’의 불명예를 떨쳐버리고 ‘기후선도국가’로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그린뉴딜’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기후환경 ODA 사업을 확충하여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산정하는 탄소중립제품 인증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국제사회에 전파하여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에 대한 글로벌 탄소표준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우리나라가 포함된 양자 또는 다자간 탄소중립 지역협력 플랫폼을 구축하여 탄소중립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존의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활용하여 신남방 정책과 연계한 ‘한-아세안 탄소중립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여섯째, 한반도 차원의 탄소중립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한반도판 탄소중립 사업을 추진하여 경색국면에 있는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